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입학시험 풍경 지금

김진섭 / 지성사 / 2만4천300원

이 책은 일제강점기 입학시험 제도가 어떤 목적으로 시행됐는지, 당시 사회상을 알 수 있는 신문과 잡지 등 일상 자료를 통해 어떤 일들이 벌어졌고, 어떤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는지 다양한 사례를 담았다. 

 일제는 학교 운영에 필요한 예산에 아주 인색했을 뿐 아니라 학교 설립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짧은 교육 기간, 저급한 수준의 교육, 일본인과 차별 등으로 일관하며 학교를 식민통치의 핵심 기관으로 삼았다. 이때 등장한 입학시험이 대표적인 예다.

 일제가 폭증하는 입학지원자를 떨어뜨리기 위한 수단으로 입학시험을 철저하게 활용한 결과 ‘입시지옥’이 생겨났고 이에 따른 치열한 경쟁, 명문 학교 등장, 입학 브로커 그리고 입시 전문학원이 생겨나는 등 얼핏 지금의 우리 교육제도와 많이 닮은 당시의 입학시험 제도를 비롯해 다양한 사건·사고들을 살펴본다.

 1919년 3·1운동 이후 1920년대에 들어서면서 사회적으로 문맹 퇴치에서 민족의 지도자 육성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가난의 극복에서 개인적 출세와 같은 사회적 신분 이동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교육열이 뜨거워졌고, 근대식 학교를 찾는 발길이 이어졌다. 지원자가 급증하자 이들을 수용할 학교가 턱없이 부족했다. 일제는 급증하는 보통학교(현재 초등학교) 지원자들을 떨어뜨리기 위한 수단으로 입학시험을 도입했고, 그것이 시작이었다. 바로 100년 전 일이다.

 이처럼 입학지원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1920년 이후에서 1945년까지, 입학시험과 관련한 신문과 잡지 등의 기사를 중심으로 일제강점기 당시의 사회상을 살펴보는 의미 있는 책으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2021년 인문교육 콘텐츠 개발 지원 사업’에 선정된 작품이다.

 현재 우리 문화와 역사를 주제로 강의와 교양서를 집필하는 전업작가로 활동하면서 「이야기 우리 문화」, 「신화는 두껍다」, 「왕비, 궁궐 담장을 넘다」, 「정도전의 시대를 읽다」 등을 펴낸 저자 김진섭이 오랜 시간에 걸쳐 일제강점기의 교육을 다룬 선행 연구 업적은 물론이고 교육 관련 자료를 망라해 정리했다.

 독자들은 100여 년 전과 다른 듯 같은 입학시험 경쟁에서 여전히 일제 잔재가 청산되지 않았다는 느낌을 떨치지 못할 것이다.

우리 사는 동안에 부에나도 지꺼져도

오설자 / 푸른향기 / 1만2천870원

 제주에서 나고 자라 35년 동안 교직생활을 한 저자가 제주어 에세이를 펴냈다. 2010년 유네스코에서 ‘아주 심각한 위기에 처한 언어’로 분류한 제주어가 이런 위기에 처한 건 사람들이 일상 언어로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는 사라져 가는 제주어를 아련하고, 따뜻하고, 다정한 에세이로 되살리며 제주의 삶을 오롯이 담아냈다. 그 속에는 웃음도 있고 제주의 한과 슬픔을 담은 서사도 있다. 작가의 체험과 사색, 그리고 한 시대를 살아오신 할머니와 어머니와 아버지의 육성을 옮겨 쓰며 그들의 삶, 나아가 제주의 아픔을 이해하고 어루만지는 성숙하고 흥미로운 문학적 시도를 했다. 책의 제호처럼 ‘우리 사는 동안에 부에나도 지꺼져도(화가 나도 기뻐도)’ 우리 삶 전체가 ‘참 좋은 하루’이길 바라는 마음이 책의 페이지마다 곡진하게 담겨 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제주의 바람을 맞으며 그곳의 현지어를 들어보면 제주가 한 발 더 앞으로 다가오고, 제주의 속살이 더 깊이 느껴질 것이다. 책을 읽는 동안 그리운 마음의 고향을 만나 지친 마음도 위로받는다. 제주어의 보물창고와도 같은 이 책은 2021년 출판콘텐츠 창작지원사업에 선정됐다.

동정받기 싫지만 위로는 받고 싶어

김옥림 / 미래문화사 / 1만1천700원

 이 책은 인생의 기쁨과 슬픔, 용서와 화해, 즐거움과 아픔 등 누구나 느낄 법한 감정을 작가 특유의 감성 가득한 문장으로 그리고 있다. 또 글귀에 어울리는 사진과 예쁜 그림을 함께 선별해 좀 더 풍요롭게 만들어 때론 잔잔하게, 때론 위로와 격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바쁜 일상 속 지친 이들에겐 그래도 아직은 따뜻한 세상이라는 위로를, 각박한 시대에 가슴 아파하는 사람들에겐 희망과 용기의 메시지를 전한다.

 작가는 몇십 년 긴 세월 동안 글을 쓰고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때론 지치고 힘들고 미치도록 외로울 때 깨닫고, 느끼고, 실천하고, 사색함으로써 건져 올린 삶의 소중한 생각을 담았다. 어떤 날은 스쳐 지나갔던 소소한 일상이, 어떤 날은 잊혔던 오랜 기억을 떠올리며 함께 미소를 짓게 하는 이야기이다. 소박하지만 진솔한 글이 전하는 감정이 독자들에게 따스한 위로를 건넨다.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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