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 기흥구에 위치한 높은뜻하늘교회에서 한용 목사와 김다솔 목사가 포즈를 취했다.용인=홍승남 기자 nam1432@kihoilbo.co.kr
용인시 기흥구에 위치한 높은뜻하늘교회에서 한용 목사와 김다솔 목사가 포즈를 취했다.용인=홍승남 기자 nam1432@kihoilbo.co.kr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진 지 3년째에 접어들면서 우리 사회에서 ‘상생’이라는 단어는 점점 잊혀져 가는 느낌이다. 겨울철이면 지역사회를 돕고 상생이라는 목표 아래 이뤄지던 사소한 연탄 나눔조차도 이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이는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면서 선한 의도로 시작한 ‘상생’이 때로는 민폐가 되는 모순 탓이다. 특히 교회는 본의 아니게 코로나19와 오미크론 변이를 확산시키는 장소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다 보니 사람들의 신뢰를 잃었다. 

하지만 "희생의 종교, 사랑의 종교인 기독교를 믿는 교회의 인식이 좋지 않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선을 행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지역사회와 동행하는 교회가 있다. 용인시 기흥구 동백동 소재 ‘높은뜻하늘교회’가 그 주인공으로, 자그마한 실천을 통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미친다.

한용 목사(높은뜻하늘교회 담임)는 교인들도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교회 밖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까하는 측은지심으로 상생을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을 고안했다. 하지만 "많은 돈이 아니어도 괜찮을까", "어려운 사람은 많은데 누굴 도와야 하지"라는 또 다른 고민에 빠졌다. 

이내 "가까운 곳부터 실천하자"라고 마음먹은 한 목사는 우선 교회가 있는 건물(동백 훼미리프라자2)에 입주한 소상공인들을 돕기로 했고, 지난해 4월 ‘상생 프로젝트’를 계획했다. 

높은뜻하늘교회가 상생 프로젝트를 실시한 훼미리프라자 건물.
높은뜻하늘교회가 상생 프로젝트를 실시한 훼미리프라자 건물.

교회는 700만 원으로 건물에 입주한 요식업소에 대금을 선결제하고, 입점 직원과 교인들로 하여금 자유롭게 식사를 하도록 했다. 1인당 5만 원 이내에서 프로젝트에 참여한 어떤 점포든지 자유롭게 들어가 무료 식사가 가능했다. 

한 목사는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교인들도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교인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한 덕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물론 처음에는 업주들이 ‘전도’ 목적으로 다가온 줄 알고 반신반의했다. 프로젝트를 담당한 김다솔 목사는 "상생을 위해 좋은 목적으로 업주들을 찾아갔는데, 전도 등 다른 꿍꿍이가 있다고 느꼈는지 많이 경계했다"며 "시간이 갈수록 업주들이 진정성을 이해하고 참여했는데 매우 호평을 받았다"고 뿌듯해 했다. 

특히 그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사례를 몇 가지 소개했다. 건물에 입주한 약국 주인은 김 목사와 이번 프로젝트를 함께하면서 눈시울을 붉히며 고마워했고, 한 양식당은 처음에는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프로젝트에 참여한 다른 업주의 설득으로 결국 동참했다. 

힘들게 일하는 건물 관리사무소 직원들도 뜻하지 않게 식사를 제공받게 되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김 목사는 "프로젝트 때문에 자주 뵙다 보니까 정말 반가워하신다. 유튜브에도 이번 프로젝트를 공개했는데 알아보시고 좋아하시는 분들도 있다"며 "교인들도 식당에 찾아가 당당하게 교인이라고 밝히는 경우도 늘어났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교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걷어내고 신뢰를 되찾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했다. 

높은뜻하늘교회 사무실 전경.
높은뜻하늘교회 사무실 전경.

상반기 상생 프로젝트가 끝나고 지난해 12월 19일부터 올 1월 15일까지 하반기 상생프로젝트를 시작한 교회는 성공적인 상반기 프로젝트를 표본으로 삼았다. 

6개 점포가 참여했던 상반기와는 달리 하반기에는 총 10개 소상공인 업체가 신청했다. 그동안 입점 직원과 교인들로만 한정했던 수혜자도 관공서 직원까지 확대했다. 코로나19로 밤낮 없이 일하는 선별진료소와 소방서, 경찰서 직원들도 포함됐다. 

한 목사는 "하반기 프로젝트는 크리스마스에 맞춰서 준비했는데, 바우처 쿠폰으로 바꾸고 범위도 넓혔다"며 "상생 프로젝트는 단기적 관점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시작했기에 앞으로 점차 예산을 늘려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목사도 "원래 요식업체만 선정했는데 편의점에서도 참여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래서 하반기에는 더 다양한 업체에 도움을 주려고 선정 업체를 늘렸다"고 했다. 

한 목사는 "올해부터 교회에 ‘상생 프로젝트’라는 부서를 가동할 예정이고, 1천만 원의 예산을 책정해 뒀다. 추후 더 많은 예산을 확보할 생각"이라며 "상생 프로젝트 용도의 헌금을 따로 받아 교인들과 함께 좋은 뜻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실 그의 바람은 단순히 코로나19로 어려움에 직면한 지역사회를 살리기 위한 상생에만 그치지 않았다. 이전부터 ‘상생’, ‘지역사회 발전’을 꿈꿔 온 한 목사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보다 많은 교인들로 하여금 상생을 알게 하고, 그들의 삶 속에 ‘상생’이 녹아들길 바랐다. 

그는 "아파트 세탁소를 예로 들자면, 대다수 아파트 단지에는 세탁소가 많지 않다. 이는 단지 내 세탁소가 비싸 잘 이용하지 않아서 개업을 꺼리기 때문이다. 만약 주민들 전체가 단지 내 세탁소를 이용한다면 세탁소도 오래 운영하게 되고, 주민들도 급할 때 가까운 세탁소를 편리하게 이용한다는 장점이 있다"며 "무엇이든 희생이 담보되지 않으면 누구도 누리지 못한다. 이 또한 상생의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교인들에게 이런 예시를 얘기하면서 개인으로서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방안을 알려 준다. 기부를 하고 돈을 내는 일만이 구제와 상생의 방법이 아니다. 삶 속에서 행하는 여러 가지가 상생이다"라고 덧붙였다. 

한 목사의 바람이 하늘에 닿았을까. 아니면 목사와 집사들의 가슴을 울렸을까. 혹은 이번 기회에 ‘상생’에 도전해 보려는 마음이 꿈틀거렸을까.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목사와 집사들이 무려 6명이다. 한 목사와 프로젝트 담당자인 김 목사,정병권 전도사,김경나·김동현·심형진·정현주 집사가 바로 주인공이다. 이들은 다양한 상생 프로젝트 아이템을 제안·기획하는 일부터 운영 계획 수립과 관공서·업주들에게 사업 계획을 안내하고 협조를 요청하는 일까지 도맡았다. 

또 바우처 쿠폰을 만들어 관공서에 직접 나눠 주기도 했다. 남은 쿠폰은 교인들의 신청을 받아 감사와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싶은 사람들에게 전달했다. 

하반기 프로젝트를 준비할 당시 교회는 다른 교회나 단체와 공동 진행하는 방안을 놓고 고심했다. 

김 목사는 "많은 분들이 우리와 뜻을 함께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다른 교회나 단체에 권유하려 했으나 일이 커지면 오히려 그르칠 가능성도 있어 포기했다"며 "유튜브에 소식을 올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프로젝트를 알리는 이유는 다른 교회도 우리를 보고 실천했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높은뜻하늘교회 집사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한용 목사와 김다솔 목사.용인=홍승남 기자 nam1432@kihoilbo.co.kr
높은뜻하늘교회 집사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한용 목사와 김다솔 목사.용인=홍승남 기자 nam1432@kihoilbo.co.kr

한 목사도 "사소한 일이라도 시작이 중요하다. 더 많은 사람을 도우려고, 더 많은 예산을 마련하려고 일을 크게 벌이면 힘들어진다"며 "상생 프로젝트가 성공한 이유는 비록 적은 금액일지라도 대상이 바로 눈앞에 보이는 건물에 입주한 업주들이었다는 점이다.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은 많지만 가까이 있는 사람부터 조금이라도 돕겠다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했다.

상생 프로젝트를 꾸준히 이어갈 높은뜻하늘교회는 앞으로 코로나19로 나빠진 교회에 대한 인식 개선만을 숙제로 남겨 뒀다. 

한 목사는 "최근 우리 사회에서 나오는 교회에 대한 평가가 그동안 교회가 보여 준 모습 그대로다. ‘무너지기는 쉬워도 다시 쌓기는 어렵다’는 말처럼 교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쉽게 바뀌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선을 행하고 믿음을 보여 주면서 빈틈을 메워야 한다. 사회의 부정적 인식을 탓하며 교회가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과 다짐을 동시에 했다. 

그는 또 "오랫동안 교회가 ‘예배’라는 틀에 갇혔지만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대면 예배 문화가 거센 도전을 받게 됐다. 교회라는 특수성을 인정받느냐 아니면 사회와 보조를 맞추느냐 하는 문제"라며 "하지만 답은 간단했다. ‘희생의 종교’, ‘사랑의 종교’인 교회가 코로나19라는 위험천만한 상황 속에서 한 번 죽어 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도 했다. 

꾸준히 선을 행하면 언젠가는 교회에 대한 신뢰와 믿음을 회복하리라고 믿는 한 목사와 김 목사, 그리고 높은뜻하늘교회는 오늘도 어김없이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꿈꾸며 기도를 빼놓지 않는다. 

한편, 높은뜻하늘교회는 2008년 12월 높은뜻숭의교회에서 분립해 창립됐다. 한 목사는 2013년 11월, 김 목사는 2014년 1월에 들어와 8년 동안 호흡을 맞췄다. 

김재우 기자 kjw@kihoilbo.co.kr

사진=<높은뜻하늘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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