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필수불가결한 접촉을 뺀 만남을 자제하는 사회 분위기가 지난 2년간 이어졌다. 짧게나마 기지개를 켰던 활발한 대인관계는 다시 악화된 코로나19 확산세 탓에 움츠러들었다.

코로나19와 같은 재앙이 닥치면 이를 감내하는 무게는 신분이나 처지에 따라 큰 차이가 난다. 그나마 경제적·물리적 여유가 있는 계층에서는 조금이라도 피해를 줄이고자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는 반면, 힘들고 약한 계층은 고스란히 피해에 노출되기 십상이다.

코로나19가 만들어 낸 단절된 사회적 분위기 탓에 과거 남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인간미를 한껏 발산하던 자원봉사도 적잖은 영향을 받았다.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을 찾아가 따스한 손길을 한 번 내밀지 못하는 상황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어려운 상황에 처하고도 도움을 받지 못하는 이들의 고통은 배가됐다. 그렇기에 직접 얼굴을 마주치지 않고도 어려운 이들에게 온정을 전하고자 하는 이들의 상생을 위한 실천이 더욱 뜻깊게 받아들여진다. 

작은 정성이나마 사회를 밝게 하고자 언택트 봉사활동으로 상생을 실현하는 이들을 조명한다.

군포 자원봉사자들이 필수노동자를 응원하는 선물꾸러미를 들어보이며 웃었다.
군포 자원봉사자들이 필수노동자를 응원하는 선물꾸러미를 들어보이며 웃었다.

# ‘금손으로 거듭나다’ 핸드메이드 언택트 봉사

지난해 말 경기도자원봉사센터 주관으로 소아병동 환아의 심리적 안정을 위한 애착인형 만들기 활동이 전개됐다. 이 사업은 오랜 기간 병상에서 힘들게 병마와 사투를 벌이는 아이들이 심리적으로나마 안정을 찾도록 활동가들이 ‘애착인형’을 제작해 전달하는 봉사다.

봉사활동 희망자들의 신청을 받아 천, 바늘, 실, 솜, 설명서 등이 포함된 키트를 제공한 뒤 담당자가 온라인 줌(Zoom) 교육을 통해 봉사활동이 갖는 의미와 인형 제작 방법 등을 설명한다. 이후 봉사자들이 개별적으로 약 2주간에 걸쳐 애착인형을 만들면 완성된 애착인형을 아동일시보호기관 또는 소아병동 환아에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이전까지 기관을 방문해 직접적으로 봉사에 참여해 왔던 활동가들은 코로나19로 시설 방문이 제한되면서 봉사에 갈증을 느껴 왔지만, 봉사 대상자를 직접 만나지 않고서도 도움을 주는 애착인형 만들기에 참여하면서 큰 성취감을 얻었다고 했다.

활동가들은 처음 시도하는 탓에 핸드메이드 인형 제작에 애를 먹었다. 하지만 이도 잠시, 설명서와 제작 동영상을 보고 익히면서 나날이 발전하는데다 애착인형을 받아들고 안정을 찾게 될 아이들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갈수록 만족도도 높아졌다.

이렇게 만들어진 애착인형은 보호기관이나 소아병동 환아에게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미혼모들이 출산한 아이들에게까지 배달되면서 직접 만나지 않고도 훈훈한 정을 나누는 기폭제가 됐다.

또 다른 핸드메이드 비대면 봉사활동으로는 환경을 생각하자는 취지의 손수건 만들기 활동이 있다. 탄소중립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기와 맞물려 환경오염의 한 요소인 일회용 핸드타월 사용을 줄이자는 차원에서 착안한 손수건 만들기 활동은 경기도자원봉사센터의 온라인 강의를 이용해 다수의 활동가들이 참여했다. 애착인형 제작에 비해 난이도가 쉬워 가족단위로 참여하는 빈도가 높아졌다. 이 활동은 직접 제작한 손수건 중 한 장은 자신이 직접 사용해 본인 스스로 일회용 핸드타월 사용을 줄이고, 나머지 손수건은 기부해 다른 이들도 환경보호에 동참하도록 유도하는 캠페인적인 요소가 가미됐다.

이 밖에 시각장애 아동을 위한 점자촉각 인형 만들기 봉사활동도 도내 곳곳에서 진행됐다. 장애 인식 개선 활동의 일환으로 제작한 점자촉각 인형은 도내 시각장애 아동들에게 전달됐다.

수원시자원봉사센터가 고려인 한복 지원 사업을 펼쳤다.
수원시자원봉사센터가 고려인 한복 지원 사업을 펼쳤다.

# 기후·방역위기 대응 동참…내 집 앞서 하는 실천

최근 기후위기에 관심이 큰 MZ세대의 환경 관련 비대면 자원봉사활동이 높은 참여도를 보이는 가운데 경기도자원봉사센터 소속 경기도청년봉사단은 지난 한 해 다양한 기후위기 관련 활동을 전개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이 진행한 캠페인은 ‘지구를 쓰담쓰담’이라는 명칭의 환경보호 플로깅(조깅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것을 의미) 활동으로, 각자 거주하는 지역에서 시간이나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환경정화활동을 펼쳤다. 사전에 분리배출과 플로깅에 대해 줌을 통해 학습하고 자유롭게 토론하면서 참여자 간 활동을 공유했다. 청년봉사단 500여 명은 삶의 터전인 지구를 시민 참여로 회복하자는 의미를 부여하고 두 달여 동안 2천221건의 활동을 진행했다. 코로나19 상황을 감안, 단체 활동이 아닌 개별 활동 방식으로 각자 본인이 거주하는 곳 주변의 아파트나 상가, 공원 등에 버려진 담배꽁초와 일회용 컵, 비닐봉지 등 다양한 쓰레기를 주워 담았다. 플로깅은 환경도 보호하고 건강도 챙기게 된다는 점, 특별한 준비물이 필요하지 않고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쉽게 참여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비대면 자원봉사활동 분야에서 인기를 끈다. 

이 외에도 텀블러 사용하기, 사용하지 않는 플러그 전원 끄기 등 일상 속 환경보호 실천에도 힘을 보탰다. 특히 젊은 세대가 참여한 봉사활동이었던 만큼 자신들이 참여한 활동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적극 알림으로써 주변의 동참을 이끄는 긍정적인 효과도 가져왔다.

군포시에서는 지난 연말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필수적으로 대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필수노동자들에게 감사메시지와 응원키트를 전달하는 캠페인이 진행됐다. 청소년 100명은 이번 활동을 통해 비대면 분위기 속에서도 대면 업무를 수행하는 택배기사, 배달기사, 경비원 등 필수노동자들에게 전달하려고 응원키트에 마스크, 음료, 에너지바, 과자 등 간식을 채웠다. 또 메시지를 적은 엽서를 통해 감사의 마음도 전했다.

안양시자원봉사센터가 벌인 소아환자를 위한 애착인형 만들기는 봉사자들도 성취감이 커 인기를 모았다.
안양시자원봉사센터가 벌인 소아환자를 위한 애착인형 만들기는 봉사자들도 성취감이 커 인기를 모았다.

# 고려인 기부 위해 전국에서 모여든 한복

멀리 이국땅에 사는 우리 민족에게 국경을 넘어 따뜻한 정과 문화를 전하는 비대면 봉사활동도 지난 한 해 기대 이상으로 활발히 진행되면서 많은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수원시자원봉사센터는 지난해 중앙아시아 지역에 거주하는 고려인과 현지인들을 위해 기부받은 한복 240벌을 전달했다.

수원시자원봉사센터는 중앙아시아 고려인들이 한국문화와 전통을 체험하고 교육하는 데 한복이 부족하다는 현지 사정을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경기지부로부터 전해 듣고 지난해 6월부터 3개월간 한복 기부 캠페인을 전개했다. 애초 수원시민을 대상으로 캠페인을 시작했으나 SNS 홍보를 통해 전국으로 알려지면서 부산·목포·여수 등 전국 각지에서 한복을 보내왔다.

먼 타국에 있는 우리 동포들이 입을 한복이라 기쁜 마음으로 보낸다는 소감과 함께 결혼예복으로 맞췄던 한복, 자녀들이 입던 한복 등 소중한 추억이 깃든 한복들이 정성껏 기증됐고, 우리 문화를 배우고 익히려는 고려인들에게 뜻깊은 선물로 전해졌다.

임숙자 센터장은 "먼 이국땅에 사는 동포들을 위해 소중한 한복을 흔쾌히 기증해 준 시민들께 감사드린다"며 "시민들이 기부한 한복이 모국에 대한 긍지와 사랑이 남다른 고려인 동포들의 한국 전통문화 체험과 교육에 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정진욱 기자 panic82@kihoilbo.co.kr

사진=<경기도자원봉사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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