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순휘 정치학박사
장순휘 정치학박사

2020년 11월 12일 문재인 대통령은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과의 첫 통화에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바이든 정부의 역할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과거 미국의 민주당 정부와 한국의 민주당 정부가 평화프로세스를 공조했던 경험에서 북핵 개발을 묵과(默過)했던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가 아닌, 전향적인 남북 협력 기조 하에 북미관계 개선 방식인 클린턴 행정부의 평화적 대화 접근 방식, 즉 유화적 대북 접근을 선호할 것으로 예견됐다. 

이 점에 대해 정부 고위 관계자는 바이든 행정부가 어떤 정책기조를 채택할지에 대해 예단하지는 않았지만,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기조에서 클린턴 행정부의 방식을 기대한다는 듯한 언급을 했다. 

그러나 바이든 미 대통령의 공개발언을 단서로 향후 대북정책 방향성의 변화를 가늠해 볼 수는 있다. 우선 바이든은 연설과 기자회견을 통해 전통적 동맹관계 복원과 다자주의 외교 노선을 강조해 왔다. 2020년 11월 10일 기자회견에서 바이든은 "먼저 그들에게 미국이 돌아왔다는 것을 알리고 있다. 중요한 것은 미국 혼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세계 6개국 정상들과 대화할 기회를 가졌다"라고 강조해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가 아닌 동맹국 간 대화와 다자협력으로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점을 시사했다. 

따라서 북한 비핵화도 이런 정책기조가 적용될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이런 관점은 2019년 7월 미 외교협회(CFR)의 정책문답에서 "북한 비핵화라는 공동목표를 위해 동맹국들은 물론 중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들과 함께 공동 노력에 나설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었다. 바이든 대통령의 핵심 참모들도 동맹국들과의 연대 중요성을 지적하면서 북핵 협상에서는 대북 압박과 제재의 지속성을 강조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북핵 문제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최대 걸림돌임에도 불구하고 수차례 걸쳐 ‘종전선언’을 강조하면서 이와 관련한 국가안보장치를 흔들려는 무리수(無理數)를 두고 있다. ‘종전선언’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한국전쟁의 ‘정전협정(armistice)’을 폐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23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종전선언을 언급했고, 10월 8일에도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 평화의 시작"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더욱이 임기가 6개월도 안 남은 시점인 올해 9월 21일 유엔총회에서 5번째로 ‘종전선언’을 촉구한 것은 국가 운명의 변곡점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 

종전선언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미국은 10월 26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종전선언을 얼마나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한국과 이견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서 "(종전선언과 관련해)정확한 순서(sequence), 시기(timing), 조건(conditions)에 대한 한국과의 이견(different perspectives)이 있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종전선언이 ‘북한 비핵화협상으로 들어가는 입구’라고 주장하지만 오히려 ‘유엔사와 한미연합사가 해체되고, 주한미군이 철수당하는 안보 붕괴의 현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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