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현우 보건학 박사/(전) KOICA 보건자문관
한현우 보건학 박사/(전) KOICA 보건자문관

현재 인류는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다. 아날로그가 완행열차라면 디지털은 초고속 열차다. 한 나라의 정치, 사회, 경제적 리스크가 이웃 나라에 신속히 파급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교통의 발달로 아시아·아프리카 등 각국에서 발생하는 감염병이 이웃 대륙으로 하루 만에 전파되고 있다. 2019년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19는 물론 사스, 지카바이러스 등이 대표적이다. 열대지방의 날씨는 건기와 우기로 구분되는데 무덥고 비가 많이 내리며 뎅기열, 말라리아 등 열대질환이 수시 발생한다. 지구촌은 한 가족이다.

우리나라에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 국제보건의료재단(KOFI), World Vision, 종교단체 등 다양한 해외 봉사단체가 있다. 코이카의 경우 코로나19가 유행 중임에도 2021년 12월 현재 43개국에서 665명이 봉사활동 중이다. 봉사하는 데 참고해야 할 사항은 첫째 수원국이 원하는 사업이어야 한다. 선진국에 필요한 사업은 후진국에도 필요한 사업이라고 간과하는 것은 실패하기 쉽다. 많은 단체들이 캄보디아에서 우물 파기 사업을 했으나 물에 비소가 많이 포함돼 있고 사후 관리가 되지 않아 실패했다. 

둘째, 사업 수행 전에 타당성 조사를 해야 한다. 현지 주민들을 대상으로 조사사업을 실시할 수도 있다. 셋째, 물고기를 잡아 주는 것보다 물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 줘야 한다. 단순하게 물자를 지원하는 것보다는 자립할 수 있는 기술을 전수해야 한다. 넷째, 후원국에서 예산, 기술 지원 등 가능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 다섯째, 지속적으로 지원 가능한 사업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여건에 적합한 사업계획을 수립·시행해야 한다. 

필자는 2015년도에 1년간 캄보디아 교육청소년체육부에서 자문관으로 파견돼 보건정책 수립과 자문, 질병 역학조사, 세미나, 보건교육 등 다양한 사업을 수행했다. 열악한 현지 여건 때문에 신변안전이 우선이었고, 활동 시에는 현지 공무원들의 협조가 필요했다. 교육이나 회의 시 식사 제공은 물론 교통비를 별도로 지급해야만 했다. 여성단원 대부분은 휴대전화를 소매치기 또는 강탈당했다. 휴대전화 1개는 약 3개월분의 월급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교포가 운영하는 ‘가빈’에서 숙식했으며, 주말에는 ‘프놈펜 한인교회’에 출석해 교민들에게 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얻었다. 질병이나 사고로 어려움을 당하는 단원들도 있었다. 바탐방에서는 무면허 의사가 오염된 주사기로 마을 주민에게 주사한 결과 212명의 주민이 에이즈에 감염된 사고가 발생했다. 

직원들은 한국의 발전상을 직접 확인한 후 발전 모델로 삼고 싶어 했다. KOICA, UNICEF와 WHO 등 국제기구의 지원으로 교육청소년체육부 차관 일행 21명은 2015년 11월 14일부터 8박 9일 동안 동안유치원·신영초·염창중·창덕여고와 대학교(서울의대·연세의대)를 견학했고 교육부(서울시교육청), 보건복지부(질병관리본부)와 새마을운동중앙연수원을 견학했다. 

그 밖에도 코이카, UN 등 국제단체, 미국 등과 협력해 콩고민주공화국의 열대질환 퇴치계획을 수립·지원했다. 동티모르는 내전이 종결되지 않아 생활은 물론 보건위생 수준이 열악하고 결핵 유병률이 높은 국가이다. 코이카의 지원으로 대한결핵연구원과 협력해 결핵관리센터의 설립·운영을 지원했다. 

캄보디아에 파견된 노시출 자문관은 현지 정부의 숙원사업인 새마을사업을 성공리에 추진했고 이원배·박준근 자문관은 왕립농과대학에서, 유상 자문관은 바탐방 농과대학에서, 김상훈 자문관은 NTTI에서 교수로 활동했다. 코이카 캄보디아 사무소는 서울대학교 보라매병원의 기술지도 하에 Batheay병원을 설립·운영했다. 그 밖에도 캄보디아에 파견된 자문단과 봉사단원 100여 명은 학교보건교육, 컴퓨터교육, 태권도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다. 라오스에 파견된 이상수 자문관은 파견 당시 96%의 기생충 감염률을 39%로 감소시켰다. 각국에 파견된 봉사단원들은 그 공로로 현지 정부로부터 포상을 받았다. 

개발도상국을 후원한다는 것은 지금은 이익이 되지 않을 수도 있으나 미래에 대한 투자이다. 또한 현지에 거주하는 우리 교민의 건강 보호는 물론 질병의 국내 유입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하다. 지구촌 이웃 마을을 우리가 지키며 상부상조한다는 신념으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지구촌의 파수꾼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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