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헌 인천개항장연구소 사무국장
안정헌 인천개항장연구소 사무국장

지난해 말 차가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서구의 세어도에 갔었다. 2013년 처음 방문했을 때에는 가을이라 맑은 하늘은 물론 낚시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건만, 코로나19의 영향인지 세어도로 가는 길에는 많은 제약이 있었다. 그래도 경인아라뱃길 아라서해갑문에서 정서진호를 타고 가는 여행, 주변의 크고 작은 섬과 넓게 펼쳐진 갯벌은 섬의 낭만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세어도(細於島)는 인천광역시 서구 신현원창동에 속해 있다. 원창동은 조선시대 삼남지방에서 배편으로 올라온 세곡을 하역하고 보관하던 마을로, 부평부 석곶면 소속이었다. 1914년 부천군이 신설될 때 서곶면이 됐다가 1946년 인천으로 편입됐다. 원창동은 원래 갯말, 환자곶 마을로 불렸는데 갯말은 갯벌마을을 뜻하고, 환자곶은 대여양곡을 수납하는 창고가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조선시대 세곡이 한양으로 가는 마지막 정박지였던 세어도는 1960~1970년대 채석 작업이 벌어지면서 한때 70여 가구에 이를 정도로 번창했지만 이 작업이 끝나고, 이후 다양한 육로와 어획량 감소, 어획물 판로 문제 그리고 자녀들의 교육 문제 등이 겹치면서 대부분의 주민들이 육지로 이주했다. 2021년 12월 현재 32가구 43명의 주민이 등록돼 있는데, 주민 대다수는 인천시내에 거주하고, 상주 주민은 얼마 되지 않는다고 한다. 

영종도에서 강화도로 이어진 큰 갯골 사이에 위치한 세어도는 가늘고 길게 늘어선 섬이라는 데에서 유래한 지명이다. 「여지도서(與地圖書)」에는 서천도(西遷島)라는 이름으로 등재돼 있는데, 이는 서쪽 저 멀리 떨어져 있는 섬이라는 뜻이다. 서구의 섬들이 매립되기 전 세어도는 육지에서는 육안으로 볼 수 없을 정도로 멀리 떨어져 있었다. 주민들은 ‘세루’라고 부르고 있는데, 이는 서쪽에 머무른 섬이라는 뜻의 서류도(西留島)에서 비롯된 듯하다. 그 외에도 서일도(西日島)로 기록되기도 했다.

"소나무 그루터기 위로 나뭇잎 몇 장/ 날아든다// 갈참나무 타고 오르다/ 멈춰선 칡넝쿨/ 겨울 내내 저러고 있을 심산이다// 급할 것도 기다릴 일도 없다는 듯/ 우뚝 멈추어버린 섬// 나뭇잎 사각이는 길/ 바람 쉬어가는 갈대숲은 여전한데/ 세곡선 머물던 포구도/ 풍어를 기원하던 마음들도/ 이제는 흔적만 남아있는/ 갯말// 섬을 떠났던 발걸음 시끌벅적/ 다시 들려오고/ 슬레이트지붕 사라진 자리엔/ 통유리창 붉은 벽돌집이 바다를 향해 앉았다// 바다쉼터// 길게 잠들었던 세어도에/ 바람이 불고 있다." (이은춘 ‘바람이 분다’)

세어도에 가기 위해서는 관공선(官公船)인 정서진호를 타야 한다. 과거 정서진호의 운항은 사리를 전후로 3일 정도는 동구의 만석부두에서 운항했고, 조금을 중심으로 전후 3일 정도는 김포시 양촌읍 학운리에 있는 세어도선착장에서 운항했다. 그런데 2019년 세어도선착장 부잔교가 파손되면서 경인아라뱃길 아라서해갑문 인근으로 선착장을 이전해 운항하고 있다. 

서구의 하나뿐인 유인도, 세어도의 관광시설을 확충하는 사업이 시작됐다. 2021년 11월 15일 ‘세어도항 어촌뉴딜300 사업’ 기공식을 열었다. 이 사업은 총 사업비 95억 원을 투입해 세어도항 정주환경을 정비하고 대합실·갯벌어장 진입로, 커뮤니티센터 등을 조성하는 것으로, 2019년 세어도가 정부의 어촌뉴딜300 사업 대상지로 선정됨에 따라 추진될 수 있었다고 한다. 

서구는 사업 대상지 선정 이후 기본계획 수립 등의 절차를 거쳤으며 내년 말께 준공한다는 방침이다. 약 30억 원의 별도 예산을 투입, 육지와 세어도를 오가는 도선 1척을 새로 건조하고 섬 내엔 빗물 저장시설도 설치할 예정이라고 한다. 강화도, 영종도와 이어진 갯벌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는 세어도, 그 갯벌을 자원으로 다양한 체험시설이 조성될 예정이라 한다. 섬의 남서쪽에 위치한 전망대와 지네섬(소세어도) 부근을 활용한 갯벌체험장, 특히 낙조경관이 아름다운 서해의 특징을 살려 경인아라뱃길을 활용한 관광코스 등 인천의 새로운 명소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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