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은 원래 의대를 졸업한 수련의 1년 차를 지칭하는 명칭으로, 학교에서 배운 이론적인 부분을 실무에 적용하며 수련하는 의사를 말한다. 요즘은 기업의 정식 구성원이 되기에 앞서 현장에서 실무를 익히며 훈련받는 견습직원을 인턴이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대체로 고등학교나 대학교를 갓 졸업한 20대 청년들이 인턴이라는 이름으로 계약·고용된다. 수습기간 이후 정규직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는 만큼 구직자들에겐 취업을 향한 주요 관문으로 자리잡았다. 2015년 개봉한 영화 ‘인턴’은 제목에 걸맞게 취업준비생이 수련 과정을 통해 회사에 적응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다만, 해당 인턴의 나이가 70세라는 점이 특이하다.

의류쇼핑몰 창업 1년 반 만에 직원이 220명으로 늘어날 만큼 회사를 성장시킨 줄스는 30세의 젊은 여성 사업가다. 반면 은퇴와 사별 후 홀로 살아가는 70세 벤은 여행과 취미생활로 제2의 인생을 살아보려 하지만 삶이 공허하다. 그런 와중에 벤은 줄스가 운영하는 회사의 시니어 인턴십 공지를 보게 되고 지체 없이 지원서를 제출한다. 그렇게 70의 나이에 벤은 사장 줄스의 개인 인턴으로 출근하게 된다.

소속감을 느끼며 행복해하는 인턴과는 달리 사장은 고령의 어르신이 불편하기만 하다. 사실 시니어 인턴십은 회사 홍보 차원의 도구였을 뿐, 줄스는 인턴에게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벤은 사장이 업무를 주지 않아도 나름대로 회사에 적응하느라 분주했다. 컴퓨터와 SNS 환경을 익혀야 했고, 주변 동료들이 바쁠 때에는 사소한 것이라도 도울 수 있는 범위에서 열심히 도왔다. 직장생활 40년의 노하우와 따뜻한 친화력으로 벤은 새 직장에 적응해 갔다. 

한편, 갑작스러운 사업의 성장으로 회사 경영과 가정 사이에서 균형을 잡지 못하는 줄스에게 주주들은 전문경영인을 요구하고 나섰다. 누구보다 회사에 헌신한 줄스에게 그 제안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때 인턴 벤의 지혜가 줄스를 다독여 줬다. 벤은 삶과 직장생활의 선배로서 본인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늘어놓기보다는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주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파악해 대안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도움을 줬다. 그 결과 줄스를 비롯한 회사 사람들에게 벤은 단순히 나이도 많고 불필요한 사람이 아니라 묵묵히 지켜봐 주는 어른이자 멘토로서 자리잡게 된다. 줄스 또한 벤 덕분에 자신감이 생겼다며 전문경영인 없이 성숙해진 모습으로 CEO에 복귀한다.

2019년 영국의 BBC는 오늘의 단어로 ‘Kkonde’를 선정한 바 있다. 이 단어 꼰대는 ‘자신은 항상 옳고 남은 틀리다고 주장하는 나이든 사람’이라 부연했다. 영화 ‘인턴’에서 벤이 자신의 딸뻘인 줄스에게 "나 때는 말이야…"라는 훈계식 조언을 연발했다면 이 영화는 꼰대 영화로 불렸을 게다. 하지만 벤은 젊은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고, 나이를 앞세워 대접받으려 하지 않았다. 그는 나이와 상관없이 모두를 존중했고, 연륜을 통해 얻은 혜안을 지혜롭게 활용했다. 그런 벤에게서 복종을 강요하는 꼰대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시대가 변했고 인식이 달라졌다. 젊은 세대가 바라는 어른은 나이상의 연장자가 아닌 타인을 존중하고, 또 존경할 수 있는 사람에게서 찾는다. 영화 ‘인턴’은 진짜 어른의 모습을 보여 줬다는 측면에서 개봉 당시 큰 호응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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