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명철 우즈베키스탄 국립 사마르칸트대 교수
윤명철 우즈베키스탄 국립 사마르칸트대 교수

2월 24일 러시아의 전면적인 공격이 시작됐다. 적극적인 항전을 준비하던 우크라이나는 나토와 미국의 소극적인 반응과 태도로 절망에 빠졌다. 유럽은 천연가스 등을 이용한 러시아의 ‘분열정책(divide and rule)’으로 무능해졌다.

영국·프랑스는 다소 적극적인 의지를 표방하지만, 독일은 방관이랄 정도로 매우 소극적이었다. 일본은 내심 좋은 기회라고 여길지 모른다.

반미전선의 선봉에 선 중국은 러시아가 침략한 것이 아니라는 강변을 늘어놓고 있다. 그런데 예기치 못했던 상황들이 전개되는 중이다. 대통령을 중심으로 우크라이나인들은 민간인들까지 직접 전투에 나서면서 러시아 군대의 진격을 저지하고 있다. 

이 놀랄 만한 상황들은 SNS를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되면서 사람들의 의식을 깨우고 평화를 지지하고 실천하는 민간운동으로 확장 중이다.

또한 소극적이었던 유럽과 미국 등은 푸틴의 거친 방식에 경악하고, 옛 소련의 헤게모니 수복이라는 야욕으로 평가하면서 본격적으로 러시아를 제재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들을 적극적으로 시작했다.

그러자 푸틴은 즉시 핵 위협을 카드로 꺼내서 압박하는 중이다. 

어쩌면 새로운 그레이트 게임이 시작되고, 또 다른 열전(Hot war)으로 변질되면서 미·중 ‘양극체제’에서 러시아가 입장한 ‘3극 체제’로 가는 도화선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들은 동아시아의 역학관계(power shift)와 한민족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유라시아 세계의 지정학, 러시아의 지정학으로 볼 때 동아시아의 국제관계와 연동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시진핑의 중국 정부는 타이완을 다루는 방식을 예습하면서 전략을 마련할 것이다. 또한 미국이 2개의 전쟁을 수행할 능력과 의지가 있을까를 판단하는 시금석으로 삼을 것이다.

일본은 러시아와 19세기 중반 이후 지정학적으로 숙명적인 관계이다. 따라서 이 사태의 추이를 보면서 재무장의 명분을 얻고, 실제로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러시아의 군사적 부활을 목도하면서 친중국적인 태도에서 탈피해 러시아 및 미국과의 관계에 수정을 가할 것이 분명하다.  한편, 핵을 포기한 채 미국과 나토에 의존한 우크라이나의 불행을 확인하면서 핵 무장을 더욱 분명하게 추진할 것이다. 그리고 한반도에 긴장을 유발시키는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불행한 결말로 끝난다면 세계에서 2개의 전선은커녕 1개의 전선도 감당할 능력을 상실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대형(Big Brother)’의 지위를 상실할지 모른다. 또 중국과 러시아의 도전을 동시에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일본을 극동의 ‘헌병’이 아닌 동맹군으로 격상시킬 수 있다. 우리에게는 악몽인 일본의 군사대국화가 진행될지 모른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한국은 위상과 입지가 더더욱 좁아지고, 이해득실을 계산할 수 없는 복잡한 위기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하지만 역사학자로서 한 가지 희망적인 관측을 제시한다. 러시아와 중국의 관계는 ‘헤게모니(hegemony)’와 ‘권력이동(power shift)’ 같은 질서의 문제가 아니다. 

유라시아 지정학이란 관점에서 러시아는 ‘일대일로 정책’과 중앙아시아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중국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반면 중국으로서는 영토, 자원, 지역 패권, 역사적인 앙금 등 러시아와 청산해야 할 빚이 크다.

따라서 러시아와 중국의 갈등은 분명하고, 다만 본격적인 충돌의 시기와 규모를 예측할 수 없을 뿐이다.

이 구도는 일본과 미국은 물론이고 당사국인 러시아와 중국도 더 확실하게 알고 있다.

앞으로 2~3일 후면 전쟁의 결과가 드러난다. 인류의 일원으로서 피해자인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안전과 자유를 빌고, 세계가 조금 더 평화로워지기를 염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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