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석 인천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송영석 인천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대한민국은 새로운 대통령 선출을 위한 장정에 돌입했다. 선거가 완료되는 내년 3월 초까지는 조금은 시끄러운 서로의 주장을 하며 본인이 선택되기를 원할 것이다. 이제는 5년마다 있는 보편적인 민주적 절차이고, 어떤 선택이 우리 미래를 위한 선택인지는 각자의 몫일 것이다. 

이번 선거는 MZ세대라는 청년층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들을 내고 있다. 그렇다면 미래를 이끌 지도자를 선출하는 캐스팅보트가 청년들에게 주어졌다는 측면에서는 매우 긍정적이다. 

심화되는 양극화로 청년들이 미래를 상상할 수 없게 하고, 개선되지 않는 현실의 무게는 청년들의 삶에 한 치의 여유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선택이 미래를 상상하고 현실 여건을 개선할 수 있는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면 한가닥 희망을 걸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현재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어려움을 반영하는 익숙한 단어들이 있다. 청년실업, 양질의 일자리, 기회 불평등, 결혼 포기, 걷어차여진 계층사다리, 부의 대물림, 불공정 등 셀 수 없는 다양한 말들이 시대를 대변하고 있다. 

청년들의 인식을 들여다볼 수 있는 서울연구원의 ‘2020년 서울청년의 불평등 인식조사’에 따르면 청년의 65.5%는 우리 사회가 다른 나라에 비해 청년세대가 살 만한 나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다. 사회·경제적 기회에 있어서도 40~50대와 비교했을 때 불리하다고 생각하고, 노력에 대한 공정한 대가가 제공된다는 것에도 14.3%만 동의하고 있다. 

특히 청년들 간 자산불평등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꼽아 자신의 계층 상승 이동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비율 69.5%로, 계층 상승 이동가능성에 대한 기대는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고 한다. 청년에게 미래가 없다면 그 사회의 지속가능성 또한 장담할 수 없다. 

"중소기업에 취직하면 되지. 거기는 사람을 구하기 어려워한다고 하던데"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청년의 일자리 문제가 단순하게 어려운 일자리를 거절하는 청년들의 문제로 치부할 수는 없다. 변화하는 사회·경제시스템의 구조적 문제에 원인이 있을 것이다. 

세계 불평등 연구소(World Inequality Lab)는 ‘세계 불평등 보고서 2022’에서 한국의 불평등 실태에 대해 "소득은 서유럽 정도로 부유한 수준으로 성장했지만 빈부격차는 서유럽보다 더 심각하다"고 분석했다. 한국 성인 인구의 평균 소득은 구매력평가(PPP) 환율 기준 3만3천 유로(약 3천843만 원)로 서유럽 국가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2021년 기준 상위 10%가 국가 전체 소득의 46.5%를 가져가는 동안 하위 50%는 전체 소득의 16.0%를 벌었다. 부의 불평등은 소득 불평등보다 더욱 심각해 상위 10%가 전체 부의 58.5%를, 하위 50%는 5.6%를 각각 차지했다. 

소득을 기준으로 하면 상위 10%와 하위 50% 격차는 14배, 부를 기준으로 하면 상위 10%와 하위 50% 격차가 52배 나는 셈이다.

보고서는 한국 경제가 1960∼1990년대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지 않고 규제를 완화하고 고속 성장해 불평등 문제가 심화됐다고 설명한다. 1990년대 이후 국가 전체 소득에서 상위 10%가 차지하는 비중은 10%p 늘어났고 하위 50%가 차지하는 비중은 5%p 줄어들어 불평등이 더 심화됐다.

경제가 발전하고 소득은 증가해 나라는 부자인데 개인의 소득격차와 분배의 차이는 점점 심화되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한국의 재분배 구조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경제정책의 단순한 변화로 바로 해결할 수 없다.

최근의 화두는 청년실업, 불공정, 부동산 등 경제적 문제이다. 정치적 문제보다 앞서는 근본적인 문제가 불평등, 불공정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부동산 문제, 청년의 캐스팅보트가 이슈가 되고 있는 것 또한 같은 문제에서 시작됐다 하겠다. 이제 경제성장과 더불어 공정경제, 공익경제가 함께 가야 하는 것이 필수이다.

문제가 집적돼 발현되는 취약계층의 일자리, 복지 문제, 공동체 문제에 집중하는 것이 사회적 경제이다. 개인의 이익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공익에 집중하는 사회적 경제가 현 시점에서 필요한 이유인 것이다. 부의 집중과 독식의 문제를 지역화하고 사회화해 공동으로 해결하는 시스템이 필요한 것이다. 

이번 대통령선거와 이어질 지방선거에 청년들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한다는 전제가 맞다면 공익경제, 함께 사는 가치가 선택돼 조금 더 안전한 미래를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