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우 인천시 서구 아동정책보좌관
이선우 인천시 서구 아동정책보좌관

"학교 가기 싫은 사람, 공부하기 싫은 사람 모여라(모여라)~" 필자가 어린 시절 동네 친구들과 함께 흥얼거리던 노래다. 개근상이 최고의 덕목이었던 시절, 때론 가기 싫을 때도 있었지만 학교를 빠지는 일은 드물었다. 대신 교실에 삼삼오오 모여 "오늘은 학교 끝나고 동네에서 무엇을 하고 놀까" 꽤나 진지하게 고민했던 것 같다. 

이 노래(송골매 ‘모여라’)가 세상에 나온 지도 어느덧 30년이 넘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익숙한 이 노래처럼 내 기억 속 학교는 있고 싶은 곳보다는 떠나고 싶은 곳으로 남아 있다. 아마도 딱딱한 교실이 아닌 놀거리 가득한 동네에서 한창 뛰어놀고 싶은 시기였기에 그러지 않을까. 물론 지금 아이들도 그럴 테다. 

지난 3월 9일 제20대 대통령선거를 통해 우리는 앞으로의 5년을 이끌어 나갈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했다. 지자체에서 돌봄정책 개발을 주 업무로 담당하고 있는 필자는 역시나 돌봄 공약에 눈길이 먼저 갔다. 새 정부의 아이돌봄 공약을 보면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고 기관을 설립하기보다 현재 진행 중인 서비스를 개선하려는 형태로 이해된다. 

주요 공약으로 영·유아부터 초등학생까지 모든 유형의 돌봄서비스를 통합 관리하는 플랫폼 구축, 아이돌봄서비스 강화, 방과후학교 확대를 통한 초등전일제 교육 실시 등이 제시됐다. 이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초등돌봄교실 운영시간 확대다. 학교 돌봄(초등돌봄교실) 이용 시간을 오후 8시까지 연장하고, 전국 모든 초등학교에서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이렇듯 구체적으로 제시된 학교 돌봄 공약에 비해 또 하나의 축인 마을 돌봄 공약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은 다소 아쉽다. 공간적 측면에서 ‘돌봄이 학교에서 행해져야 하느냐 마을에서 행해져야 하느냐’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서비스 공급량 자체가 부족한 현 실정에서 이러한 돌봄서비스의 양적 확대는 분명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안타까운 점은 그간 돌봄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 주체인 아동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형태를 선호하는지에 대한 의견 수렴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특히 돌봄교실의 경우 주로 초등학교 저학년(1~2년)이 이용하는데, 아침부터 저녁까지 학교라는 특정 공간에만 머물러야 하는 점은 돌봄 공백은 채워줄지언정 돌봄의 다양성을 높이고 돌봄의 질을 높이기엔 다소 무리가 아닐까란 아쉬움이 있다. 

야학과 공부방 등 뜻 있는 봉사자에게서 시작된 마을 돌봄은 이제 지역아동센터와 다함께돌봄센터 등으로 제도화돼 진행 중에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정상 등교가 어려워지면서 드러난 돌봄 공백을 최일선에서 열심히 메우고 있다. 마을 돌봄 기관은 말 그대로 지역사회 안에 있기에 아이들에게 보다 편안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주민들의 도움을 자연스럽게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무엇보다 마을 돌봄은 학교 돌봄과 경쟁 상대가 아니다. 앞으로 원활한 협조 아래 서로 간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국가 정책이 수립되길 기대해 본다. 

서구는 지난해 인천에서는 최초, 전국에서는 여섯 번째로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 상위 단계 인증을 획득했다. 아동친화도시를 완성하려면 인증 획득만이 아닌 아동의 행복을 실현할 수 있는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서구는 이미 지난해부터 기존 돌봄정책의 문제점을 지자체 차원에서 해결하고자 시동을 걸었고, 머리를 맞댄 결과 ‘서로이음 아이돌봄’이라는 돌봄시스템을 구축했다. 서로이음 아이돌봄 시스템의 중심은 첫째, 아이가 원하는 돌봄이다. 이에 따라 서구는 아이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 ‘아동친화적 돌봄’을 우선 과제로 삼고, 이를 담아낼 수 있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올 하반기에는 아동 대상 돌봄욕구조사를 진행해 아동이 원하는 돌봄 모델을 수립하고자 한다. 두 번째는 마을 중심의 돌봄 체계 구축이다. 다함께돌봄센터와 지역아동센터를 중심으로 마을 유휴 공간을 활용한 틈새형 돌봄을 통해 정기적인 돌봄뿐 아니라 야간과 긴급상황에도 대처 가능한 시스템을 마련하고자 한다.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격언처럼 마을 중심의 돌봄은 앞으로도 계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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