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부터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한국 드라마의 전 세계적인 인기 행진이 계속된다. ‘오징어 게임’, ‘지옥’에 이어 지난달 29일 공개된 좀비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도 시작과 동시에 TV쇼 순위 1위를 차지했다. 오늘 소개하는 영화 ‘돈 룩 업(Don’t look up)’ 또한 지난해 마지막 주 넷플릭스 영화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한 작품으로 대중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 작품들의 공통점은 최다 시청률 기록과 함께 디스토피아적 현실을 그렸다는 사실이다. 영화 ‘돈 룩 업’은 에베레스트 산 크기의 혜성이 지구에 돌진하는 위기상황을 그린 작품이다. 그러나 몇 명의 과학자를 제외하면 누구 하나 그 사실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금전적 이익이나 인기, 정치적 선동에 휘말려 진실을 회피한 상황이 낳은 결과를 블랙코미디로 그린 이 작품은 여러 지점에서 오늘의 우리 사회를 돌아보게 한다.

미시간 주립대학에서 박사 후 과정 중인 대학원생 케이티는 새로운 혜성을 발견하고 기뻐한다. 그러나 머지않아 담당 교수 민디와 함께 커다란 혜성의 궤도가 정확히 지구를 향해 돌진하고 있음을 파악한다. 남은 시간은 약 6개월. 인류 멸망을 막기 위해 두 과학자는 NASA에 이 사실을 보고하고, 이어 백악관으로 향한다. 그러나 뜻밖에도 백악관은 그러한 사실이 곧 있을 중간선거보다 중요하지 않다고 파악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 결국 스스로 대중에게 알리기로 결심한 케이티와 민디 교수는 아침 뉴스 프로그램에 소개되지만 뉴스 진행자는 대단하지 않은 소식 취급을 한다. 혜성의 충돌보다는 유명 연예인의 연애 소식이 더 큰 비중으로 보도되고, 대중 또한 연예 뉴스에 훨씬 큰 관심을 보인다.

그러다 대통령이 스캔들에 휩싸여 지지율이 폭락하자 백악관은 두 과학자를 급하게 불러들인다. 지지율 전환을 위해 ‘지구를 멸망의 위기에서 구할 대통령’이란 이미지를 만들어 혜성 충돌을 선거 캠페인에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핵폭탄을 실은 위성 20여 대를 동시에 발사해 혜성의 궤도를 바꾸겠다는 야심 찬 계획은 그러나 발사 당일 수정된다. 그 이유는 혜성이 돈이 될 비싼 광물질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거대 기업과 손잡고 혜성이 지구 근처에 진입했을 때 이를 30조각으로 분해해 광물질을 활용할 계획을 다시 세운다. 이런 엉터리 촌극 속에서 여론은 두 갈래로 나뉘어 서로를 비난하고, 미디어는 시청률을 위해 지구 종말을 웃고 떠드는 가벼운 이야기로만 다룰 뿐이다.

영화 ‘돈 룩 업’은 지구 종말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을 인류가 슬기롭게 극복하는 류의 희망을 담은 작품이 아니다. 그보다는 가짜 뉴스, 진영논리, 정치혐오를 향한 조롱과 냉소로 채워졌다. 특히 다가올 종말 상황에서도 재난을 이용해 눈앞의 선거만 신경 쓰는 파렴치한 정치인, 금전적 이익만을 탐하는 양심 없는 거대 기업, 자극적인 이슈로 종말을 소비하는 무책임한 미디어, 양극단의 진영 논리에 매몰돼 소통이 불가능한 대중의 모습을 비판적으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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