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장원 인천재능대학교 교수
손장원 인천재능대학교 교수

지난달 중순 언론매체는 인천시가 ‘인천형 근현대 문화유산 종합정비계획 수립 용역’을 추진할 예정이라는 뉴스를 쏟아냈다. 용역을 통해 근현대 문화유산의 유형별·시기별 보존 방안과 체계적 관리 방안을 수립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 언론도 정작 중요한 논점은 다루지 않았다. 오히려 인천시가 처음으로 근현대 문화유산 관리체계를 구축하려 한다고 보도해 독자들에게 혼란만 가중시켰다. 

인천시는 2018년 이미 비슷한 용역을 진행했다. 바로 ‘인천시 문화유산 중장기 5개년 종합발전계획’이다. 이 계획의 수립 목표는 ‘문화유산에 대한 미래 수요를 도출하고, 환경 변화에 따른 비전과 목표를 설정해 사업별 발전 방안과 근대건축물 보존과 활용 방안 수립 등’이었다. 중구청에서도 비슷한 성격의 용역을 여러 차례 실시했다. 그리고 ‘건축자산 보전 방안과 진흥구역 지정 및 관리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이 올해 7월 완공을 목표로 진행 중이다.

언제까지 유사한 내용을 놓고 용역만 진행할 것인지 안타깝다. 용역 추진에 앞서 그동안 시민의 혈세를 들여 수립한 용역 가운데 쓸 만한 것은 어느 정도였는지, 중복 용역은 아닌지, 용역에서 제시된 방안을 얼마나 실행했는지 진지하게 따져 볼 시점이다.

‘인천형 근현대 문화유산 종합정비계획 수립 용역’이 안고 있는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 용역에는 비지정 문화유산도 포함돼 있어 대상의 타당성도 따져 봐야 한다. 현안으로 대두된 비지정 문화유산 대부분은 건축자산으로 이는 ‘한옥 등 건축자산의 진흥에 관한 법률’의 적용 대상이다. 

정부는 2015년 6월부터 이 법을 시행하고 있다. 이 법의 적용을 받는 건축자산은 고유의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지니거나 국가의 건축문화 진흥 및 지역의 정체성 형성에 기여하는 건축물, 공간환경, 기반시설이다. 문화재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인천시는 이 법을 근거로 2015년 11월 16일 건축자산 조례를 제정해 남다른 행보를 보였다. 이는 전국 최초의 사례로 경상북도(2015년 12월 31일), 경기도(2016년 1월 4일)가 뒤를 이었다. 그런데 딱 거기까지였다. 서울시는 균형발전본부 아래 한옥정책과(4개 팀)를 둬 관련 업무를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에 비해 인천시 담당 직원은 단 한 명이다. 그나마도 다른 업무를 겸하고 있어 체계적인 관리는 고사하고 타 부서가 추진하는 업무 협조에 급급한 실정이다.

다른 광역자치단체의 건축자산에 대한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전라남도는 지난해 3월 관련 조례를 개정해 건축자산 전문인력 양성 등 상위법이 규정한 내용을 상당히 반영하고 있으나 인천시 조례에는 이러한 내용이 없다. 건축자산 관리에 대한 인천시의 의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더구나 2019년 11월 ‘인천광역시 건축자산 기초조사 및 진흥시행계획’을 수립하고도 인력과 예산 부족으로 손도 대지 못한 사업이 여럿이다. 

건축자산의 보전·활용은 문화재와 같은 방식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 지구단위계획과 연계해 건폐율 완화, 부설주차장 설치기준 완화 등 건축적 방법이 필요하다. 소유자 스스로 자긍심을 갖고 건축자산을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행정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제도적 장치 마련과 함께 건축자산이 애물단지가 아니라 도시재생과 지역의 정체성을 살리는 중요한 자원이라는 사실을 알리는 일에도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인천시의 경우 근대문화유산 보전·활용을 담당하는 부서가 여러 개로 쪼개져 있어 이를 체계적으로 다루는 통합관리 시스템 구축을 서둘러야 하는 처지다. 그간 실시한 용역을 통해 시행 방안은 대부분 도출돼 있다. 인천시가 심혈을 기울여 추진해야 하는 것은 성격이 모호한 용역이 아니다. 하루라도 빨리 서울시에 버금가는 조직을 설치하고 관련 조례를 정비해 인천의 소중한 문화유산인 건축자산을 바르게 활용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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