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구 인천광역시 환경특별시추진단장
장정구 인천광역시 환경특별시추진단장

점심 식사 후 인천시청 옆 중앙공원을 산책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봄·여름·가을·겨울 계절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 주는 중앙공원은 연결성이 강화되면서 시청 공무원뿐 아니라 인근 주민들이 자주 찾는다. 중앙공원은 1980년대만 하더라도 무허가 판잣집, 공장 가건물, 야적장 등이 혼재돼 있던 곳이다. 공원 조성 과정에서 적지 않은 논란이 있었지만 지금은 많은 시민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많은 예산을 투입한 인천대공원도 마찬가지다. 

인천은 임해공업도시로 시작됐다. 대규모 산업단지만도 10개가 넘는다. 대부분 노후했고 열악하다. 그나마도 산업단지는 체계적으로 관리가 이뤄지고 있지만, 서구에는 난립한 공장들이 여전히 적지 않다. 악취와 대기오염물질, 폐수 등의 배출 관리가 날로 강화되고 지도·단속도 지속되고 있지만 주변 지역의 생활환경이 열악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인천에서는 맑고 신선한 공기를 공급하며 시민들의 휴식공간이 되는 공원과 녹지가 더욱 필요하다. 서구의 석남녹지도 산업단지와 주거지를 분리하는 완충녹지로 조성했지만 지금은 도시숲으로 지역주민이 공원으로 이용하고 있다.

인천에는 한남정맥이라고 하는 자연녹지가 있다. 한반도의 등줄기인 백두대간에서 갈라진 한남정맥은 인천에서 소래산(성주산)~만월산~원적산~천마산~계양산~가현산으로 이어진다. 그런 한남정맥이 계양산에서 가현산까지 서구 구간에서 유독 희미한 선형이며 단절 구간이 많다. 한남정맥의 마루금(능선)까지 대규모 개발사업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인천은 개발과 확장을 하면서 녹지축이나 생태축에 대한 고민, 살고 싶은 도시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인구 300만 명의 인천, 살고 싶은 도시, 쾌적한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이제부터는 개발사업 시 자투리 공간에 공원녹지를 남기는 방식이 아닌 도시계획의 큰 틀에서 공원과 녹지축을 고민해야 한다.

인천 환경문제의 절반 이상이 서구에 몰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도권매립지를 비롯해 발전소와 산업단지 등. 그런 서구에 신도시들이 들어서고 있다. 검단신도시에 빼곡하게 아파트가 올라가고, 수도권매립지 입구 한들지구에도 아파트가 솟고 있다. 한들지구만도 4천 가구, 1만2천 명이 입주 예정이다. 검단1구역, 검단5구역, 왕길1구역, 왕길3구역 등 도시개발사업이 줄을 잇고 있다. 그런 지역 지척에 산업단지가 있다. 검단일반산업단지, 검단천 건너 김포 학운리에는 학운산업단지, 양촌일반산업단지가 입주했고 또 가동을 앞두고 있다. 산업단지 옆 대규모 주거지역, 생활환경 관련 집단민원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인구 330만 명을 목표로 하는 2040 인천도시기본계획이 도시계획위원회를 통과했다. 목표인구에 대해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서구의 인구가 증가할 것이라는 데에는 큰 이견이 없어 보인다. 그런 서구의 좀 더 적극적인 환경도시, 살고 싶은 도시를 계획해야 한다는 데에도 이견이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2040년 서구가 난개발의 상징이 아닌 긴 안목으로 공공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물론 주민수용성도 고려해야 한다. 인천연구원은 이미 2008년 검단지역 종합개발구상연구에서 인천북부권 녹지 연계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30년 전 수도권매립지가 서구에 위치했다. 매립지 주변 지역의 환경 개선을 위해 특별기금을 조성했지만 주변 지역의 생활환경은 나아지지 않았다. 환경도시로의 공원녹지계획이 수립되지 않는다면 2025년 수도권매립지가 종료되더라도 주변의 열악한 환경이 나아질 것이라 보장할 수 없다. 바로 산업단지들과 난립한 공장들 때문이다. 적극적인 도시계획, 환경적인 도시계획이 서구에서 필요한 이유다. 

기후변화시대 인류의 생존을 위해서도 탄소흡수원으로, 또 폭염과 폭우를 대응하는 공간으로 공원과 녹지는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살고 싶은 도시, 환경특별시 인천의 서구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숲이자 정원 같은 공원녹지가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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