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걸 인천대 인천학연구원 상임연구위원
남동걸 인천대 인천학연구원 상임연구위원

계양산은 해발 395m로 강화의 산들을 제외하고는 서울 서쪽에서 가장 높다. 이 산은 고려시대 이 지역 명칭의 변화에 따라 ‘수주악(樹州岳)’, ‘안남산(安南山)’으로 불리다가 고려 후기 계양도호부가 들어서면서 ‘계양산(桂陽山)’이라는 이름이 붙어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 계양산에는 이 이름 외에도 ‘아우산’, ‘일기예보산’, ‘고성산(古城山)’, ‘이성(李城)’, ‘이성산(李城山)’ 등 다양한 별칭이 있다. 이렇듯 다양한 이칭과 별칭을 가졌다는 것은 계양산이 그 지역의 중심이며 상징적인 산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 중 ‘고성산(古城山)’, ‘이성(李城)’, ‘이성산(李城山)’은 이 산에 있는 계양산성과 연관된 별칭이다. 산의 명칭이 이곳에 있는 산성에서 유래됐다는 것은 계양산과 계양산성이 불가분의 관계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계양산성은 계양산 주봉의 동쪽 봉우리를 에워싸는 형상으로 축조된 퇴뫼식 산성이다. 「동국여지지(東國輿地誌)」, 「증보문헌비고(增補文獻備考)」 등의 문헌에 따르면 계양산성은 삼국시대 때 축조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한성백제 시기의 목간과 통일신라시대의 인화문 토기 등 10여 차례의 학술조사를 통해 발견된 유물을 보면 거의 사실인 듯하다. 이런 관계로 관련 지자체는 시 기념물 제10호인 계양산성을 복원해 국가지정문화재로 등록하려고 했다. 오랜 도전 끝에 마침내 계양산성은 2020년 5월 국가지정문화재 사적 제556호로 지정됐으며, 이에 맞춰 계양산성박물관도 개관했다.

계양산성박물관은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 공립박물관 건립 지원 대상에 선정, 국비 등 총 95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돼 건립됐다. 전국 최초의 산성 전문 박물관으로 계양산성을 비롯한 우리나라 산성의 발달사와 계양의 역사·문화를 한눈에 살펴보기 위한 목적으로 2020년 5월 28일 개관했다. 계양산성박물관은 총면적 1천998㎡에 지하 1층·지상 2층 규모로 기획전시실과 수장고, 교육실 등 다양한 전시와 교육 프로그램을 수행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계양구 최초의 공립박물관이다. 

그런데 이 산성박물관이 민간에 위탁된다는 소식이다. 한 지역신문의 기사에 따르면 계양구는 박물관 운영의 효율화와 관람객 이용 활성화를 위해 계양산성박물관의 운영을 민간에 위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개관한 지 채 2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나온 민간위탁 소식에 의아함이 드는 것은 비단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개관 이후 관람객 숫자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라는 위탁의 이유가 더욱 의아함을 자아낸다. 개관 이후 창궐한 코로나19 변수를 고려하지 않은 성급함 때문이다. 게다가 현재 근무하는 직원에게조차 민간위탁 추진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기사에는 의아함을 넘어 분노까지 느끼게 한다.

그간 공립박물관의 민간위탁 운영은 다양한 형태로 시도됐다. 성공한 사례도 있지만 실패한 사례도 만만치 않다. 지자체 운영과 민간위탁 운영의 장단점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민간에 위탁해 운영하게 된다면 전문성 있는 인력 영입이 가능해 공무원조직의 경직성 및 비전문성을 극복할 수 있다. 그리고 기부금 모집, 식당 임대료 수입이나 편의시설 확충 운영에 따른 수익 창출 등을 통해 재정 확충이 쉽다. 하지만 이런 민간위탁의 장점은 반대로 단점이 될지 모른다. 왜냐하면 수입 창출이 용이하지 않을 경우 재정 부족에 따른 운영 부실로 이어질 수 있고, 전문인력 채용이 어려워져 파행적 운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박물관 운영의 책임소재가 불명확하다는 점, 민간과 지자체 간 이원적 운영에 따른 비효율성 등 지자체의 지나친 규제로 민간수탁기관의 자율성이 제약된다는 점 등은 민간위탁의 단점이다.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을 수 있는 박물관의 민간위탁은 단시간에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충분한 논의를 거쳐 의견을 모으고, 민간위탁으로 일어날 단점들을 최대한 해결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을 때 실행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선행돼야 할 것은 현재 근무하는 직원들과의 소통이다. 그들에게는 이것이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계양구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해 본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