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이후 현재까지 문재인정부가 실시한 추경은 총 9번으로 135조 원에 이른다. 이게 끝이 아니다. 다음 달에도 10차 추경이 편성·집행될 예정이다. 추경 횟수와 규모 모두 역대 정권과 비교할 때 압도적으로 많다. 올해 예산안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는 지난해보다 108조4천억 원 늘어난 1천64조4천억 원이다. 현 정부 출범(2017년 660조2천억 원) 후 404조 원 넘게 불었다. 이렇듯 역대 최대 규모의 빚을 내 가며 돈을 쏟아부었지만 경제 성적은 역대 최악이다. 그 중심에 무분별한 시장 개입이 있다.

최근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소개한 재임 시절 일화가 논란이 되고 있다. 문 대통령에게 부동산대책을 보고하는 중인데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다주택자 양도 차익 100% 과세’를 주장했다는 것이다. 김 전 부총리가 반대하니까, 배석한 비서관에게서 "대통령에게 항명하느냐"는 말까지 들었다고 한다. 그는 이런 일화를 전하면서 "(결국)대통령이 결정하는 게 많았다"며 시장을 무시한 규제 일변도 정책이 대통령 뜻이었음을 피력했다. 그렇게 나온 24번의 대책들이 부동산 참사를 낳은 건 주지의 사실이다.

정부가 개인의 선택에 개입하고 시장을 훼손하면 경제의 효율과 활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가격 ‘결정’뿐만 아니라 ‘과정’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경제에 관한 얘기를 할 때 문 대통령이 자주 언급해 온 게 혁신성장이다. 하지만 혁신은 정부가 만들지 못한다. 시장 원리, 즉 기업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부산물이 혁신이다. 반시장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혁신성장을 외치니 공허한 메아리로 끝날 수밖에 없다. 일자리도, 부동산도, 해법이 시장에 있다는 것을 간과한 게 실패의 원인이다. 

시장경제의 유지·발전이 지도자 한 명에 따라 얼마나 달라지는지 절감하게 되는 요즘이다. 대선 후보들이 주목해야 할 것도 이런 부분 아닐까 싶다. "시장을 혼돈으로 몰고 간 반시장 정책과 규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부터 고민했으면 한다. 구체적으로 부동산에선 전월세 상한제와 거래·보유를 어렵게 하는 징벌적 세제, 일자리에선 소득주도성장 정책과 온갖 노동경직성 규제가 그런 예일 것이다. ‘국민의 주거 안정과 양질의 일자리 회복’ 여부도 이런 시장 개입과 훼손을 얼마나 치유하느냐에 달렸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