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국 인하대 문화콘텐츠문화경영학과
백승국 인하대 문화콘텐츠문화경영학과

코로나 변이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3월까지 전 세계 모든 사람이 오미크론에 한 번은 노출될 수 있다는 전문가의 예측도 있다. 끊임없이 변신하는 바이러스로 예측 불가능한 세상이 열리고 있다. 오미크론 수치가 정점을 찍고 있는 유럽에서는 카뮈의 「페스트」가 역주행하고 있다. 1947년 출간한 「페스트」를 다시 읽고 공감하는 열풍이 불고 있다. 

75년 전에 출간한 「페스트」에 사람들이 공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염병으로 일상생활이 망가진 사회의 모습이 오늘날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또한 바이러스 권력으로 국민의 일상을 통제하는 정치적 행태도 동일하다. 무엇보다도 일상을 자유롭게 선택하던 국민의 권리가 박탈당하는 모습이 유사하다. 도시를 봉쇄하고 식당과 카페의 자유로운 출입을 통제하는 선택의 권리가 사라진 부조리 사회에 공감하고 있다. 더 나아가 국민의 선택권을 억압하는 사회 시스템을 부조리 사회라고 규정한 카뮈의 부조리 철학에 동조하고 있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2022 대선이 국민의 자유로운 선택권을 박탈하고 있다. 비호감도 40%가 넘는 여야 대선 후보 중에 한 사람을 선택해야만 하는 부조리한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두 후보의 대선 공약 중에서 20개가 넘는 공약이 유사하다. 부동산, 청년, 노인, 복지, 장애인, 반려견 분야 등에는 판박이 공약이 난무하고 있다. 공약을 아침에 발표하고 저녁에 철회하는 거대 여권 후보의 가벼운 모습에 진정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대선 후보의 비전과 철학이 담긴 차별화된 공약을 찾을 수가 없다. 공적 영역의 공약 검증보다 사적 영역인 녹취록의 진정성을 검증하라는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공영방송의 기능을 망각한 방송사는 사전에 기획 제작된 사적 인터뷰를 송출해 정치적 편향성을 거리낌 없이 노출하고 있다. 또한 좌우의 진영 논리로 사적 영역의 담론을 확산하고 재해석하는 정치인들의 프레임 싸움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프레임(frame)은 유권자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생각의 도구이다. 2022 대선은 정치인들의 프레임 전쟁으로 치닫고 있다. 그들은 프레임으로 대선 후보의 도덕적 자질과 가족의 부정적 이미지를 조작하고 덮을 수 있다는 착각을 하고 있다. 그래서 2022 대선은 욕설, 도박, 무속, 범죄, 검찰, 안보, 공정, 대장동 등의 프레임으로 네거티브 공세가 판을 치고 있다. 네거티브 정책으로 지칠 대로 지친 유권자의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고 악의적 프레임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유권자가 원하는 대선 후보의 비전과 철학을 검증하는 과정은 사라지고, 노출된 사건의 진실과 거짓의 진위를 식별하는 과정은 요원하다.

유권자의 자유로운 선택권은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아이콘이다. 대선 후보를 고른다는 것은 인생의 경험과 선별적 정보의 취사선택으로 결정하는 자유로운 선택권이다. 분명한 것은 선택에 따라 결과가 결정되고, 아무도 선택의 결과를 회피하거나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올바른 선택이 중요하고, 좋은 선택을 결정하는 유권자의 평가지표가 필요하다. 자신이 선호하는 정치적 이데올로기, 정책 공약의 진정성, 대선 후보의 도덕성 등을 측정하는 평가지표가 대선 후보를 선택하는 순간에 작동하기 때문이다. 

세계 역사에서 늘 중립을 지키며 국익을 챙기고 있는 스위스는 유권자의 선택권을 스위스 칼에 비유하고 있다. 스위스 칼을 소유하거나 소유하지 않는 것이 선택권이며, 산악지대에서 칼의 소유는 삶의 생과 사를 보장하는 생존의 선택이라는 것이다. 다른 어떤 선택보다 대선 후보의 좋은 선택은 국익과 연결되고, 개인의 안정된 삶을 보장하는 중요한 선택이다. 정치권의 네거티브 공세와 편향된 언론의 갈라치기 보도가 나쁜 선택을 유도하고 있지만, 선택의 책임은 온전히 우리에게 돌아온다. 현명한 선택을 위해서는 정치인의 프레임 전쟁과 네거티브 공세를 멈추고, 대선 후보의 공약 검증이 자유로운 정치적 분위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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