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선의

문유석 / 문학동네 / 1만3천500원

이 책은 「개인주의자 선언」으로 한국 특유의 집단주의 문화를 통쾌하게 비판한 문유석 작가가 한 사회의 개인들이 공유해야 할 가치들은 무엇일지 법학적 관점에서 경쾌하고도 예리하게 짚어 보는 내용이다.

 각자의 옳음과 그름이 상충하고, 이해관계가 다층적으로 얽힌 만큼 판단의 기준을 명확히 세울 필요를 느끼지만 단정하기란 쉽지 않다. 저성장 시대에 진입한 만큼 나눌 수 있는 파이는 점점 작아지는데, 장기화하는 코로나 팬데믹마저 우리가 지켜온 가치들에 심각한 교란을 일으켜 서로에 대한 공포와 혐오를 더욱 부추긴다. 건강한 가치판단과 공존을 위한 타협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이유다.

 1부 ‘인간은 존엄하긴 한가’에서는 인간 존엄성 개념이 확립돼 온 역사를 조목조목 살피며 이를 중심으로 한 헌법적 가치를 망각한 듯한 한국사회를 날카롭게 지적한다. 

 작가는 우리 헌법질서에 내재한 ‘인본주의’와 ‘공리주의’가 형벌에 대해 ‘필요 최소한’의 관점으로 접근할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법이 인간 사이에 필요한 ‘최소한의 선의’라면 형벌은 사회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악의’라는 것이다. 따라서 법치주의 시스템은 필연적으로 국민의 법감정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작가는 그렇다 하더라도 법이 ‘인간’ 그 자체를 놓치는 건 아닌지 날카롭게 되묻는다.

 4부에서는 현재 우리 사회 최대의 화두인 공정성과 정의의 문제를 평등이라는 헌법의 핵심 가치와 연결해 풀어간다. 

 현대적 평등의 개념을 체계적으로 정립한 존 롤스의 「정의론」부터 최근까지 전 세계적 화제를 모은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에 이르는 논의를 흥미진진하게 풀어가기도 하고, 공정한 경쟁을 두고 벌어지는 우리 사회의 논의가 지닌 의미와 문제점을 예리하게 진단해 보기도 한다.

 오래 공유하고 지켜온 가치들을 급변하는 시대에 어떻게 새롭게 적용하고 변화시켜 갈지에 관한 작가의 질문과 답은 혼탁한 우리 시대에 내리는 또 하나의 명쾌한 처방전이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기후변화 데이터북

박훈 / 사회평론아카데미 / 1만3천320원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비해 대응할 시간이 너무 짧은 ‘기후위기’ 시대에 이제 누구나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러한 기후변화가 발생한 원인과 기후위기의 현황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구체적으로 알까.

이 책은 기후변화에 관한 최신 과학의 평가, 기후변화를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생태계와 에너지, 경제 등에 관한 국내외 정부, 연구기관, 국제기구의 통계자료와 보고서 등 기후변화 관련 데이터를 한데 모았다. 온난화에 따른 국내외 기후위기 현황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는 이 데이터들은 지구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경각심을 일깨워 준다. 또한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 사용 등 기후행동에 나섰을 때의 긍정적인 데이터를 함께 제시하며 나 자신과 후손들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적극적인 시민행동에 나서길 촉구한다.

차근차근 클래식

한혜란 / 더좋은책 / 1만5천120원

이 책은 누구나 클래식 음악을 즐길 수 있다는 모토 아래 독자가 차근차근 음악에 접근하도록 도와준다. ‘Part 1. 클래식의 모든 것’에서는 많은 사람이 클래식 음악에 관해 궁금해하는 내용들을 담았다. 클래식에 쓰이는 악기의 종류와 이 악기들의 음색을 느낄 수 있는 음악, 클래식 음악의 종류를 살펴봤다. 또한 추천하는 음악도 소개했다. 

‘Part 2. 클래식 음악가 이야기’에서는 바로크 시대부터 20세기까지 시대별로 활동한 주요 작곡가 21명의 대표적인 음악과 함께 그들의 삶을 한 편의 영화를 보듯 그렸다. 입문자들이 어떤 음악을 들으면 되는지를 친절히 안내하기 위해서다. 단순히 지식을 전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바탕으로 어떤 음악을 들으면 되는지, 그래서 독자가 어떤 음악을 들으면 더 감동을 느끼는지를 염두에 뒀다.

책은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는 음악들에 쉽게 다가가 취향과 감정을 발견하도록 돕는다. 독자는 자신이 어떤 음악에 이끌리는지, 어떤 음악에 마음이 움직이는지를 묻고 스스로 깨닫게 된다.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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