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구 인천광역시 환경특별시추진단장
장정구 인천광역시 환경특별시추진단장

최근 계양산에서 두꺼비 수십 마리가 떼죽음을 당했다는 소식이다. 숲에서 연못으로 산란하러 가던 두꺼비들이 차바퀴에 깔려 변을 당한 것이다. 이곳에서 간혹 두꺼비들이 사고를 당했었는데, 이번처럼 일정 구간에서 집중적으로 사고를 당한 원인을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도로 확·포장 후 차량 속도가 빨라졌기 때문인지, 높은 보도턱이 두꺼비 이동을 방해해서인지, 이동 시기와 봄비가 내리는 시기가 맞물리면서 집중적으로 피해를 당한 것인지.

두꺼비는 숲에 사는 양서류이다. 계양산 다남천 옆 물웅덩이는 매년 수백 마리의 두꺼비들이 짝짓기하는 곳이다. 수도권의 대표적인 두꺼비 집단 번식지이다. 두꺼비는 평소 숲에 살다가 봄철 짝짓기와 산란을 위해 산기슭 물웅덩이를 찾는다. 산란 후 연못에서 태어난 아기 두꺼비들은 다시 산으로 이동하게 된다. 산기슭의 도로는 일 년 최소 두 번 두꺼비가 목숨을 걸고 건너야 하는 생사의 관문인 셈이다.

현대문명의 상징과도 같은 자동차로 인한 교통사고는 인간뿐 아니라 야생동물에게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로드킬(Road-kill), 생존을 위해 도로를 건너 이동해야 하는 동물들에게 자동차 바퀴는 죽음의 바퀴이다. 개구리 등 작은 동물들은 자동차 바퀴에 조금이라도 깔리면 치명적이다. 도시 외곽을 다녀오는 경우 고라니 등 야생동물의 로드킬 현장을 거의 매번 만난다. 지난 주말 강화도 다녀오는 길, 48번국도 두 곳에서 로드킬 현장을 만났다. 자연에 들어 힐링했던 마음이 무거워졌다. 도시에서도 길고양이와 유기견들이 빈번하게 로드킬을 당하고 있다.

고속도로를 만들면서 야생동물 이동을 위해 생태이동통로를 곳곳에 만들었지만 실효성 등 전문가들의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여전히 도로 건설 비용과 차량 속도가 우선이다. 장소에 따라 고라니 등 대형 포유류부터 작은 양서류에 이르기까지 대상종에 따라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검토하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 산악지대를 관통하는 도로인지 농경지이나 하천변 도로인지에 따라 이동을 고려해야 하는 야생생물이 달라진다. 양서류에 이어 얼마 후면 파충류들도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다. 변온동물인 파충류들은 비 내린 후나 기온이 내려가는 저녁, 체온 유지를 위해 따뜻한 아스팔트 위를 즐겨 찾는다. 해서 파충류들도 로드킬 취약종이다.

속도 경쟁하듯 만들어졌던 도로, 이제는 생명존중, 자연환경을 생각하자. 도로를 설계할 때부터 비용과 속도만이 아니라 야생동물과 자연환경에 대한 좀 더 과학적인 조사·연구와 대책을 수립하자. 유리방음벽을 설치하는 경우에도 조류 충돌 방지 테이프 부착 등 새들의 충돌을 방지하는 것은 더 이상 특별한 계획이 아니다. 중요한 야생생물 이동경로에 이동통로를 설치하고, ‘야생동물이 지나고 있어요’ 안내판을 설치하는 것도 환경영향평가협의 이행사항이 아닌 토목공사 건설 시에서도 당연한 것으로 여기자. 운전자들은 산악도로나 시골길을 운전할 때 야생동물이 길 위에 있을 수 있음을 예상하고 조심운전을 하자.

인천 송도에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가 있다. 2021년 총 508마리를 구조했고 절반 정도가 자연으로 되돌아갔다. 부상당한 야생동물들이 제때 구조된다면 치료받고 다시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다. 작은 한 생명까지 배려할 수 있는 도시가 환경특별시이며, 모두가 살기 좋은 도시이다. 6월이면 인천의 곳곳에서 맹꽁이들의 합창이 들릴 것이다. 맹!꽁!맹!꽁! 송도의 공원에서, 영종도의 송산공원에서, 부평의 부영공원과 갈산유수지, 신도시가 추진되고 있는 계양들까지.

힘겹지만 아직 인천의 도시 생태계는 살아있다. 산책길에 발밑을, 운전길에 도로를 좀 더 세심하게 살피면 어떨까? 특히 비 내린 날이나 길이 촉촉한 날에는 작은 양서류들이 지나고 있을지도 모른다. 지구는 모든 생명이 어울려 살아가는 곳이다. 사람에게도 이웃 생명들에게도 하나뿐이다. 모두의 관심과 배려가 환경특별시를 앞당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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