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소장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소장

중국의 공업정보부는 지난달 ‘빅데이터 산업 발전 계획’을 발표했다. 앞으로 4년간 빅데이터 산업 규모를 약 555조 원이라는 천문학적 규모로 키워 관련 서비스 및 제품 개발에서 획기적 성과를 기대한다고 했다. 연구원장 위햐오후는 "빅데이터 혁신은 단순한 기술 발전이 아니라 전체 산업 사슬의 융합, 혁신, 자체 제어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빅데이터 자체 역량을 강화해 지적 자원, 산업 자원 등을 폭 넓게 모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시선에 따가운 눈총이 있다. 특히 젊은 층에서 빅데이터로 인한 프라이버시 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알고리즘 기술이 생활 전반에 너무 깊숙이 들어왔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알고리즘이 삶을 파고들었다. 이전으로 돌아갈 수가 없다. 휴대전화를 사용할 때 비통한 마음까지 든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누구인가? 나의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또다시 휴대전화 화면을 들여다본다. 통제할 도리가 없다. 이제 젊은 층은 항거해야 한다. 주도적으로 개인의 삶을 되찾아야 한다."

유명 블로거가 자신의 블로그에 남긴 이 글이 파장을 일으키면서 ‘폰 폭파’의 유행이 들불처럼 번질 가능성까지 나타나고 있어 관계자들의 관심과 우려가 커지고 있는 현실이다. 

한 예로 톈진사범대학에 재학 중인 샤오쥐는 얼마 전부터 휴대전화에 깔린 쇼핑앱이 자신을 감시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고 했다. "친구와 함께 화장품 얘기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한 제품을 언급했는데 얼마 후 쇼핑 앱을 켜서 보다가 깜짝 놀랐다. 좀 전에 말했던 그 화장품이 눈에 확 뜨이는 곳에 위치해 있었다. 처음에 놀랐으나 차츰 공포를 느꼈다."

이 비슷한 이야기가 인터넷과 소셜미디어(SNS)에 등장한 건 오래전 일이고 최근에는 넘쳐나고 있다. 고양이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쇼팽 앱에 고양이 광고가 나오고, 저녁거리로 햄을 사서 먹자고 얘기하자 곰 검색 엔진에 햄의 포장을 뜯는 방법이 올라와 있었다는 등의 괴담 아닌 괴담이 상당히 번져 있다.

휴대폰은 초기화하는 이른바 ‘폰 폭파’가 유행한 까닭에 이외의 이유도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사회과학원의 쑨핑 부주임은 "알고리즘의 논리 생성은 사실에 가깝다. 개인의 특징을 기반으로 하는데 지금의 알고리즘 추천은 대부분 들어맞는다. 비즈니스 부문에선 고객을 겨냥하는 용도로 쓰인다"면서 "문제는 이런 현상이 직접 발생했을 때 느끼는 감정들이다. 알고리즘의 프라이버시 침공은 이미 상륙 완료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당국이 빅데이터 산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생성된 데이터를 모아서 이를 분석하고 가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산업에 막대한 예산을 퍼부으며 모든 업종의 혁신 기반을 닦기 위한 까닭이라 하지만 ‘휴대전화 알고리즘의 노예화’가 아니냐는 지적에 적절한 해답을 내놓지 못한다면 그것은 희망사항에 그칠 공산이 크다. 그건 둘째 문제고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이미 상륙을 완료한 알고리즘 프라이버시 침공을 어떻게 할 것인가?

랴오닝대학 장웨이 부교수는 "알고리즘에 얽매이면 인간은 수치심과 공허함을 느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장웨이는 "상용자의 기존 검색을 바탕으로 데이터를 제공할 경우 시간을 크게 단축하고 맞춤형 정보를 전달할 수 있겠으나 이는 소비 습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뿐더러 더 은밀한 방식으로 사람을 삼키게 된다. 현대 중국인들이 알고리즘 추천 기술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결국 알고리즘의 길들이기에 저항하려는 중국 청년들의 다양한 도전이 성공을 거둘 수 있는 것인가에 초점이 모아진다. 온라인 대신 오프라인 쇼핑을 늘이자는 의견, 휴대전화에서 통화를 제외한 모든 앱을 없애버리자는 주장, 케이스를 따로 만들어 정해진 시간 외에는 휴대폰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자는 아이디어까지 나오지만 최종 선택은 사용자들의 의식 수준으로 귀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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