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림 칼럼니스트
김호림 칼럼니스트

하늘에 태양이 하나이듯 인류사회를 혼돈과 혼란의 무질서로 인한 충돌로부터 회피하기 위해 세계는 하나의 질서로 운영돼야 함이 순리이다. 그 질서는 기본적으로 개인의 안전, 인권, 기본적 욕구와 정의가 행해지는 체제여야 한다. 

현재의 자유주의적 세계질서란 2차 대전 종전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자유무역, 시장경제, 자유로운 정치체제와 민주주의를 보편적 가치와 규범으로 설정해 이를 다자간 국제기구를 통해 합의·구축한 체제를 일컫는다. 

이 질서체제의 근간은 국제 간 장벽을 감소시키면 민주주의 체제와 가치가 독재국가에까지 확산될 것으로 가정했으나, 중국은 자유경제 시스템을 통해 경제적 이익만을 취하고 자국의 정치적 자유주의 요구는 수용하지 않았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자유주의 질서체제가 중국을 비롯한 권위주의 국가의 반자유주의적 도전으로 위협받고 있는 현실이다. 

이처럼 자유주의 질서가 위협 받게 된 것은 소련의 붕괴로 냉전과 공산주의라는 ‘공동의 적’이 사라져 자유 세계의 결속이 이완된 것이 한 원인이 될 수 있으나, 결정적인 것은 자국 주도의 새로운 질서로 패권을 실현하려는 중국의 ‘거친 꿈’ 때문이다.

이 같은 중국에 대한 공포와 우려를 외교전문지인 ‘포린 어페어스(Foreign Affairs)’는 2022년 1·2월호(‘세계 질서의 현실적 위기인 반자유주의 발흥’)와 3·4월호(‘나의 적의 적들:새로운 세계 질서를 형성하는 중국의 공포’)에서 특집으로 연이어 다루고 있다. 그 요지는 이러하다. 세계 질서를 위협하는 중국의 침투 양상의 실례로, 자국민 압제와 부패 세탁을 위한 좋은 이미지 만들기, 상대국 정책입안자에 로비와 금전 지원으로 영향력 행사, 반정부인사와 외국인에 대한 전자감시, 외국 미디어 기업에 대한 압력 행사로 불리한 내용 삭제, 다수의 UN 기구에 영향력 행사로 인권 위반 보고서 작성 저지, 세계보건기구(WHO)와 같은 조직의 책임자 후보 선정에 개입, 세계은행(World Bank)의 연례보고서에 중국의 지위를 개선시키려는 압력 등 반자유주의적인 행동을 불사하고 있다. 

또한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가 규제하는 자국의 비관세장벽을 해소하지 않고 자국 기업을 일방적으로 보호함으로써 무역기구의 핵심 부문인 상사분쟁 관련 상소법원의 기능을 무력화시켰다. 이 뿐만 아니라 보편적인 기존의 자유주의 세계 질서에 참여하는 대신 자유민주주의의 영향력을 억제하고 배제시키려는 대안적 질서기구를 설립한다. 즉, 새로운 지역적 경제안보기구 설립으로 자유주의적인 가치 확산을 거부하고, 권위 있는 국제기구가 독재국가를 환영하지 않을 시에는 탈퇴한 후 반자유적 블록을 조직해 방해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이에 더해 동아시아에 호전적 행동으로 남중국해에 인공섬을 구축, 군사기지를 설치해 자유 항해를 위협하고, 타이완해협에서는 군함과 전투기로 동원된 순찰대가 타이완과 미국의 목표물에 대한 모의 공격을 하고 있다. 중국이 추구하는 이러한 일련의 거친 행위의 목적은 중국 공산당의 지속적 권력 장악, 타이완 재흡수, 동중국과 남중국 지역 통제, 아시아와 세계에서 가장 지배적 권좌를 차지하려는 ‘중국몽’의 달성이며 패권 도전 야욕이다. 

이러한 중국의 일방적 행위는 반작용을 불러와 미국과 유럽연합을 비롯한 아시아·태평양의 이해당사국들은 경제적·군사적으로 중국을 제어하고 고립시키기 위해 공동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시작한 미·중 경제 전쟁이 미국과 중국 주도의 세계 질서 충돌로 확대되는 양상을 보여 주고 있다. 여기에 이념이 주입되면 민주주의와 독재정치의 충돌로 확산될 수 있다. 

중국은 그들의 굴기가 약화될 때까지 미국에 도전할 것이다. 미국은 뒤늦게 중국의 힘을 견제하고 민주주의와 세계의 안전을 위해 새로운 분야와 형태의 동맹을 소집하고 있으며, 많은 서방국가가 이에 동참하고 있다. 케네디 대통령이 미소 냉전을 비유로 언급한 길고 긴 ‘황혼의 투쟁(Twilight Struggle)’이 미국과 동맹국들에 의해 함께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우리도 이러한 동맹의 부름에 답을 해야 할 때가 됐다. 

이 선택에는 단기적인 경제이익을 우선할 수 없는 현실적인 고통이 따를 것이다. 그러나 국민 각자가 존엄하고 독립된 개인으로서 자유를 누리려면 민주주의 체제의 자유주 세계 질서에 연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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