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동
이강동

인천시 동구 만석동 부속섬 작약도 지명은 일제 잔재라는 주장에 수긍하기도 했다. 얼마 지나서 만석동 지명도 일제 잔재라는 주장이 연달아 나와 자료를 찾아봤다. 만석동은 고유 지명이라고 일본인들도 말하고 있다. 작약도 지명은 일제 잔재라는 추정으로 2020년 5월 물치도로 변경됐다. 이런 과정을 만석동 주민들과 시민들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선사시대 유적인 패총과 석기류들이 발견되고 출토된 만석동과 작약도는 역사가 오래돼 애착과 자부심도 품게 되는 마을이다. 지난해 4월 많은 만석동 주민들과 시민, 학생들은 일제 잔재 지명이라는 오명으로 박탈 당한 작약도 지명을 되찾아 주자는 서명운동에 참여해 주셨다.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신 것은 만석동 역사 문제에 대한 시민의식과 자부심의 표현이었다. 만석초동문회는 일제 잔재라는 문제에 엮여 있어서인지 참여 의사 대답이 없었다. 

필자는 하루 한 시간씩 일주일이라는 짧은 기간에 1천 시민들의 서명을 받았다. 지면으로 보고 드리면서 다시 감사드린다. 만석동 주민, 시민, 학생들의 응원의 움직임이 가득 담겨 있는 서명부와 작약도 관련 자료들을 관할 구청에 민원 접수 후 답변이 왔다. 1896년 인천 주재 일본 영사가 본국 외무성에 보내는 서신에 작약도 지명이 처음 표기돼 있다는 것이다. 이 자료를 근거로 해 물치도 지명을 작약도 지명으로 일본인들이 부르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하고, 일제 잔재로 몰았던 것이다. 1905년 일본 영사 스즈키가 1930년대 작약도를 매입한 사실도 있어 작약도 지명이 일제 잔재란 오명을 입게 된 것이다. 

이런 자료들을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찾아내 작약도 지명은 일제 잔재로 추정된다며 제기하자 동구청·인천시·국가지명위원회에서 차례로 지명심의위원회를 열어 일제 잔재로 판정 내리고 대동여지도에 표기된 물치도 지명으로 변경됐다. 그러나 섣부른 판정은 아닌지 묻는다. 

작약도 지명은 1896년 이전 조선 관인의 보고서 외국 문헌에서도 표기돼 있다. 1860~1871년 외국 상선과 함대들이 인천 바다로 방문한다. 안전하게 정박할 수 있었던 작약도로 모여 있었다. 외국인들이 인천관인들에게 교류와 교역을 원하는 내용을 대원군에게 보내는 보고문에 물치도가 아닌 작약도로 표기하고 있다. 「금단의 나라 고려기행」의 저자이며 독일 함부르크지역 상인이었던 올펠트가 3차례나 인천 바다로 방문해 교역을 체결하고자 1866년 8월 작약도에 2번째 정박했다는 자료도 있다. 

1930년대 일본인들이 인천지역 역사·외교·경제·사회 등의 자료들을 모아 편찬한 인천부사에서도, 미국 국무성과 미 해군학교 도서관에 보관된 1871년 인천과 관련 있는 문헌과 영상자료들을 인용하고 역주한 내용에서도 물치도 지명이 아닌 작약도 지명이 나온다. 1861년 김정호의 노력으로 제작된 대동여지도에 표기된 물치도 지명이 조선실록과 군기관이었던 어영청에도 등록돼 있다고 하지만 그 이전부터 작약도 지명을 사용하고 있었다는 반증 자료라 할 수 있다. 

이런 자료들도 관계자들은 어떻게 보고 있는지 묻는다. 작약도와 물치도 지명은 인천을 넘어 경상도와 강원도에도 있다. 경남 창녕군 영산면 교리에는 작약산이있다. 강원도 양양군 양양읍에는 물치리마을이있다. 먼 옛날부터 전해오는 고유 지명이라고 한다. 물치도 지명이 지금까지 시민들에게 불려지지 않고 작약도 지명이 널리 불려지게 된 것은 법과 제도에 따르지 않고 전해오는 우리의 전통 민속문화처럼 이름이 없었던 작은 섬에 작약꽃이 많아 작약섬이라고 만석동과 인천의 옛 선인들에게서 구전돼 보편화된 지명으로 봐야 한다. 

중국 고서를 인용한 자료에 작약꽃 고향은 동이라고 했듯이 수천 년 전부터 작약은 고유 명칭이다. 섬 모습이 작약꽃을 닮아 작약섬이라 부르기 시작했다는 향토사 연구가도 있었다. 작약도 지명이 일제 잔재가 아니라면 작약도 지명에 위축돼 묻혀 있었던 낯설고 거친 물치도 지명보다는 부드럽고 예쁜 이름 작약도로 다시 환원하자는 시민들이 많다. 국가지명위원회도 1896년 이전에 작약도 지명이 표기된 문헌자료가 있다면 작약도 지명에 대한 심의를 다시 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춘 것으로 본다는 정당하고 희망적인 답변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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