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장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장

중국 공산당이 ‘역사결의’ 세 번째를 채택하면서 시진핑 주석의 반열을 마오쩌둥·덩샤오핑의 대를 잇는 중국 3대 지도자 위상을 갖게 해줬다. 제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19기6중 전회)는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은 당대 중국 마르크스주의, 21세기 마르크스주의, 중국 문화와 중국 정신의 시대적 정수로 마르크스주의 중국화의 새 도약을 이뤄냈는데 시진핑 주석의 영도가 있었다"고 자화자찬하며 "중화의 우수한 전통문화와 마르크스의 기본 원리가 잘 결합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의 역사 추진에 결정적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했다. 더하여 내년 하반기 때 베이징에서 개최하는 제20차 당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의 총서기 재선출을 기정사실화했다. 물론 비판도 거세다. 중국이 ‘마오 시대’로 회귀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강한 의구심도 있다. 

시진핑 시대의 장기화가 과연 어떤 결과를 낳을까? 이 점에서 최근 중국과 스리랑카의 관계에서 빚어내고 있는 불협화음은 단순히 두 나라의 ‘불량 비료 사건’에 그치지 않고 중국이라는 거대 국가의 중요한 일면을 헤아려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그 과정은 이랬다. 

세계 최초의 완전 유기농 국가로의 전환을 꿈꾸며 지난 5월 모든 화학비료 수입을 금지한 스리랑카 정부의 야심찬 계획은 곧바로 중국 기업 ‘칭다오 시원’으로부터 유기농 비료 9만9천t을 우리 돈 약 600억 원에 사들였고, 이 가운데 2만t을 실은 중국 선박 ‘히포 스피릿호’가 9월 스리랑카 콜롬보 항구로 들어왔다. 여기까지는 자연스레 진행됐다. 한데 스리랑카 국립식물검역원 과학자들이 비료 샘플에서 농작물에 병해를 일으킬 수 있는 박테리아 등 병원균을 발견하게 되자 상황이 달라졌다. 블룸버그 통신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스리랑카는 유해 비료가 국민 생명 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바로 비료 대금 지급을 중단했다. 그러자 ‘칭다오 시원’은 성명을 통해 스리랑카 언론이 ‘독성’, ‘쓰레기’ 등의 용어를 써서 해당 기업과 중국 정부의 이미지를 훼손했다며 이에 대한 보상으로 우리 돈 약 100억 원을 요구했고, 콜롬보 주재 중국 대사관은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스리랑카 국영은행을 블랙리스트에 올렸다고 밝혔다. 

스리랑카와 중국은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고 있으며,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에 참여하는 등 중국과는 매우 가까운 동맹국으로 손꼽히는 스리랑카임에도 이례적인 압박과 위험 수위에 이를 정도의 갈등이 일어나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중국은 이미 아시아 각지에서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일대일로 사업의 일환으로 타국에 수십억 달러를 빌려줬는데 실상 많은 국가들이 중국의 ‘부채의 덫’에 걸려 있다는 사실이다. 스리랑카도 예외가 아니다. 대규모 중국 차관으로 개발한 함반토타 항구는 적자에 시달리다가 결국 부채를 갚지 못한 나머지 중국에 99년간 운영권을 넘기는 불행한 상황에 빠졌다. 

한편 유해 비료를 두고 양국이 옥신각신하는 사이에 스리랑카 농부들은 황량한 농사철을 보내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정부가 갑작스레 유기농으로의 전면 전환 결정을 내리면서 화학비료와 살충제가 금지돼 농작물에 큰 피해를 입은 상태이다. 더구나 스리랑카는 이달 들어 외환보유액이 20억 달러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재정위기에 봉착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스리랑카와 중국이 동맹관계라면서 유해 비료를 둘러싼 갈등 이상의 관계로 변한 건 ‘부채의 덫’과 중국 정부와 기업의 탐욕이 바탕에 깔려 있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사실상 속국 정도로 보는 게 타당하다는 견해까지 있을 정도다. 중국의 위대한 부흥이나 중화문화의 세계 석권, 마르크스주의의 재발견 등등 아무리 근사한 표현을 쓴다 해도 중국의 태도는 바람직하지 못한 부분이 너무 많다. 사드 배치로 한번 홍역을 치른 우리 입장에서 보면 능히 이해가 되고도 남는 바다. 시진핑의 장기 집권이 과연 중국의 위대한 부흥에 얼마나 기여할지는 더 두고 봐야겠으나 주변 국가들과의 호혜평등, 친선 도모가 아니라 일방적인 강요나 돈과 힘을 앞세운 압박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으려니와 중국의 장래를 위해서도 노땡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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