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구 인천광역시 환경특별시추진단장
장정구 인천광역시 환경특별시추진단장

미추홀구에는 주인공원이 있다. 철도 주인선을 공원으로 조성한 긴 띠 형태의 공원이다. 주인선은 경인선의 주안역과 수인선의 남인천역을 연결했던 철도였다. 1950년대 말 개통해 인천항에서부터 미군의 군수 지원과 병력 수송을 주로 담당했다. 1970년대 주한미군부대의 이전 재배치로 그 기능이 줄어들었고 1990년 초 폐선됐다. 그리고 2005년 12월 공원이 됐다. 

인천은 근대 개항 이후 임해공업도시로 성장했다. 수도 서울의 관문으로 대한민국의 모든 길은 인천에서 시작됐고 인천으로 이어졌다. 그 길의 중심에 경인고속도로가 있었다. 지금은 일부 구간이 인천대로라 불리는 제1경인고속도로는 대한민국 경제 발전의 시작이었다. 1968년 대한민국 최초의 고속도로로 개통돼 서울 등 수도권 수출입 물류가 인천항으로 오가는 통로였다. 대한민국 경제의 동맥이었다. 경인고속도로는 인천이 대한민국 관문임을 확고히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경인고속도로가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고속과 성장, 집중으로 회색의 높은 벽이 생겼다. 경인고속도로 방음벽은 언제부터인가 회색도시 인천을 대표하는 상징이 됐다. 고속도로에서 발생하는 자동차의 매연과 소음, 미세먼지는 환경 개선 대상 0순위가 됐다. 삶의 질, 주거복지, 환경복지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경인고속도로는 인천을 남북으로, 동서로 단절시킨 애물단지 취급을 받기 시작했다. 그 사이 2001년 제2경인고속도로가 생겼고 곧이어 제3경인고속도로도 개통했다. 청라국제도시로, 곧 인천공항과 연결될 예정인 제1경인고속도로 직선화 구간도 생겼다. 제1수도권순환고속도로가 지나고 제2수도권순환고속도로도 공사 중이다. 공업도시이며 아파트 도시인 인천을 고속도로 도시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공원과 녹지, 숲은 힐링의 공간이고, 소통의 공간이고, 생태의 공간이고, 교육의 공간이다. 경인고속도로였던 인천대로는 한남정맥의 아나지고개에서 시작된다. 한남정맥은 백두산부터 지리산까지 연결된 한반도의 등줄기인 백두대간에서 시작된 산줄기이다. 백두대간 속리산에서 갈라져 수원 광교산, 시흥 수리산을 지나 인천에서 만월산, 원적산, 천마산, 계양산, 가현산으로 이어진다. 그런 한남정맥은 수도권 서남부지역의 핵심 녹지축이며 생태축이다.

지금은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를 넘어 기후위기 시대다. 전 세계가 2040년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 탄소 발생을 줄임은 물론 발생시킨 탄소를 흡수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 또 이미 시작된 폭염과 폭우에 대비해야 한다. 이 모두를 고려했을 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이 탄소흡수원인 나무이고 숲이다. 더 많은 도로, 더 넓은 도로는 더 많은 자동차를 생산시킬 뿐이다. 도로변 가로수로는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자동차가 내뿜는 탄소를 감당할 수 없다. 이제는 대표적인 탄소발생원인 도로를 탄소흡수원인 숲으로 만들자. 누군가는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해도 오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했다. 

환경특별시는 살고 싶은 도시다. 그러나 수도권매립지를 차치하더라도 지금의 인천은 살고 싶은 도시와는 거리가 멀다. 고속도로의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 가슴을 활짝 열고 산책할 수 있는 숲길을 꿈꾸자. 살고 싶은 환경특별시를 위해 환경과 공원녹지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자. 접경이며 원도심인 인천은 여느 지역보다 섬의 산림 관리와 도시숲이 더 필요하다. 

인천대로 종점에는 남항으로 흘러드는 용현갯골수로가 있다. 또 재생을 앞둔 인천내항이 있다. 인천대로가 국가도시숲이 된다면 단절됐던 한남정맥이 황해로 이어짐을 의미한다. 단순한 녹지축 연결을 넘어 인천, 나아가 대한민국이 바다로 이어짐을 뜻한다. 2021년 11월 30일, 수인선 1.5㎞ 구간이 바람길숲로 다시 태어났다. 이제 인천대로다. 환경특별시 인천, 대한민국 최초의 고속도로를 대한민국 최고의 국가도시숲으로 그림 그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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