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석 인천 함박마을 도시재생지원센터장
김선석 인천 함박마을 도시재생지원센터장

우리에게 도로 위를 달리는 노면전차인 트램(Tram)을 타고 다닐 때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인천, 수원, 위례, 동탄, 대전, 부산 등에서 이 사업을 계획하거나 건설 중입니다. 가장 먼저 선보일 곳은 성남 위례와 부산입니다. 위례는 신도시를 계획할 때 도로 가운데 트램이 다닐 부지를 확보해 놓았지요. 지금은 잔디밭이지만 머지않아 잔디 대신 트램 선로가 놓일 것입니다. 부산 트램은 오륙도까지 연결하는 1단계 공사를 지난 1월 착공했고, 위례와 부산 모두 2025년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트램 사업은 1887년 미국에서 처음 도입돼 세계로 확산됐습니다. 독일과 일본 그리고 홍콩에서도 이러한 노면전차가 있었지요. 지금은 볼 수 없지만 우리나라에도 과거에 트램이 있었습니다. 대한제국 시절(1899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100년보다 훨씬 전에 서울(한성)에 도입돼 서대문과 청량리 사이를 70년간 운행했습니다. 그 당시 전차는 궤도 위에 전기선을 따라가는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기동성이 우수한 버스가 생겨나자 노면전차가 도로교통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왜 다시 트램 등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을까요? 그것은 우리가 잘 알고 있듯 버스와 승용차의 증가로 대기오염이 심해지자 친환경 교통수단인 트램 부활의 꿈을 꾸고 있어서입니다. 새로 선보일 트램은 예전처럼 노면 위 거미줄 같은 전기선 없이 자체 배터리로 다닐 수 있어 도로는 깨끗한 모습이 될 것입니다. 현재 미국·영국·프랑스·홍콩 등 50여 개국에서 트램을 교통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트램이 정말 기대만큼 좋은 것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장점은 공사비가 경전철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고, 지하철의 5분의 1 정도밖에 들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에 지하철이 없는 지역에의 접근성이 뛰어나 이용자에게 매우 유익합니다. 그리고 지하철보다는 도로 위에서 승하차가 가능해 이용이 편리한 점, 버스보다 수송 인원이 많다는 점 등도 들 수 있겠습니다. 아울러 지상으로 다니기 때문에 관광자원이 풍부한 곳에서는 유용한 교통수단으로 자리잡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신중해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기존 도로의 2차로 정도를 트램이 차지하게 돼 도로 폭이 좁은 지역은 버스와 승용차의 주행으로 교통체증이 심해질 수 있습니다. 물론 도로상에 기존 레일이나 부지가 있다면 큰 어려움은 없을 것입니다. 다른 한 가지는 운영비 문제입니다. 버스 노선에 트램이 다니게 돼 버스회사의 운영수익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우리가 편리하게 이용하는 버스의 환승 비용도 각 시도에서 지원해 주고 있어, 트램 운행으로 수익성이 낮아지지 않도록 수요예측 등을 꼼꼼히 따져 봐야 할 것입니다.

인천시에서도 원도심 주요 지역과 경제자유구역인 송도와 영종지역에 트램 사업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송도는 인구 유입이 계속 증가하고 있고, 건물 등 도시경관이 아름다워 우선적으로 추진해 볼 만한 지역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운행 시기는 깊이 생각해 봐야 할 것입니다. 이유는 운영 비용과 지속성 때문입니다. 이용 수요를 예측해 볼 때 바다, 호수, 공원 등 볼거리 관광자원이 풍부해지고 서울역과 송도를 연결하는 GTX 개통 등 각종 인프라가 조성돼 유동인구가 증가했을 때가 가장 재정 부담을 최소화할 것입니다. 

아울러 트램은 도로와 철도의 속성을 함께 가지고 있고, 친환경 교통수단이어서 다양한 측면에서 검토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 하나가 도시의 경제적인 측면입니다. 원도심에서는 트램을 단순한 교통시설이 아닌 도시재정비사업과 연계해 성공한 프랑스의 사례처럼 충분한 고찰을 통해 추진한다면 과거처럼 다시 자취를 감추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가까운 미래에 우리가 타고 다니게 될 트램이 지속가능한 친환경 도시를 만들고 ‘시민의 발’인 교통수단으로 자리잡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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