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십대에게 유튜브보다 애용되는 앱이 있다. 16세 미만 청소년의 55% 이상이 가입했으며 누적 이용 306억 시간, 월 방문자 수 2억200만 명으로 집계된 ‘로블록스’다. 로블록스는 이용자가 직접 다양한 게임을 개발해 수익을 올리는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이다. 지난해 10월 페이스북의 CEO 저커버그는 자신의 회사가 메타버스 기업으로 인식되길 바란다며 회사명을 ‘메타(meta)’로 변경할 만큼 메타버스는 화제의 키워드가 됐다. 메타버스(Metaverse)란 가상을 뜻하는 ‘메타(meta)’와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우리가 사는 현실과 같은 사회·경제·문화활동이 이뤄지는 가상 세계를 의미한다. 이는 1992년 미국의 소설가 닐 스티븐슨의 SF 소설 「스노 크래시(Snow crash)」에서 처음 언급했다. 다방면에서 많이 사용되는 용어지만 메타버스가 여전히 모호한 느낌이라면 2018년 개봉한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이 길잡이가 될 수 있다. 이 영화는 메타버스 속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2045년 식량 파동으로 황폐해진 세상. 어려서 부모를 잃은 웨이드 와츠는 컨테이너를 쌓아 올린 빈민촌에서 산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 삭막한 현실에서 벗어날 유일한 탈출구는 오직 가상 현실 게임인 ‘오아시스’에 접속해 새로운 자아로 살아가는 것뿐이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학교를 다니고, 돈도 벌고, 교제도 하고, 휴가를 즐긴다. 고글과 유사한 스마트 글래스를 착용하고 촉감을 느낄 수 있는 햅틱 수트를 입고 트레드밀을 걸으며 가상 세계에 접속하면 시각·청각·촉각이 결합된 가공의 세상은 현실과의 경계가 흐려지며 오히려 현실을 압도한다. 불우하고 가진 것 없는 웨이드도 가상 세계에서는 전사 퍼시발이 된다. 누구든 접속하면 자신이 상상하는 모습이 돼 원하는 것을 이루게 된다. 때문에 삶의 이유와 의미를 찾을 공간이 바로 게임 세상인 ‘오아시스’인 것이다. 

5년전 사망한 오아시스의 개발자는 숨겨진 세 가지 미션을 가장 먼저 해결하는 사람에게 오아시스의 소유권과 막대한 재산을 넘긴다는 유언을 남겼다. 전 세계 접속자 및 거대 기업도 뛰어들었지만 아무도 첫 번째 문제에 접근조차 못한 상태다. 그런 중에 퍼시발이 1번 미션을 해결하고 남아 있는 두 문제에 도전한다. 이에 다국적 기업 IOI의 방해 공작이 펼쳐지는 가운데 퍼시발은 가상 공간의 친구들과 함께 난관을 헤쳐 나간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비대면 활동이 증가한 가운데 최근 빅테크 기업의 트렌드로 떠오른 메타버스는 앞으로의 인터넷 사회를 주도할 핵심 패러다임으로 부상했다. 이를 소재로 한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은 자신이 운용하는 아바타를 활용해 게임을 즐기는 데 그치지 않고 현실과 연계돼 경제적·문화적 활동도 하는 모습으로 메타버스를 잘 구현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이 영화는 ‘ET’, ‘인디아나 존스’, ‘쥬라기 공원’으로 유명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작품인 만큼 흥미로운 볼거리와 탁월한 연출력으로 결합된 블록버스터 영화다. 특히 영화 속 가상 세계가 20세기의 문화코드로 채워진 만큼 곳곳에 숨겨진 20세기 대중문화 요소를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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