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가 지난해 말부터 계속되고 있다. 왜 전장연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지 그 소리를 진정성 있게 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오가는 가운데 최근에는 정치권으로도 옮겨붙어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그런 중에 지난 28일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청각장애인을 다룬 영화 ‘코다’가 작품상을 비롯해 3관왕을 수상하며 아카데미의 유리천장을 깼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코다’에서 아버지를 연기한 트로이 코처는 청각장애 배우로는 첫 남우주연상을 수상해 화제가 됐다. 작품 제목인 코다(CODA)는 ‘Children Of Deaf Adult’의 약자로 ‘청각장애인의 아이’를 뜻한다. 영화는 청각장애 가족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장애를 갖지 않은 10대 소녀 루비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가족영화로, 지켜야 할 가족과 자신의 꿈 사이의 딜레마를 진지하지만 희망찬 분위기로 그린 작품이다.

4인 가족 중 유일하게 들을 수 있는 루비는 가족과 세상을 연결하는 다리이기에 가족의 생계인 어업이 학교생활보다 우선이었다. 새벽 조업 후 등교하는 루비는 그 때문에 급우들 사이에서 비린내가 난다는 놀림을 들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짝사랑 남학생인 마일스를 볼 수 있어 학교생활은 견딜 만했다. 그렇게 마일스를 따라 엉겁결에 합창단에 가입한 루비는 음악 선생님에게서 노래에 재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능성을 본 선생님은 특별 수업까지 자처하며 루비에게 대학 진학을 권장하지만 자신이 빠진 채 어업활동을 해야 하는 가족의 어려움을 생각하니 마음이 복잡하기만 하다. 게다가 가족 누구도 루비의 노래를 들을 수 없기에 그 꿈을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았다. 

결국 가족을 보호해야 한다는 결심으로 대학 진학을 포기한 루비는 고등학교 합창단 발표회를 마지막 무대로 생각하고 가족을 초대한다. 루비가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르지만 들리지 않는 가족들은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살펴본 뒤 비로소 루비의 재능을 알게 된다. 집으로 돌아온 아버지는 루비에게 노래의 내용을 물어보고 딸에게 다시 불러 달라고 요청한다.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아버지는 딸의 성대를 만지며 손끝으로 노래를 느낀다. 딸의 세계를 이해한 가족은 루비를 음대 오디션장으로 데려다 주고, 무대 2층에 들어온 가족을 본 루비는 가족을 위해 수어와 함께 희망의 노래를 부른다.

영화 ‘코다’는 청각장애인의 자녀로 살아가는 루비가 겪는 특수한 고민과 혼란스러운 상황을 부정하거나 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드러내며 이를 해결하고 치유하는 과정을 보여 주는 작품이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도 루비의 꿈과 새로운 삶을 응원하면서도 가족을 위해 희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 또한 동시에 이해하며 선택의 고민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영화는 상황을 이분법적으로가르지 않고 두 영역이 공존할 수 있는 길을 찾아간다. 루비가 없으면 안 될 줄 알았던 세상과의 소통도 불가능한 건 아니라는 것을 가족들도 파악하게 된다. 그렇게 한 걸음씩 루비도, 가족도, 세상도 서로 손 내밀고 잡아주는 과정을 통해 서로를 응원하며 함께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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