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식 인천대 인천학연구원 교수
신진식 인천대 인천학연구원 교수

올해 지구의 날을 맞이해 인천시는 인천을 대표하는 깃대종으로 ‘저어새(조류), 금개구리(양서류), 점박이물범(포유류), 흰발농게(무척추동물), 대청부채(식물)’ 5종을 선포했다. 깃대종은 지역 생태계를 대표하며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는 생물종으로, 생태적·지리적·사회적·문화적 특성을 반영하는 상징적인 생물종을 말한다. 그런데 아쉽게도 여기에 인천 하면 떠오르는 빈주리 반당(밴댕이 종류), 망동(망둥이), 복어(복장이), 아구, 수고리(수로기, 과오릿과), 부세(조기와 유사한 물고기), 울억(우럭), 원지(언지, 큰 숭어), 조기, 청어, 삼차(삼치) 같은 물고기들이 빠져 있다. 물론 어민이나 소비자를 위해 보호해서는 안 되는 수산물이라서 그랬을 것이다. 

어쨌거나 물고기는 단순한 생물은 아니다. 물고기에는 인류 동서 문명의 압축된 상징들이 숨어 있다. 물고기는 헬라어로 ΙΧΘΥΣ(익투스)를 뜻한다. 그런데 익투스의 원래 글자를 나열하면 이에수스;예수, 크리스토스;그리스도, 테우;하나님의, 휘오;아들, 소테르;구원자이다. 기독교의 상징이 된 물고기에는 ‘예수 그리스도, 하나님의 아들, 구원자’가 압축돼 있다. 익투스는 로마의 핍박을 받았던 초기 기독교도들에게 비밀스러운 상징으로 쓰였다. 영화 「쿼바디스」에도 익투스가 등장한다. 

이 물고기는 예수가 오병이어와 153마리 물고기 기적을 행할 때 등장한다. 문구류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모나미 볼펜의 하얀 면을 자세히 보면 ‘Monami 153’이라는 표기가 있다. 모나미의 송삼석 회장은 기독교인이었고, 모나미는 ‘나의 친구(불어 Mon ami) 곧 예수(153)’다. 송회장은 필기구에 물고기 153 브랜드를 새겨 개인의 염원을  담았다. 알고 보면 모나미의 153은 개인의 신앙심과 기업인으로서의 상도를 표현한 것이었다

물고기는 비단 기독교의 상징만이 아니다. 불교 사찰 처마에는 물고기 모양의 풍경(風磬)이 걸려 있다. 단순한 사찰의 액세서리가 아니다. 눈꺼풀이 없는 물고기는 잘 때도 두 눈을 뜨고 잔다. 그래서 잠들지 말고 언제나 깨어 있으라는 뜻이 스며 있다. 풍경뿐만이 아니라 사찰의 목어, 목탁에도 그 의미가 담겨 있다. 목어(木魚)와 풍경은 언뜻 봐도 물고기와 흡사하지만 목탁은 눈여겨봐야 그 닮음을 알 수가 있다. 목탁에 뚱그런 구멍이 둘 나 있으니 그것이 물고기의 눈이요, 손잡이가 바로 꼬리지느러미에 해당한다. 

목탁의 유래에는 여러 설이 있다. 어떤 스님이 스승의 가르침을 어기고 나쁜 행동을 일삼다 죽어 물고기로 다시 태어났다. 그 물고기는 등에 나무가 자라 풍랑이 칠 때마다 흔들리는 통에 고통을 겪었다. 스승이 바다를 건너다 이 광경을 보고 수륙재(水陸齋·불교 의식 중 물과 육지에서 홀로 떠도는 귀신들과 아귀에게 공양하는 재)를 베풀어 고기의 몸에서 벗어나도록 했다. 제자는 은혜에 감사하며 자기 등에 난 나무를 베어 물고기 모양으로 만들어 두드리면 수행자들이 이를 기억하고 수행에 매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물고기 모양으로 깎은 나무를 목어라고 했다. 

물고기는 종교의 상징에 국한되지 않는다. 세속에서도 물고기는 귀한 대접을 받았다. 물고기는 백제 무령왕릉의 두침(頭枕), 신라 금관총의 금제 허리띠, 고구려의 고분벽화에도 등장한다. 죽은 이를 지키고 있다. 전통 가옥에서 사용하는 장롱, 서랍, 뒤주, 곳간, 문 등에는 붕어 모양의 자물쇠를 사용한다. 하필 물고기 모양일까? 물고기는 밤이나 낮이나 눈을 뜨고 있다. 물고기 모양의 자물쇠가 밤낮으로 도둑으로부터 지켜 준다. 옛사람들은 물고기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 의미를 이승과 저승에 적용했다. 

물고기에 대한 전설과 신화도 많다. 신석기시대 바빌로니아인들은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 두 강의 형상이 두 마리의 물고기(쌍어) 모양으로 생겨 이를 신격화했다. 하늘의 별자리도 쌍어다. 물고기가 인간을 보호하는 신령한 존재로 믿고 신전 앞대문 머리에 쌍어를 그렸다. 이 전통이 유목민족 스키타이인에게 전파되고 인도 힌두교와 불교에 영향을 미쳤다. 쌍어신앙은 인도에서 네팔·티베트·몽골로 퍼졌고, 동으로 남중국을 거쳐 황해를 건너서 한국에 전래됐다. 

로마의 기독교 박해 때 카타콤에 그린 신어 역시 유대인들이 바빌로니아에 노예로 잡혀가 있는 동안 신어사상을 접하게 된 영향에서 비롯됐다. 우리나라는 김해 가락국 수로왕에게 시집온 인도 아유타국 출신 허황옥 공주가 쌍어신앙을 전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놀라운 사실은 가락이란 뜻이 인도 고대어로 물고기라는 것이다. 역사와 문화는 이렇게 연결돼 있다. 김수로왕과 허황옥 사이에 태어난 자녀들이 김해김씨와 김해허씨의 종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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