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소장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소장

역사는 그 자리에 그대로 머물러 있지 않는다. 국면이 변했고, 정치가 변했고, 시대가 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대통령선거가 왜 낯설게 느껴지는지에 대한 이유다.

지금 대통령선거를 바라보는 많은 이들의 마음은 복잡하다. 코로나19의 폭풍이 3년째고, 올해는 팬데믹이 끝날 건가, 대선은 어떨까, 정권 교체의 구도만 변화가 있을 뿐 리더십과 전략 등 다른 것들은 낯설기만 하다. 다만, 몇 가지 진단서는 나와 있다.

우선 유력 거대 정당의 두 후보는 모두 국회의원 경력이 없다는 점이다. 이런 두 사람이 국무총리를 역임한 유력 후보와 정치 경력에 있어 비할 바 없이 화려한 후보를 이겼다. 이 사실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정치사회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과 거부가 국회 밖에서 새로운 리더를 찾은 것으로 이해해야 할까? 지금 세계적으로 정치지도자에 대한 기대는 ‘스트롱맨’이다. 스트롱맨은 대화의 조정과 합리성보다 결단과 추진력을 중시한다. 그리고 기존의 정당 내에서 지지보다는 정당 외부에 있는 시민사회의 지지에 기반한다. 그렇다고 현재의 유력 정당 두 후보가 스트롱맨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따라서 많은 이가 궁금해질 수밖에.

그 다음 우리에게 낯선 점은 지난 시대까지 정치적 균형의 중심축을 이룬 것은 계급과 이념이었다. 상황과 국면에 따라 지역과 세대 역시 상당한 영향을 미쳤지만 오늘의 대세는 기득권 세력으로부터 소외되고 배신당한 국민 전체를 정치적 주체로 받아들인다는 데서 특징을 찾을 수 있다.

우리는 지난 몇 년 동안 누가 기득권 세력인지에 대해 격렬하게 논의해 왔다. 진보 진영에서는 보수 세력, 즉 산업화 세력을 기득권 세력으로 봤고, 보수 진영에서는 586을 중심으로 한 진보민주화 세력을 기득권 세력으로 봤다. 이런 입장에서 양쪽은 한 치 양보 없이 상대를 공격하고 무력화시키려는 시도를 해 왔다. 자신들의 지지 세력에게만 메시지를 전하는, 이른바 편 가르기에 몰두해 왔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지난 10여 년간 공론장과 시민사회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 ‘탈진실’을 살펴봐야 한다. 탈진실 시대에는 정서와 신념이 진리와 도덕의 자리를 대신한다. 그 결과 공론장과 시민사회에서는 정서와 신념으로 무장한 정치적·사회적 집단주의가 강화되고, ‘정체성의 정치’가 나타났다. 이념·종교·젠더 등 자신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것들이 훼손되는 현실에 분노를 터뜨리고 저항하는 정체성의 정치가 기성 정치를 대체하고 있는 건 오늘날 전 세계적인 현상이자 각국에서 심각하게 바라보는 현실적 과제가 됐다. 이 정체성의 정치를 고려할 때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것은 ‘정치적 팬덤주의’의 진영 정치를 제대로 바라보고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면면을 바탕으로 생각해 보면 이제 어느 정도의 윤곽은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선거전에서 나타나고 있는 모습과 내부에 잠재한 내용을 합쳐 권력 교체, 세대 교체, 시대 교체의 네 가지 의미를 살펴보자는 것이다. 권력 교체의 서막이 열릴 것이다. 누가 되든 필연적 결과니까. 핵심으로 살펴볼 문제는 시대 교체다. 세계사적 변화가 초래되고 있는 오늘의 현실에서 이에 대응할 새로운 정치적 리더십의 주체적 역량은 과제이자 숙제이고 동시에 비할 바 없는 가치와 의미를 모두 품고 있다. 비관적으로 여길 일도 아니겠으나 낙관적으로만 바라볼 수도 없다. 마지막 승부가 눈앞으로 다가올수록 유력 후보들이 시대 교체의 주체적 역량을 선보일지, 아니면 표를 얻겠다는 얄팍한 계산에서 무분별하게 외부 인사를 영입하고, 막말이나 퍼붓고,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전에 매달려 정치적 행보의 갈지자 걸음을 계속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말이다.

이제 국민들은 두 눈 바짝 뜨고 지켜볼 것이다. 과연 미래의 희망까지는 아닐지라도 오늘에 우리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점들을 제대로 짚고, 세계의 부러움을 받는 나라로 도약하는 데 없어서는 결코 안 될 민주적 소양과 식견, 정책적으로 앞서 가는 노력을 하는 후보자가 승리의 월계관을 쓰고 시대 교체의 새로운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하게 될 것인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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