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유신 사회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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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가 양평군 흑천 일대 개선공사를 추진하면서 ‘선물’과 ‘상처’를 동시에 안겼다.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던 흑천 수해상습지 개선공사가 본격 시작되면서 지역사회의 기대감이 커지지만, 최근 시공업체가 흑천길에 있던 수많은 벚나무를 ‘인정사정없이’ 벌목해 버린 탓에 주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온다. 

‘물소리길’은 양평군의 대표적 명소 중 하나다. 산과 강, 하천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걷기 코스이자 주민들의 휴식공간, 건강과 회복의 상징적인 곳이다. 또 적어도 자전거 동호인이나 등산객들은 한 번쯤은 지나쳤을 법한 추억이 서린 장소다. 

하지만 최근 물소리길의 다섯 번째 코스인 흑천길에 봄이 되면 아름다움을 뽐내던 벚나무가 흑천 수해상습지 개선공사 과정에서 마구잡이로 베어져 더 이상은 볼 방법이 없어지면서 아쉬움이 커진 상황이다. 

흑천 수해상습지 개선공사 과정에서 벌목이 돼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며 아쉬움이 커진 상황이다.
흑천 수해상습지 개선공사 과정에서 벌목이 돼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며 아쉬움이 커진 상황이다.

주민들 입장에서는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해 힘들었고, 그나마 최근 사회적 거리 두기 등이 완화될 조짐을 보이며 봄의 기운을 느낄 시기라 볼멘소리가 더욱 커진다.

법이나 규정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면 경기도나 공사를 시공하는 업체 측이 잘못한 점은 없다. 다만, 공사 일정을 고려해 오랜 세월 자리를 지켜온 벚나무를 주민들이나 관내 다른 곳으로 ‘입양’하는 등의 차선책을 없었는지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벌목 시기라도 조금 늦춰 주민들이 만개한 벗꽃을 보며 봄의 정취라도 느끼게끔 할 생각은 왜 하지 못했는지 그저 원망스럽다.

경기도는 예전에도 북부청사 앞 평화광장을 조성하며 기존에 있던 수목들을 벌목하는 과정에서 시민들의 원성을 샀다.

하필이면 식목일에 즈음해 흑천길 일대 벚나무들을 인정사정없이 싹둑 잘라 버린 그 이상야릇한 심리를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하나 마나한 얘기지만, 나무를 심고 키우는 데는 상당한 노력과 세월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벌목하는 일은 참 쉽게도 결정한다. 위민행정은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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