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희 인천대 기초교육원 강의교수
이태희 인천대 기초교육원 강의교수

지금으로부터 꼭 60년 전인 1962년에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이 출간됐다. 당시 미국 사회의 환경문제에 큰 경종을 울리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이 책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도 여전히 준엄한 목소리로 다가온다. 

 무분별한 살충제 사용의 심각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이 책이 우리에게 던져준 중요한 인식 중 하나는 ‘살충제’가 아니라 ‘살생제’였다는 것이다.

 살충제는 말 그대로 벌레에 대한 강력한 살충 효과를 지니지만, 그 효과가 단지 벌레만이 아니라 주변의 다른 생물은 물론 환경에 중대한 영향을 초래했으며, 심지어는 사람에게까지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얼마 전 우리 사회는 살충제도 아닌 살균제의 엄청나고 충격적인 폐해를 경험한 터라 ‘살생제’라는 인식은 뼈저리다.  

 그 중 대표적인 ‘살충제’가 DDT다. 장티푸스와 말라리아 퇴치에 매우 효과적인 결과를 가져왔으나 환경과 특히 조류에 대한 유해성이 강조되면서 1970년대 이후 대부분의 국가에서 농약으로 사용하는 것이 금지됐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도 일부 국가에서는 말라리아 퇴치용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유해성을 모르면서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도 심각한 문제이지만, 알면서도 다른 대안이 없는 현실을 바라보는 것은 매우 곤혹스럽다.

 「침묵의 봄」의 ‘서문’을 썼던 린다 리어는 레이첼 카슨 사후 30여 년이 지난 1997년에 「레이첼 카슨 평전」을 펴냈다. ‘시인의 마음으로 자연의 경이를 증언한 과학자’라는 부제가 카슨의 생애를 명징하게 드러낸다.

 이 책에서 린다 리어는 레이첼 카슨의 첫 저작인 「바닷바람을 맞으며」를 소개하면서 다음과 같은 감동적인 구절을 인용했다. "바닷가에 서 있노라면, 밀물과 썰물을 느끼고 있노라면, 바닷물이 드나드는 거대한 늪지에 짙게 드리워진 안개를 호흡하노라면, 헤아릴 수 없이 긴 세월 동안 대륙의 해안선을 따라 비행을 계속하고 있는 해안 새들을 바라보노라면, 노쇠한 뱀장어와 어린 오징어가 바다로 미끄러지듯 헤엄치는 광경을 지켜보노라면, 지상에 있는 모든 생명체들이 그렇듯 자연은 거의 영원하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필자는 이 아름다운 구절을 읽으며 1980년에 출간된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에 나오는 구절을 떠올렸다. 

 「코스모스」의 제1장 제목이 ‘코스모스의 바닷가에서’인데 그 첫 단락을 옮기면 다음과 같다. "코스모스는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에도 있으며 미래에도 있을 그 모든 것이다. 코스모스를 정관하노라면 깊은 울림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다. 나는 그때마다 등골이 오싹해지고 목소리가 가늘게 떨리며 아득히 높은 데서 어렴풋한 기억의 심연으로 떨어지는 듯한, 아주 묘한 느낌에 사로잡히곤 한다. 코스모스를 정관한다는 것이 미지 중의 미지의 세계와 마주함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 울림, 그 감정이야말로 인간이라면 그 누구나 하게 되는 당연한 반응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과학서이면서 인문학적 향기가 짙은 두 책의 문장은 모두 세계의 경이에 대한 찬사다.

 두 책의 문장은 모두 ‘바닷가’에서 시작되고 있다. 카슨은 ‘지구의 바닷가’에서 생명체의 영원성을 성찰하고, 세이건은 ‘코스모스의 바닷가’에서 우주의 영원성을 정관한다.

 대자연 앞에서, 대우주 앞에서 우리 인간은 한없이 겸허해야 할 존재라는 걸 보여 주는 두 과학자의 통찰에 새삼 옷깃을 여미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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