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구 인천광역시 환경특별시추진단장
장정구 인천광역시 환경특별시추진단장

저어새가 고향 인천으로 돌아왔다. 지난주 시민들은 남동유수지 저어새섬을 새롭게 단장했다. 저어새섬을 청소하고 안정적으로 번식할 수 있도록 둥지 재료도 전달했다. 

2009년 남동유수지의 인공섬에 저어새가 둥지를 처음 틀었을 때의 감격이 지금도 생생하다. 2009년 봄은 남동유수지에서 살다시피 했다. 유수지 옆 임시 천막에서 한 달 넘게 24시간을 지내면서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유수지에서 나는 악취가 아니라 자동차 소음이었다. 

특히 새벽에도 시도 때도 없이 오가는 대형 차량의 굉음은 잠시도 눈을 붙일 수 없게 했다.

경칩이 지났다. 계곡 바위 밑에는 도롱뇽이 알을 낳았고, 계곡 웅덩이와 산자락 습지에는 개구리 알이 보인다. 몇 년 전 이즈음 문학산을 찾았던 기억이 난다. 

문학산 북측 문학레포츠공원 내 계곡과 연결된 연못의 산개구리 서식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숲은 치유의 공간으로 숲 체험과 생태교육으로 공간으로 어떨까 하는 답사도 겸했다. 결정하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산개구리를 찾았고 숲도 좋았는데 숲·생명과 교감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었다. 소음 때문이었다. 문학산 북측을 끼고 도는 제2경인고속도로의 높은 방음벽은 파란 하늘을 가로막았고, 시끄러운 소음은 숲 어디에서도 피할 수 없었다. 학산서원터도 있고 문학산성도 지척이라 생태교육뿐 아니라 역사·문화 이야기도 충분히 가능한 공간이었는데 소음은 어찌할 수 없었다.

인천에는 고속도로가 많다. 제1경인, 제2경인, 제3경인, 수도권제1순환선, 제2순환선, 공항고속도로까지. 우리나라 최초 고속도로였던 인천대로(옛 제1경인고속도로)는 도시숲으로 다시 태어날 예정으로, 여야 대통령 후보들은 인천대로와 경인전철 지하화를 공약했다. 

막대한 공사비, 유지·관리의 어려움 등 쉽지 않고 문제도 있지만 기대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도로와 철도의 지하화는 공간 단절을 해소하며, 상부 공간의 공원 조성은 열악했던 주거환경을 적지 않게 개선시킬 것이다. 특히 소음과 분진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을 것이라는 주민들의 기대가 크다.

기찻길 옆 오막살이는 결코 낭만적이지 않다. 1970년대에도 기찻길 옆은 환경이 열악했고, 지금 주거지 옆에 고속도로나 철길이 생기거나 고속도로나 철길 바로 옆으로 주거지가 생긴다면 집단민원은 불을 보듯 뻔하다. 소음의 사전적 의미는 불규칙하게 뒤섞여 불쾌하고 시끄러운 소리다. 흥겨운 노랫소리도 상황에 따라, 사람에 따라 원하지 않을 수 있는데 소음이야 오죽할까? 층간소음으로 인한 주민들 간 갈등도 결코 가볍지 않다. 잠깐이 아닌 지속적으로 소음에 노출된다는 것은 안락한 휴식을 방해해 정신건강에도 좋을 게 없다. 

도로 소음, 공사장 소음, 김포공항과 인천국제공항 비행기 소음까지. 인천은 소음발생원도 다양하다. 살고 싶은 도시는 쾌적한 도시이며 안락한 주거공간이 보장되는 도시이다. 작은 문제도 하나하나 개선책을 고민해야 한다. 공사장 소음은 끝날 기약이라도 있지만 도로는 지속적이며 저소음 포장이나 방음벽으로 소음을 저감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지난 1월 국토교통부는 제2경인고속도로 문학나들목~석수나들목 구간의 8차로 확장계획이 담긴 제2차고속도로 건설계획을 발표했다. 

제2경인고속도로 종점인 문학산 서쪽에서 대규모 아파트 단지 조성공사가 한창이다. 공장 부지였던 곳이라 폐석회 처리 문제, 토양오염 정화 문제, 매립생활폐기물 처리 문제까지 인천의 대표적인 환경 분쟁의 장소이다. 

높게 솟은 아파트 사이의 고속도로를 입주민들은 어찌 생각하게 될까? 해당 부지에는 고속도로 1.8㎞ 구간이 있고, 인천대교 연결도로의 길이도 1㎞가 넘는다. 

문학산 정상이 개방되고, 해안철책이 제거되고, 항만과 발전소 등 국가기반시설과 공장들이 차지했던 해양친수공간이 조금씩 시민들에게 돌아오고 있다. 회색도시, 공해도시였던 인천의 살고 싶은 도시, 안락하고 쾌적한 도시, 환경특별시의 꿈을 모두 함께 열어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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