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신한울 3·4호기 원전 건설 중단과 관련, "국민 여론에 따라 공사 재개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로써 어느 쪽이 당선되든 현재의 탈원전 기조는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물론 이 후보는 ‘국민이 원하면’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하지만 에너지 정책은 단순히 여론으로 결정할 성질의 정치 어젠다도 아니다. 발전 비용과 국민 부담, 산업생태계와 과학기술 혁신, 친환경과 인류 안전이라는 담론이 함께 검토돼야 할 국가 대계다.

지난 3월 독일 정부는 ‘탈원전으로 생산치 못한 전력량 및 가동 연장을 위한 투자비’ 보상 명목으로 원전 운영업체에 3조3천억 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25일엔 우리 정부도 탈원전으로 조기 폐쇄됐거나 백지화된 원전사업 비용을 전력기금으로 보전해 주는 ‘에너지 전환 비용 보전 이행계획’을 확정했다. 전력기금은 전기요금의 3.7%를 재원으로 사용하는 것이니 탈원전 손실을 전기료 인상으로 보상해 주겠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될 듯하다. 결국 즉흥적인 정책으로 피해를 입는 건 국민이라는 뜻이다.

지난달 핵융합에너지연구원은 "KSTAR 플라스마 실험에서 핵융합 핵심 조건인 1억도 초고온 플라스마 운전을 30초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핵융합은 핵분열과 정반대의 원리로 작동한다. 핵분열은 핵이 분열하면서 나오는 에너지를 이용하지만, 핵융합은 태양의 원리처럼 수소가 헬륨으로 합쳐질 때 생기는 에너지를 쓴다. 이러한 인공 태양에 관한 세계기록을 보유함으로써 명실상부한 원전 선도국가의 위상을 확보하게 됐다. 안타깝게도 관련 산업들은 근거 없는 공포심으로 멈추고 있다.

지난달 영국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선 색다른 풍경도 펼쳐졌다. 원전 반대 시위가 사라졌고, 원전기술 토론이 벌어졌으며, 차세대 원전계약 체결 소식이 터져나왔다. 당시 우리 모습은 어떠했나. 과도하게 탄소중립 목표만 내세웠을 뿐 이러한 세계 흐름을 외면한 것 아닌가. 다행히도 원전 경제성만큼은 ‘산업부의 경제성 조작’을 통해 역설적으로 충분히 입증된 듯하니 이제라도 탈원전 폐기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으면 한다. 신념이 아닌 과학, 권력자 의지가 아닌 국민적 합의로 에너지 정책을 다시 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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