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현린 주필
원현린 주필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선거일이 목전에 다가왔다. 하지만 여전히 후보 진영 간에는 상대 후보와 가족들의 과거 약점과 비리만을 들추고 캐내는 인신공격성 네거티브 공방만을 주고받는다. 가뜩이나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국민들은 내일의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며 실의에 잠겼다. 어느 후보 하나 국가 미래비전을 담은 ‘대한민국 국민에게 고함’이라는 연설문 하나 작성·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각 진영에서 내놓는 정책들마다 예산을 염두에 두지 않은 황당한 공약들이다.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의 전형이 아닐 수 없다. 국민의 무게가 그렇게 가벼운 것이 아니다. 유권자들은 이를 ‘공약(空約)’이라 칭한다. 

‘수신제가치국(修身齊家治國)’은 예나 이제나 옳은 문구다. 후보에 따라 드러나는 흠결의 정도 차이는 있지만 갈수록 가관이다. 작금에 전개되는 선거전은 마치 ‘배우자 대전(大戰)’을 방불케 한다. 

어느 후보의 배우자가 당선 후 영부인(領夫人)으로서의 능력과 자질이 엿보이고 훌륭한가가 아니다. 오직 누가 더 하자(瑕疵)가 많은가이다. 털어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는 말도 있지만 정도의 문제다. 어쩌면 그렇게도 선행·미담 소식 한토막 들려오지 않고 하나같이 추잡한 과거사들만의 점철인가. 

결정적 잘못이 드러나면 그때마다 후보는 허리를 굽혀 가며 "죄송하다, 불찰이었다"라는 사과의 연속이다. 이도 아니면 ‘과거를 묻지 마세요!’다.

‘취모구자(吹毛求疵)’라는 말이 있다. "털을 입으로 불어가며 그 속에서 허물을 찾아낸다"는 말이다. 「한비자(韓非子)」에 나온다. 한비(韓非)는 군도(君道)를 논하면서 "하늘의 이치를 거스르지 아니하고, 사람 고유의 성정을 해하지 아니하며, 털을 불어 헤쳐 가면서 작은 흠집을 찾아내는 것 같은 짓은 하지 아니하며, 때를 씻어 그 끝에 있는 알기 어려운 흠 자국을 살피는 것 같은 짓도 하지 아니한다. 목수가 먹줄 밖에까지 끌고 가지도 아니하고, 안으로 밀고 가지도 아니하는 것처럼 법의 범위 외에는 죄를 서둘지 아니하지만 법의 범위 안에서는 죄를 늦추지를 아니함으로써 일정한 이치를 지켜서 자연에 맡긴다"고 했다. 

사마천(司馬遷)도 「사기(史記)」 귀책열전(龜策列傳)에 공자(孔子)의 "황금에도 흠이 있고 백옥에도 티가 있다. 마찬가지로 사람에게는 잘하는 점도 있고 못하는 점도 있다. 어떻게 하는 것이 모두 옳을 수 있으며 사물 또한 완전할 수 있겠는가?"는 말을 전제하고 있다.

오늘도 대선 후보 진영마다 상대방 측 터럭 사이를 불어 헤치고, 몸 구석구석 때를 세게 밀어 대며 흠 찾기에 분주하다. 이러한 과정에서 거짓을 퍼트리는 것도 불사한다. 아니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내 터럭 속은 안 되고 상대방 털 속은 훅훅 불어 파헤쳐야 한단다. 이를 보고 듣는 국민들은 진절머리가 난다. 

여전히 국정철학이 안 보인다. 국가의 장래에 대한 비전 제시와 국민을 안심시킬 정책공약은 선거가 끝난 후 내놓을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나간 숱한 역대 대선처럼 당선만 되면 그만이란 말인가. 어제도 오늘도 진영 간 진흙탕 싸움은 멈출 줄을 모르고 여전하다. 오늘의 난국은 모두가 상대 진영 탓이라 한다. "내 탓이오!"하고 반구제기(反求諸己)하는 후보가 있다면 그쪽에 표를 몰아 주고 싶다. 

우리는 완벽에 가까운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출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 헌법은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이며, 외국에 대하여 국가를 대표한다.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영토의 보전·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 대통령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진다"라고 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상기와 같은 막중한 책무를 지는 자리다.

동법은 제1조에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선언하고 있다. 국민이 면접관이다. 모쪼록 탁월한 능력과 높은 수준의 품성과 자질을 갖춘 후보가 대통령으로 선출되기 바란다. 어느 때보다 유권자의 혜안(慧眼)이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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