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3일 인천대학교가 주최한 ‘한국사랑 인천대 바로 알기’ 행사가 끝난 후 행사에 참가한 교환학생 7명이 어깨동무를 한 다정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1년 12월 3일 인천대학교가 주최한 ‘한국사랑 인천대 바로 알기’ 행사가 끝난 후 행사에 참가한 교환학생 7명이 어깨동무를 한 다정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구촌 시대를 넘어 다문화 시대에 접어든 지도 오래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다문화 인구동태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출생아 100명 중 6명은 다문화가정 자녀로, 전체 출생에서 다문화 출생이 차지하는 비중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인천시는 국내 광역자치단체 중 가장 많은 외국인이 사는 곳이다. 잠깐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펴봐도 손쉽게 다문화가정을 찾을 정도다. 거리에서도, 지하철에서도 외국인을 만나는 일은 일상이 됐다.

이들 또한 우리나라 국민들처럼 이 사회에 녹아들어 이미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했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일은 지극히 당연하다.

기호일보는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당당히 자리잡은 그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상생의 방법과 필요성을 고민했다. 그들의 생각을 공유하는 일은 세계화 시대에 보조를 맞추는 일이기도 하다.

인천대학교에 다니는 각국의 젊은이들을 만났다. 그들은 하나같이 한국에 감사함을 느낀다고 했고, 한국에 도움이 되는 일을 찾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 미하엘라

지난해 8월 고국 체코를 떠나 인천대 국어국문학과 교환학생으로 온 미하엘라(22·여). 어린 나이에도 그의 꿈은 구체적이고 명확했다. 유창할 만큼 한국어 실력을 키워 체코를 널리 알리고 싶단다. 나아가 유수한 한국 기업을 체코에 유치하는 가교 역할도 맡겠다는 희망을 품었다.

그는 "한국어 공부는 쉽지 않았다. 수많은 어휘, 문법, 발음 등이 너무 어려워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특히 존댓말을 쓰는 예절문화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했다.

한국 문화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미하엘라에게 인천대 학생들은 개인 교습까지 불사하며 한국어를 가르쳤다. 한국 친구들의 고마움은 미하엘라를 통해 체코에 있는 가족들에게까지 전해졌고, 그의 가족들도 한국을 사랑하게 됐다.

미하엘라는 "아버지가 한국 브랜드 승용차를 끌고 다니시는데 중요한 부품을 구하지 못해 한국에 있는 제게 요청을 하셨다. 정말 도와드리고 싶었지만 힘이 닿질 않아 속상했다"고 회상했다.

한국 친구들에게 자동차부품을 구할 방법이 있느냐며 도움을 청했지만 연식이 오래된 차량이어서 부품을 찾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하지만 해답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었다. 친구들은 폐차장 부품사업소에도 문의하는 등 백방으로 노력했고, 결국 1개월이 조금 지나 부품을 찾는 데 성공했다. 카센터를 하는 친척을 둔 친구가 차량 부품을 구해 줬고, 마침내 체코에 있는 아버지에게 차량 부품을 보내게 된 미하엘라는 기쁜 나머지 환호성을 질렀다. 

그는 "그날 인천대 학생들 몇 명과 삼겹살 집에서 소주를 마셨다. 더 비싼 음식을 사 주고 싶었지만 그렇지 못해 너무 아쉽고 미안했다"며 "오는 3월 체코로 돌아가는데, 돌아가면 끝나는 관계가 아니라 체코와 한국 간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 양국의 장점을 양쪽에 알려 상호 발전하도록 힘쓰고 싶다"고 말했다.

# 까오루

중국 국적의 22세 여성 까오루는 중학생 때부터 한국이라는 나라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렇게 만든 주인공은 한국의 아이돌 그룹 NCT. 지금은 NCT는 물론 한국 자체를 좋아한다. 말과 문화, 민족 자체가 내뿜는 알록달록한 색깔마저도….

결국 대학생이 된 그는 한국의 교환학생이 되기로 마음먹었고, 인천대와 인연을 맺었다. 하지만 이국땅 한국의 생활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다소 맵고 짠 음식도 쉽게 적응하기 힘든데다 언어도 여간 어렵지 않았다.

함께 온 중국 학생들이 곁에 있어 힘이 됐지만 뭔가 2% 부족했다. 그들도 이곳에선 같은 외국인일 뿐, 서로에게 위로가 되는 수준에 그쳤다.

그러던 어느 날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한국인 부부가 이곳 생활이 윤택해질 만큼 도움을 줘 감동을 받았다. 중국말을 하는 그들에게 다가간 부부는 18년간 중국에 살면서 현지인들에게 도움을 받았다며 언제든 한국에서 중국인을 만나면 도움의 손길을 내밀기로 결심했단다. 

부부는 중국 음식과 가장 비슷한 맛을 내는 식당에 데려가 음식을 사 주기도 했고, 때론 말벗이 돼 기쁨과 슬픔을 나누는 사이로까지 발전했다. 어느새 그에게 그들은 한국에서 만난 새로운 부모가 됐다.

사실 한국인들은 중국인들보다 훨씬 따뜻한 마음씨를 지녔다. 그는 한국의 부모가 자신들이 받은 선행을 안갚음했다고 여기지 않는다. 그저 한국인 특유의 따스함을 나눴다고 생각할 따름이다.

인천대가 만든 버디(Buddy) 프로그램을 통해 만난 한국 친구들도 결코 잊을 길이 없다. 그가 만난 모든 한국인들이 고맙기만 하다. 중국에 돌아가더라도 제2의 고향인 한국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 중국은 물론 한국에도 도움이 되는 인재로 성장해 양국 관계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

# 소라

2년 전 한국에 온 일본인 소라(24·여)는 교환학생으로 인천대에 오기 전부터 서로에 대한 ‘혐오’를 익히 알던 터라 약간의 두려움을 느꼈다.

양국 간 거리가 워낙 가까운데다 일본과 한국 모두 예를 중시한다는 사실을 잘 알았기에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어려움은 없으리라 예상했지만, ‘혐한’과 ‘혐일’이라는 극단의 감정이 양국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았기에 매사가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이런 걱정이 기우임을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소라는 "도림고등학교에서 한국 문화에 대해 배웠고, 나는 학생들을 상대로 일본어 첨삭 지도 활동을 한 적이 있다"며 "어린 학생들이 독도에 대해 묻는다거나 경제보복 등에 관한 입장을 물으면 어떡하나 걱정이 많았는데, 오히려 학생들은 내게 호기심과 호의만을 보이며 따뜻하게 대해줬다"고 되짚었다.

특히 일본어를 한국어로 번역할 정도로 탄탄한 한국어 실력을 쌓게 된 데는 인천대 학생이자 룸메이트였던 안송주(24·여)씨의 도움이 컸다.

그는 "이달 외국인을 대상으로 치러지는 한국어능력시험(TOPIK)을 준비하고 있다. 룸메이트 송주가 항상 도와줘서 이번 시험에서 꼭 5급을 취득할 거다"라며 "특히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반에 걸쳐 친숙하지 않은 소재에 관해서도 이해하고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한국어 능력을 갖추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스케일 면에서 남다르다. 고향인 아키타현에서 인천을 연결하는 항공노선을 개설해 한국과 일본 학생들이 문화적 교류를 할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는 그의 포부는 허황되리만치 거창하다.

1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 한국에 체류했을 뿐이지만 요코하마대학에서 동북아통상을 전공한 만큼, 그리고 목표가 공무원인 만큼 그의 꿈은 결코 꿈에 그치지 않는다.

# 마리아

인천대 대학원에서 동북아통상학을 전공하는 스페인 여성 마리아(25). 

그의 한국 생활은 어려움의 연속이었지만 인천대 학생들의 도움이 그에게 버팀목이 됐다. 그는 "갑자기 열이 나고 몸살이 심해지면서 몸을 움직이지 못했다. 동네 병원에 갔는데 한국어 실력이 좋지 않아 제대로 진료를 보지 못했다"고 했다. 당시 그의 곁을 지켜준 이는 버디 프로그램을 통해 알게 된 인천대 학생이었다.

그는 "연락할 곳이 없어 어렵게 인천대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그 친구가 수소문해 스페인어 통역이 가능한 병원을 찾아줬다. 인천대 친구가 없었다면 아마 병원에 가지 못해 큰일이 났을 거다"라고 했다.

마리아는 최근 열린 한국인의 날 행사에서 진행을 맡을 정도로 한국어 실력이 급향상됐다. 이제는 자신처럼 한국에 와서 의사소통이 안 돼 병원도 제때 가지 못하는 외국인을 위해 통역사 노릇을 하고 싶단다.

그는 "아플 때 곁에 있어 준 한국 친구들, 그들로 인해 생긴 꿈이 통역사"라며 "그 꿈을 갖게 해 준 한국에서 능력을 펼치게 된다는 희망만으로도 충분히 뿌듯함을 느낀다"고 했다.

강인희 인턴기자 kyh@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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