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장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장

중국 당국이 자국 내 연예계에 칼을 빼든 지 6개월. 한 차례 한한령으로 몸을 사려야 했던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중국의 조치에 긴장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방탄소년단(BTS)의 116만 명에 달하는 멤버 지민의 팬클럽 웨이보 계정이 정지되자 비난이 폭주하고 있다. 물론 중국의 조치가 바람직하지도 않고 중국 시장에서 한국 연예인들의 위상과 관련 있기 때문에 브랜드 모델 기용 같은 연예사업 외의 분야에서 닥칠 여러 문제들과 함께 고려해 보면 안타까운 점들이 한둘이 아니다.

하지만 중국의 이번 조치가 내려진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발단은 지난 5월 아이치의 아이돌 프로듀서 시리즈 ‘청춘유니3’의 투표 과정에서 점화됐다는 사실이다. 해당 프로그램에서 자신이 지지하는 출연자에 투표하기 위해서 멍뉴(蒙牛:중국의 유제품 회사)가 판매하는 요거트 제품을 구입해야 했는데, 제품에 붙은 QR코드를 통해 투표하는 방식이었다. 이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제품들이 투표용으로 팔린 뒤 그대로 버려지는 사태가 벌어졌다. 극성 팬들은 거액을 들여 도처에서 사재기를 하면서 심지어 제품을 사고 QR코드를 찍은 후 그대로 버려 주는 일꾼을 고용하기도 했다. 당시 버려진 제품 수량은 적게 잡아도 30만 병 이상이었다는 사실이다. 

결국 베이징광전총국은 빗발치는 비난에 손을 들었다. 제작 중단 명령이었다. 결국 이 프로그램은 파이널 미션 방송과 데뷔조 선발을 앞둔 상태에서 문을 닫았다. 이때부터 연예계 검열이 시작되고 ‘인기 지상주의’, ‘물질 지상주의’를 조장하는 연예인이나 관련 사업에 철퇴가 내려졌다. 2018년 일본 군국주의 전범들을 모신 야스쿠니신사에서 찍은 사진으로 인기 배우 겸 가수 장저한(張哲瀚)이 국가 정서에 반하는 행위 낙인으로 그와 거래했던 수많은 브랜드가 전속 해약하고, 출연했던 영화나 드라마에서 이름이 사라진 것 등등에 못지않은 후폭풍이 예상됐다. 하나 중국 당국은 여기까지 확대하지는 않았다.

얼마 전 광전총국에서는 불법을 저지른 연예인을 퇴출하거나 높은 가격의 출연료 금지, 종사자 관리에 대한 강화책 등을 내놓았다. 솜방망이 수준이라고 할 순 없겠으나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을 정도의 온건한 조치였다. 여기에 더해진 팬들의 왈가왈부 문제점이 하나 있었다. 팬덤의 ‘과한 오락성 추구’를 배격한다는 내용. 과한 오락성이란 K-POP을 포함해 중국 연예인 팬덤이 선호하는 ‘예쁜 남자(娘포, 닝파오)’의 유행과 이를 기반으로 하는 브로맨스, BL 등의 장르 소비를 지적하며 이를 정책적으로 금하는 것. 그리고 연예인을 상대로 진행하는 조공(생일이나 앨범 발매, 신작 공개 등을 앞두고 팬들이 선물을 전달하거나 홍보 광고를 하는 일)이 금지 대상이 된 것이다. BTS 지민의 팬클럽 웨이보 계정이 정지된 건 바로 이 항목에 해당했기 때문이었다. 그의 생일을 맞아 축하 비행기를 띄우자는 팬들의 모금활동이 지적사항이었다. 

그 다음 날 방탄소년단을 비롯해 EXO, NCT, 블랙핑크, 아이유, 태연 등 K-POP 스타들의 웨이보 팬클럽 계정이 대거 정지되고 지나친 조치라는 비난도 일어난 것은 당연지사다. 하지만 이에 대해 중국의 조치를 무조건 비난만 할 수 없다는 신중 대응론도 만만치 않게 일어났다. 지난 한한령이 주로 배우들에게 타격이 있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K-POP에 집중 타격이 이뤄질지 모른다는 우려에서였다. 

이번 조치로 음반 판매량 등에서 변화가 클 수 있겠으나 단기간 K-POP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는 관계자도 많다. 타이완 브랜드 모델 기용 등에 있어서는 상당 기간 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끼칠 영향도 예전보다는 크지 않으리란 전망이 우세하다. 그동안 미국·일본·유럽 시장 등 다각적 진출을 모색해 왔으므로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팬들이 이번 유엔(UN)에서의 방탄소년단 활약상을 예로 들면서 중국의 연예계 금지 조치를 공산당이니 그렇게 한다거나, 역시 중국은 독재국가다 등등 과격한 비난을 퍼붓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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