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국 인하대 문화콘텐츠문화경영학과
백승국 인하대 문화콘텐츠문화경영학과

광풍처럼 달려온 20대 대선이 막을 내렸다. 대선 결과는 48.56%와 47.83% 초박빙의 놀라운 기록을 경신했다. 22일 동안 윤석열 후보의 유세는 96회에 달하고 이동 거리는 5천954㎞이다. 이재명 후보의 유세는 80회에 달하고 5천266㎞의 이동 거리를 기록했다. 하지만 윤석열 후보를 상징하는 어퍼컷이 마법을 부린 대선 결과다. 유권자 관점에서 초박빙의 20대 대선 과정을 3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첫째, 가짜 뉴스와 편향된 언론 보도가 넘쳐난 대선이었다. 사실로 드러난 사건의 진실이 무엇인지 팩트 검증에 혼란을 준 가짜 뉴스가 넘쳐나 유권자 스스로 검증하는 대선이었다. 유권자들 역시 자신들이 믿고 싶은 선택적 뉴스만을 경청하는 경향을 강하게 보였다. 그래서 진영 논리를 선전하는 유튜브 방송의 시청률이 두 배로 늘었다. 

둘째, 분열과 갈라치기의 대선이었다. 남성과 여성, 호남과 영남, MZ세대와 기성세대의 갈등 구조가 첨예하게 대립했던 대선이었다. 

셋째, 프레임과 네거티브가 강하게 개입한 대선이었다. 연일 쏟아지는 프레임 전쟁과 박빙의 여론조사로 유권자들을 정치적 분석가로 만들었다. 유권자들은 뉴스와 수치에 숨겨진 진실을 해석하기에 분주했다. 또한 편향된 매체의 무분별한 정치적 담론과 가짜 뉴스로 유권자의 피로도가 극에 달했던 대선이었다.

분명한 사실은 대선 결과인 48.56%와 47.83%의 초박빙으로 국민의 마음이 분열됐다는 것이다. 좌우 진영으로 갈라선 투표 수치는 유권자의 편향적 선택과 고정관념을 표출한 국민의 정서적 수치이다. 분열을 넘어 통합사회를 외치고 있지만, 고착된 정치적 신념을 한순간에 바꾸는 일은 쉽지 않다. 선거 내내 지지 후보의 승리를 학수고대하며 자신의 정치적 신념과 철학을 투영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초박빙의 대선 결과를 수용하고 승화하는 정서적 치유가 필요한 시점이다.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는 타인이 나의 지옥이라고 경고했다. 자신이 선택한 후보가 승리하지 못했다는 좌절과 후회의 부정적 감정으로 상대방의 존재를 고통스럽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원망과 복수의 감정을 억제하는 균형감이 필요하다. 남을 탓하는 원망의 감정인 한(恨)의 감정은 삶의 에너지를 소진하며 무기력한 상태에 빠지게 만든다. 대선 결과의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남을 탓하는 순간 한(恨)의 감정이 생성되고 사회적 통합은 불가능하다.

무엇보다도 이분법의 편견을 떨쳐버리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한다는 자기 암시 주문이 필요하다. 대선 내내 상대를 적으로 간주하고 네거티브 공세로 상처를 주고받던 편견의 동굴에서 나와야 한다. 그리고 대선의 승패를 인정하고 남을 원망하는 이분법의 편견을 승화하는 자기 암시 주문을 외워야 한다. 이분법의 편견은 세상을 선과 악의 흑백 논리로 구분하는 생각의 도구이다. 좌우 진영의 이념 논리를 초월해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는 실존주의 철학으로 이분법의 편견을 초월해야 한다. 흑백논리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벗어나, 자신의 존재와 타인의 존재적 가치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자기 암시 주문이 필요하다. 

국민이 염원하는 시대정신은 통합과 화합의 선진사회로 진화하는 것이다. 대선 결과로 분열과 증오로 갈라선 대한민국을 원하는 국민은 없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코로나로 벌어진 빈부격차를 줄이고, 남성과 여성의 젠더 문제를 해소하고, 세대 간의 갈등을 봉합하는 통합과 화합의 선진사회로 공진화하는 성숙한 시대정신임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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