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영 검단탑병원 치과 과장
김지영 검단탑병원 치과 과장

"지금까지 양치질도 열심히 하고 나름대로 관리를 잘 해 왔다고 생각했는데 충격 받았어요." 

황모 씨는 최근 수치심을 느끼고 의기소침해졌다. 직장 동료에게 예기치 못하게 휴대용 가글을 선물받았기 때문이다. 근래 회사에서 대화하는 시간이 많아졌는데 입냄새가 난다고 이야기하기 어려웠던 동료가 가글을 선물로 전달한 것이었다. 

나름대로는 동료의 배려였지만 본인 입장에서는 부끄럽고 충격을 받아 치과에 검사를 받으러 왔다고 했다.

입냄새, 즉 구취는 고대 기록에도 언급됐을 만큼 긴 시간 인류를 괴롭혀 왔다. 

미국치과의사협회는 미국 성인의 25% 정도가 심한 구취를 느낀다고 보고했고, 우리나라 연구에서도 25.9%로 비슷하게 나타났다. 

구취 치료를 희망하는 사람은 이를 훨씬 상회하는 54.2%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구취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

구취의 원인은 다양한데, 그 중 90%는 구강과 관련돼 있고 그 외 호흡기, 소화기, 전신질환과도 관련 있다. 구강에서 유발되는 구취의 대부분은 휘발성 황화합물 때문에 생기며, 이는 미생물이 음식물 찌꺼기, 상피세포, 혈액 등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가장 많이 축적돼 있는 곳은 구강 원인 중 40%를 차지하는 혀의 설태이다. 설태는 음식 찌꺼기, 구강점막을 덮고 있는 조직의 죽은 세포, 세균이나 곰팡이 등이 혀에 남아서 축적된 것인데, 이것만 잘 관리해 줘도 구취의 절반은 줄일 수 있는 셈이다. 설태는 완전히 제거할 수 없고 계속 새로 생기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리가 필수적이다.

구취를 일으키는 두 번째 구강 내 요인은 잇몸질환이다. 잇몸질환을 일으키는 원인균이 구취를 유발하는 세균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충치, 치석, 치태, 부적합한 보철물 또한 구취를 발생시킬 수 있다. 구강건조감이 있으면 구취 발생률이 4배 증가한다는 연구도 있으며, 한국인들이 즐겨 먹는 마늘과 양파에도 구취를 유발하는 성분이 많이 들어 있어 유의할 필요가 있다.

호흡기나 소화기, 전신질환과 관련해서도 구취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구강 내 원인 제거만으로 해결이 안 된다면 관련 병원에 내원해 원인을 알아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구취 예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제대로 된 칫솔질이 중요하다. 치아뿐만 아니라 혀 안쪽까지 꼼꼼하게 닦아 줘야 하고, 치실이나 치간 칫솔을 이용해 치아 사이사이에 찌꺼기가 남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구강건조감을 느끼는 경우에는 물을 자주 마시고, 입안은 자주 헹궈 줘야 한다. 가글이 구취를 어느 정도 가릴 수 있지만 근본적인 치료는 아니고, 소금물로 헹구는 것 또한 삼투압에 의한 구강건조증을 유발할 수 있어 좋지 않다. 

따라서 최소 1년에 1~2회 치과에 내원해 구강검진 및 보철물 상태를 점검하고, 잇몸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스케일링과 잇몸 치료를 정기적으로 받는 것이 필수적이다.

<검단탑병원 치과 김지영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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