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 대림대 교수
김필수 대림대 교수

국내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약 3천 명 수준이다. 지난 수년간 노력해 평균 5천 명 수준에서 많이 개선된 부분이다. 음주운전 강화, 어린이보호구역 내 가중처벌 등 다양한 노력으로 이뤄진 결과다. 물론 아직 OECD국가 대비 높은 편이어서 더욱 노력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대부분 법적 처벌 조항 강화 등 강제적인 조항으로 이뤄진 만큼 선진국의 교육적 반복을 통한 관습적인 효과는 거의 없어서 사상누각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선진국과 같이 안전교육을 강조하는 가장 핵심적인 기준에 바로 운전면허제도가 있다. 어릴 때의 안전교육을 기준으로 성인이 돼 첫 단추로써 자동차를 운전하는 운전면허제도는 향후의 모든 것을 좌우하는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선진국의 운전면허제도는 다른 사람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만큼 더욱 강화하는 추세다. 호주는 2년, 독일은 3년 등 선진국의 정식 운전면허 취득까지 많은 세월과 경험이 필요하다. 예비면허, 준면허 등 준비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정식 운전면허를 취득하는 것이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이웃 중국과 일본만 봐도 알 듯하다. 중국과 일본 모두 평균 60시간 가까이 가고 있다. 중국은 약 반년간 많은 비용과 교육을 통해 진행되는 만큼 까다롭고 그리 쉽지 않다. 일본은 약 2주간 학원에 합숙할 정도로 역시 쉬운 영역이 아니다.

이렇게 강화하는 이유는 운전면허는 다른 사람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살인면허증과 같기 때문이다. 우리는 현재 교육시간 13시간만 이수하면 바로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있는 가장 낙후되고 후진적인 제도를 가지고 있다. 지난 10여 년 전 이명박 대통령 때 대국민 간담회에서 국민 편의성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제도 개선을 하면서 50여 시간의 운전면허 교육시간이 11시간으로 줄어들었다. 당시 경찰청에 관련 자문을 하던 필자는 졸지에 대통령 언급으로 모든 것이 백지화된 황당한 사례라 할 수 있다. 한·중·일의 운전면허제도 시간이 유사한 상황에서 우리만 졸지에 기존의 20% 수준으로 줄어들면서 길거리에서 주울 수 있는 면허제도로 변모한 사례다. 

지금도 각종 사망사고와 접촉사고로 인한 사상자는 운전은 물론 제대로 된 조치가 안 돼 엉뚱하게 치명적인 부상을 입는 사고도 무수히 많다. 어느 누구도 2차 사고 예방이나 조치 방법은 물론 비상시 조치 방법 등을 제대로 배운 기억이 없는 것이다. 수년이 지난 후 심각한 부작용을 언급해 2시간 늘려 13시간이 됐으나 역시 무용지물은 마찬가지인 상태다. 

이런 상태에서 취득한 운전면허를 가지고 당장 길거리로 나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제대로 된 운전은 고사하고 계기판의 기능이나 각종 스위치조차 몰라서 조작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최근 눈에 많이 띄는 야간 스텔드카의 이유 중 하나가 초보운전자의 전조등 스위치 기기 조작 무능으로 인한 문제라고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다시 예전의 기준, 가장 까다로운 선진국이 아닌 이웃 중국이나 일본 등 정도로 강화하는 것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미 풀어져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제도를 경찰청이 강화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가 모든 것을 망쳐 놨다. 이러한 낮은 기준으로 국제면허증 발급이나 모바일 운전면허 등 제도적 편의성을 극대화하고 있으나 알맹이 없는 심각한 불균형 상태라 확신한다. 지금도 이러한 면허로 국민은 교통사고로 계속 죽어가고 있다.

이번 대통령 당선자의 경우 각종 공약을 내세웠으나 표를 의식해서 그런지 이와 관련된 공약은 없다. 대통령 인수위원회 구성과 활동이 진행되는 만큼 다음 대통령은 운전면허제도 선진화로 아까운 국민의 생명을 구한다는 측면에서 확실한 정책으로 구축되기를 바란다. 매년 10시간씩만 강화해도 임기 말 정도에는 일본이나 중국 정도와 유사하지 않을까 예상된다. 이미 이러한 공백이 10년을 넘은 만큼 이번 대통령은 최소한의 선진 기준으로 강화되기를 기원한다. 국민의 생명을 구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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