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구 인천광역시 환경특별시추진단장
장정구 인천광역시 환경특별시추진단장

인천시 서구 수도권쓰레기매립지 옆에는 언제부터인지 산이 하나 생겼다. 성인 남자 허벅지보다 굵은 나무가 자연발생적으로 자라고 있기도 하다. 순환골재 적치장이다. 건설폐기물 중 골재로 재활용하기 위해 선별한 것을 순환골재라 한다. 건설폐기물이 많이 발생하고 순환골재 품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있어 순환골재가 산처럼 쌓였다. 이 순환골재 더미는 인천 환경문제 중에서도 난제 중 난제다. 사월마을 환경 개선, 북부권 완충녹지계획, 건설폐기물 2025년 수도권매립지 반입 금지 등은 순환골재 적치장과 직접 관련돼 있다. 한편, 백두대간의 허리인 자병산은 시멘트 원료 석회석을 채취하면서 100m가 넘는 깊이의 거대한 흰색 홀이 생겼다. 

서해5도 대청도에는 옥죽포라는 작은 포구가 있다. 고려말 원나라 순제가 대청도로 유배 갔을 때 머물던 곳이라는 옥죽포에는 환경부가 사막이라고 부르는 모래언덕, 해안사구가 있다. 몇 년 전부터는 모형 낙타도 등장했다. 옥죽포 해안사구는 바람이 불면 모래가 날리는 활동사구이다. 모래가 산을 오르는 모양으로 쌓이는 클라이밍(climbing)사구이기도 하다. 모래가 얼마나 날렸는지 대청도 처녀들은 시집가기 전 모래 서 말을 먹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결국 모래 날림을 방지하기 위해 주민들은 방풍림을 심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그런데 바람이 차단되면서 모래는 날리지 않게 됐지만 사구는 점점 줄어들었다. 방풍림으로 인해 해안에서 사구로 모래 공급이 차단된 반면 비가 내리면 언덕에서부터 해안가로 모래가 쓸려나갔다. 또 모래가 날리지 않으면서 사구는 풀밭으로 변해 갔다. 

옥죽포 해안사구는 특별한 지질경관으로 주목을 받았고, 백령대청국가지질공원의 핵심 지질명소가 됐다. 전문가들은 사구 복원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했고, 지난해 말 관련 연구가 시작됐다. 농여 해변은 모래가 파도를 만나 생기는 무늬, 연흔(ripple)이 근사하다. 이 물결무늬는 고스란히 굳어져 암벽에 새겨졌다. 물결무늬 암벽의 한 옆에는 보링셸(boring shell) 화석으로 추정되는 흔적도 보인다. 모래울마을은 소나무 유전자원보호림이 근사한 모래언덕 뒤에 아늑하게 자리를 잡았다. 건너편 백령도에는 고운 모래들이 단단하게 쌓여 세계 2곳뿐이라는 천연비행장 사곶해변이 있다. 지금 백령대청국가지질공원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인증을 준비하고 있다. 

대이작도에는 풀등이 있다. 풀등은 하천이나 바다의 모래섬이다. 풀이 자라서 풀등이라 한다, 모래를 풀이라 해서 풀등이라 한다 등 여러 이야기가 있지만 풀등 중 가장 유명한 것은 대이작도 풀등임에는 별 이견이 없다. 2003년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대이작도 풀등이 과거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며 주민들의 걱정이 크다. 인근에서 건설골재용으로 막대한 양의 바닷모래를 퍼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해수욕장의 모래 유실도 심각하다. 섬이 무너져 내려 몇 년 전 해안선을 따라 제방까지 쌓았다. 지금까지 인천앞바다에서 퍼낸 모래가 공식 허가량만 3억㎥에 이른다. 서울부터 부산까지 400㎞가 넘는 경부고속도로에 폭 25m, 높이 25m 모래성을 쌓을 수 있는 양을 퍼냈다. 밀물과 썰물, 바닷물의 이동으로 모래 채취는 풀등과 해수욕장 모래 유실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습지보호지역인 장봉도갯벌에도 모래가 많다. 모래, 펄, 혼합갯벌 등 다양한 퇴적상이 관찰된다. 세계적인 멸종위기 조류 노랑부리백로는 서만도에 둥지를 틀고, 알에서 부화한 아기 새는 풀등에서 비행연습을 하고 갯벌에서 먹이를 잡는다. 조개 중 으뜸인 백합(상합)의 우리나라 주 생산지는 바로 장봉도와 주문도 사이 모래갯벌이다. 또 우리나라 고유종인 범게도 이곳에서는 어렵지 않게 관찰할 수 있다.  

한강, 임진강, 예성강이 바다와 만나는 인천에는 모래가 많다. 바위가 자갈로 쪼개지고 모래가 되고, 또 어딘가에 쌓이는 과정은 오랜 세월 여러 힘이 함께했다. 모래가 단지 30년짜리 콘크리트 부속품, 골칫거리 순환골재 더미여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인천의 자연경관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다는 것은 환경특별시 인천이 세계 브랜드가 된다는 뜻이다. 세계자연유산도, 세계지질공원도 우리가 그를 얼마나 인정하느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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