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에 이어 변이 바이러스까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던 지난해 8월. 우리나라는 물론 해외에 머무는 이들의 불안감마저 점차 커지던 시기다. 게다가 가족과도 연락이 닿지 않은 채 타국에서 병환으로 쓰러진 인천시민이라면 당시 느꼈을 불안감은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 그는 어떻게 입국해 인천에 정착했을까. 많은 이들의 숨은 고민과 노력이 있었음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인천공항 통해 입국하는 김정수 씨
인천공항 통해 입국하는 김정수 씨

# 베트남에서 들려온 소식

지난해 8월 23일 인천시 생활보장과에는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베트남에서 한 시민이 인천으로 입국을 기다린다는 외교부의 전화였다. 처음에는 단순히 베트남에서 한 시민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 귀국을 원하고, 귀국 후에는 거주지 관할 구가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해 처리하면 되는 업무라고 여겼다.

하지만 시 담당부서가 공문을 처리하려다 다시 듣게 된 외교부의 설명은 처음 판단과는 크게 달랐다. 단순한 위기 시민이 아닌, 베트남에서 머물던 김정수(가명·53)씨가 만성 신부전을 앓던 중 지난해 8월 19일 마비 증세를 보이며 뇌출혈로 쓰러졌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베트남의 한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던 중 한국 입국을 요청했지만 김 씨의 가족은 연락을 원치 않는 상황이었다.

김 씨는 생업을 위해 홀로 베트남에서 생활하다 건강이 급격히 나빠진 경우였다. 치료비로 지출하는 비용이 점점 많아졌고, 지난해 5월부터는 비교적 잠잠하던 베트남에까지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생업을 유지하기도 쉽지 않았다.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었지만 경제력도, 가족과의 연락도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결국 쓰러졌다. 도움이 절실했다. 당시 김 씨는 거동이나 언어 구사 모두 어려움을 겪는 상태였다고 알려졌다.

앰뷸런스로 요양병원까지 이동
앰뷸런스로 요양병원까지 이동

# 인천시민의 안전은 우리의 손으로 지킨다

이때부터 시와 외교부의 협업이 시작됐다. 또 노숙인 유사 사례인 만큼 서구 노숙인시설인 ‘은혜의집’ 및 요양병원과의 적극적인 연계도 진행됐다. 하지만 김 씨의 국내 입국 절차는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았다. 코로나19 시국인 만큼 음성 확인 등이 필요했고, 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아 귀국 후 지원책 마련도 고민해야 했다. 무엇보다도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입국하는 비행기편이 없어 대기 기간이 길어졌는데, 어렵게 구한 비행기편마저 주말 비행기라 기존 연계가 예정됐던 병원 차원의 픽업이 취소되기도 했다. 

시는 김 씨의 입국이 이미 기정사실화했다며 은혜의집과 협업해 입국 절차를 밟은 뒤 곧바로 치료가 가능하도록 도움을 요청했다. 당시 김 씨의 입국 시간은 오전 5시 10분으로, 현장에는 시 담당자와 은혜의집 관계자가 모두 나가 대기했다.

병원 섭외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협력에 나선 곳이 바로 힐락암요양병원이다. 시나 시설에서는 와상환자에 대한 이송 및 치료를 전문적으로 담당하기가 어려운데, 요양병원 행정부원장이 직접 공항에 나가 앰뷸런스 이송 현장에 자리하는 등 여러모로 힘을 보탰다. 김 씨는 휠체어에 탄 상태로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고, 시가 몇 가지 상황을 확인하고 치료를 안내한 뒤 앰뷸런스에 태워 요양병원으로 이동했다.

시는 단순히 민간병원과 시설 등에 인계를 맡겨도 그만이었지만, 코로나19 시국인 만큼 입국자의 상황을 신속히 파악하고 안전하게 조치하려고 공항에 직접 나갔다는 설명이다. 김 씨가 은혜의집과 힐락암요양병원 관계자의 도움으로 무사히 병원으로 이동한 뒤 시는 곧바로 외교부에 입국자가 인수 처리된 사항을 문자로 고지하고 상황을 종결했다.

박은경 시 생활보장팀장은 "건강한 상태로 입국하는 시민도 아니고, 중병을 얻어 가족과도 연락이 닿지 않는 대상자라 무사히 입국해 회복하도록 최선을 다한 순간으로 기억된다"며 "최근 열심히 재활치료를 받는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모쪼록 빠른 시일 내 회복해 훗날 마중물처럼 도움을 전파하는 사례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힐락암요양병원서 재활치료 중
힐락암요양병원서 재활치료 중

# 시민 모두가 행복한 인천

김 씨의 입국은 지역 관계 기관과 시설이 협업해 무자력 중증환자인 인천시민에게 의료서비스 및 임시 주거를 지원하는 등 건강 회복과 생활 안정을 도운 사례로 남게 됐다. 특히 외국에 거주하며 위기에 처한 인천시민을 위해 원스톱 서비스 체계가 적기에 가동됐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은혜의집 문의를 받고 선뜻 협조에 나선 힐락암요양병원은 영종도의 유일한 요양·재활병원으로, 암 요양과 재활 등을 병행하는 165병상 규모의 시설이다. 힐락암요양병원에 따르면 당시 대상자 상태는 거동이 어렵고 편마비 증세도 있었지만 재활을 하면 충분히 회복이 가능한 수준이었고, 본인의 의지도 남달리 강했다.

현재 김 씨는 힐락암요양병원에 머물며 진료 및 치료를, 은혜의집에서 행정 및 사례관리를 받으며 생활한다. 입국 당시에는 전신의 움직임이 어렵고 간단한 단어를 얘기하는 정도였지만 현재는 지속적인 사례관리와 일대일 재활치료 덕분에 거동 및 의사소통이 모두 가능해졌다. 특히 이전까지 연락을 원치 않았던 가족과도 다행히 연락이 닿아 최근에는 병원에 김 씨의 동생이 다녀가기도 했다.

은혜의집 김명동 부원장은 "코로나19 시기에 중증환자를 입국시키고 치료를 이어가는 등 모든 절차가 결코 쉽지만은 않았지만 시와 서구, 병원, 외교부 등 모든 기관이 자기 일처럼 적극적으로 나선 덕분에 순조롭게 대처가 가능했다"고 회상한 뒤 "복합적 문제가 얽힌 상황에서 잘 해결돼 다행이고, 의미 있는 사례여서 더욱 뿌듯하다"고 말했다.

힐락암요양병원 정하림 부원장은 "우리나라가 선진국 수준의 자국민 보호대책을 가동 중이라는 점에서 감동받았고, 특히 이번 사례는 민간과 관계 기관이 적극 협동한 사례인 만큼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며 "대상자에게 적절한 치료를 제공한 재활의학과 팀에 감사하며, 앞으로도 맞춤형 치료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희연 기자 khy@kihoilbo.co.kr

사진=<은혜의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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