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위대한 개츠비(1925)」와 「노인과 바다(1952)」는 스콧 피츠제럴드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대표작이다. 그렇다면 「낙원의 이편(1920)」과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1926)」는 누구의 작품일까? 이는 두 거장을 있게 한 장편 데뷔작이다. 위대한 두 작가의 대표작이 있기까지 그 가능성을 알아본 이가 있었으니, 스크리브너스 출판사의 편집자 맥스웰 퍼킨스다. 당시 명성 있는 작가의 저작을 출판하던 회사의 분위기는 퍼킨스가 발견한 일련의 신인 작가들로 인해 변한다. 퍼킨스는 여러 출판사에서 퇴짜를 맞은 스콧 피츠제럴드의 「낙원의 이편」에서 새로운 세대의 가능성을 봤고, 그 예상은 적중했다. 1920년대 대중이 훌륭한 작가와 만날 수 있는 방법은 출판된 책을 통해 가능했는데, 특히 신인의 경우 그 가치를 알아본 편집자의 적극적인 도움이 절대적이었다. 20세기 초 미국 문학의 거장으로 평가받는 토마스 울프도 퍼킨스가 발굴한 작가다. 영화 ‘지니어스(2016)’는 다듬어지지 않은 울프의 천재성을 최초로 발견한 편집자 맥스웰 퍼킨스의 실화를 담은 작품이다.

수많은 작품을 검토하는 유명 출판사의 편집자 앞으로 토마스 울프가 쓴 한 뭉치의 원고가 도착한다. 그 소설은 감각적이고 서정적인 문장으로 가득한 독창적인 작품이었지만 지나치게 방대한 분량으로 산만해 보였고, 그 결과 다른 모든 출판사에서 거절당한 바 있다. 하지만 퍼킨스는 그 속에서 빛나는 원석의 가치를 발견해 작가와 계약을 체결한다. 

이제 남은 일은 편집이었다. 작가가 폭포수처럼 쏟아낸 단어들, 정제되지 않은 문장들은 수정하거나 걷어내야 했다. 이는 단순히 페이지를 줄이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대중에게 작가의 글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다듬는 일이었다. 작가도 편집 방향은 이해했지만 편집자가 빨간 줄을 그으며 문장이나 단락 수정을 요청할 때마다 괴로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의 맥을 정확히 짚고 있는 퍼킨스의 냉철한 조언을 수용한 울프는 고통스러운 사투 끝에 「천사여, 고향을 보라(1929)」라는 자전적인 소설을 출간한다. 

경기가 얼어붙은 대공황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울프의 소설만은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간다. 데뷔를 성공적으로 치른 울프는 다음 작품도 일사천리로 마무리하는데, 창작의 시간과 맞먹는 2년여의 수정 기간을 통해 완성된 「때와 흐름에 관하여(1935)」는 작품성과 대중성 모두를 충족시켰다. 하지만 성공에 도취한 울프의 배려 없는 태도와 언행으로 깊은 신뢰를 형성해 왔던 편집자와의 관계가 어긋나기 시작한다.

‘지니어스’는 한 편의 소설이 세상에 등장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편집 과정에 포커스를 둔 작품이다. 편집자와 창작자 간 우정, 신뢰, 갈등 그리고 화해를 그린 이 전기 영화는 수많은 책들 뒤에 서 있는 편집자의 존재에 주목하고 있다. 실존 인물인 맥스웰 퍼킨스를 통해 열정과 끈기가 빚어낸 편집자의 세계를 차분하게 그린 이 작품은 작가의 숨은 조력자이자 대중과 작가를 연결해 주는 중간자 역할을 수행하는 편집자의 가치를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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