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버 트위스트(1837)」, 「크리스마스 캐럴(1843)」, 「위대한 유산(1860)」으로 유명한 찰스 디킨스는 영국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사회 비평가이다. 디킨스의 작품은 시대상의 생생한 묘사와 생동감 있는 등장인물을 통해 당대의 악습을 고발한 사회 비평적 특징이 강하게 나타난다. 특히 가난한 사람에게 깊은 동정을 보내는 휴머니즘적 세계관은 자신이 겪은 빈곤과 비인간적인 노동력 착취의 경험에 기인한다.

어려운 유년시절을 살아온 디킨스는 12세 때 학교 대신 공장에서 일해야 했다. 산업혁명으로 급속하게 자본주의가 발흥하던 19세기, 디킨스는 10시간이 넘는 힘든 노동 속에서 자본주의의 모순을 경험한다. 이를 바탕으로 탄생한 소설 중 「올리버 트위스트」는 1843년 새롭게 개정된 신구빈법 제도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고발한 작품이다. 빈민 구제를 위한 구빈법을 새롭게 손본 신구빈법은 복지를 통한 사회적 도움이 아닌 스스로의 노력과 절제를 통해 극복해야 한다는 방침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신구빈법은 가난이 무절제와 게으름에서 비롯됐다는 편견을 안겨 줬고, 구빈원에 수용된 고아들은 감옥보다 못한 환경에서 무임금에 가까운 강제 노역에 혹사당하는 무자비한 환경에 내몰려야 했다. 1948년 개봉한 데이비드 린 감독의 ‘올리버 트위스트’는 원작의 충실한 반영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태어나자마자 고아원에 맡겨진 올리버는 9세가 돼 구빈원에 들어간 첫날부터 중노동에 시달린다. 고된 일 끝에 입에 댈 수 있는 음식이라곤 물에 가까운 묽은 스프 한 국자뿐이었다. 배고픔을 참을 수 없던 올리버는 "조금만 더 주세요"라고 말했다가 흠씬 두들겨 맞는다. 이후 5파운드에 노예처럼 팔려 나간 올리버는 장의사 보조일을 하며 착실하게 살아가지만, 억울한 누명으로 심한 매질을 당해 그곳에서 탈출한다. 

런던에 도착해서도 딱히 갈 곳이 없었던 올리버는 도저라는 소매치기 소년을 만나 장물아비 페이긴이 운영하는 소매치기 소굴에서 지내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도저의 소매치기 행각을 멀리서 바라보던 올리버는 범인으로 내몰려 모진 구타를 당하고 경찰서에 끌려간다. 다행히도 목격자의 증언으로 누명은 벗게 되지만 올리버는 극심한 고통에 정신을 잃는다.

피해자로 경찰서에 동행한 노신사 브라운 로우 씨는 불쌍한 아이를 데려가 간호해 준다. 심성이 착한 올리버에게 연민과 함께 10년 전 실종된 딸아이의 모습을 본 노신사는 친밀감을 느낀다. 하지만 소매치기 일당에게 붙잡힌 올리버는 다시 힘든 날들을 보내게 되고, 브라운 로우 씨는 올리버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한다.

고아 소년 올리버의 파란만장한 인생 역전을 담은 이 작품은 결국 아이를 학대한 어른들은 벌을 받고 착한 심성을 잃지 않은 올리버는 브라운 로우 씨가 외할아버지임이 밝혀지면서 권선징악으로 끝맺는다. 영화로 각색되는 과정에서 아이의 행복이 결국에는 부자 가족을 만나 구원받는다는 단순한 해피엔딩으로 보여지는 점은 아쉬우나, 원작이 드러내고 있는 사회 불평등과 급격한 자본주의가 가져온 계급적 폐해를 영화도 생생하게 그려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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