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모 경인여자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박정모 경인여자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며칠 전 한국 경제의 국제신용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무디스, 에스앤피, 피치사 평가에서 모두 더블에이 이상을 받았다. 

국제신용등급이 일본보다 두 등급 위의 신용으로 평가됐다. 대만이나 홍콩보다도 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평가는 코로나19를 경험하기 전과 후로 한국에 대한 국제적 인식이 달라지는 것 같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선진국의 대응을 보면서 미숙함에 놀라고 우리나라의 대응에 자랑스러웠다. 우리가 상상했던 선진국이 정말 맞는 것인지 혼란스러웠다.

코로나19는 한국을 세계에 제대로 알려준 기회가 된 것 같다. 동쪽에 크게 알려지지 않던 한국이라는 나라가 감염병 대응의 탁월함에 선진국들이 한국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감염병 대응에 따라 경제하락의 폭이 다른 나라에 비해서 적었으며 오히려 진단키트와 보건의료 제도와 기술에 대한 수출이 증가했다. 지난해는 코로나19 유행상황에도 불구하고 12개월 내내 수입보다 수출이 더 많았다.

경제성장은 이뤘으나 그만큼 다른 분야의 성장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을 국제적인 평가에서 보여주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미흡하게 점수가 낮은 것은 거버넌스 지수다.

우리나라의 정치적 안정성이 OECD국가 37개국 중에 30위, 정치 사회 행정 불안정지수는 OECD 34개 국가 중 27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것이 세계 10위권에 속하는 경제 강국의 나머지 부분에서 받고 있는 성적표다. 

거버넌스 지수는 정치, 사회, 행정을 모두 평가하므로 사회 전반적인 시스템이 안정적이어야 이 부분이 높아질 것이다.

우리나라가 경제 강국 10위권 내에 진입했다고 해도 다른 부분에서는 우리 사회가 경제적 선진국에서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이 아닌 것이 많다. 품위 있는 선진국으로 인정받는 것은 경제적인 부(富)만으로는 국제적으로 인정해주기 어렵다는 것을 통계로 확인하고 있다. 

‘눈 떠보니 선진국’의 저자 한태웅 한빛미디어 이사장은 그의 저서에서 여러 가지 우리나라의 문제를 진단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제언을 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선진국을 ‘잘 닦아놓은 고속도로에서 맨 앞에 달리는 것이 아니라 도로가 끊긴 곳에서 가야 하는 것’으로 정의 내리고 있다.

우리는 지금 앞에 길이 없는 맨 앞에 서 있다. 여태까지는 앞서간 국가의 사례를 보면서 적절하게 모방하고 변형하면 됐지만 이제는 그럴 수가 없는 지점에 있다.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해결해야 하는 모든 과제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정의하는 것을 배우지 않았고 훈련하지 않았다. 우리의 교육은 이미 정해져 있던 정답을 주입하면 효과가 있었다. 우리나라가 교육열이 높아서 문맹률이 가장 적은 나라로 알고 있지만 OECD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실질문맹률이 2017년 75%에 달해서 22개국 중에서 가장 낮았다. 실질문맹률은 문장을 읽었는데 그 의미를 파악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실질문맹이 높은 사람은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한태웅 씨는 문장을 보고 독해하는 능력이 부족해져서 생기는 폐단으로 가짜 뉴스를 구분하지 못하고 사실로 오해해서 퍼 나르는 것을 지적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중장년층으로 갈수록 실질문맹률이 높아진다고 했다.

대선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어느 후보가 우리 국민을 선진국 반열에 머무르게 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지에 대한 판단을 한 달 정도 남겨두고 있다.

이번에는 특히나 뉴스가 정말 정확한 사실에 근거해 제시하고 있는지 판단을 잘 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임인년에 좋은 소식은 품위 있는 선진국을 만드는데 이끌어 갈 수 있는 대통령이 선출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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