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인현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대학 교수
윤인현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대학 교수

지도자의 리더십이라 하니, 먼저 떠오르는 것이 ‘수주대토(守株待兎)’다. 어느 농부가 밭갈이를 하는데, 토끼 한 마리가 달아나다 밭 가장자리에 있는 그루터기에 부딪쳐 모가지가 부러져 죽었다. 그날부터 그 그루터기에 앉아 토끼를 기다렸다는 말이다.

이는 한비자가 옛사람의 제도나 관습 등을 비판적 태도 없이 무작정 따라함을 비판한 것이다. 시대가 변화해 주변의 여건이나 환경 등 시대적 가치가 변화했는데도 여전히 선대(先代)의 제도나 사고방식에 얽매여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면, 진정한 지도자의 리더십은 아닐 것이다. 마치 배를 타고 가다가 강물에 칼을 빠뜨리자 뱃전에 표시하고, 육지에 닿아 배에 새긴 그곳에서 칼을 찾는 꼴인 각주구검(刻舟求劍)이 되기 때문이다. 

대중과의 원만한 소통도 지도자가 지닐 리더십 중의 하나일 것이다. 소통을 위한 전제는 믿음이다. 믿음이 없으면 신뢰가 형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논어」 ‘안연’편 ‘덕풍’장에 계강자가 "무도(無道)한 자를 죽여 도(道) 있는 데에 나아가게 한다면 어떻습니까?"라고 정치에 대해 묻자, 공자가 말씀하시기를 "그대가 정치를 행함에 어찌 살인 정책을 쓴다는 말인가? 그대가 선(善)해지고자 하면 백성들이 선해질 것이니, 군자의 덕은 바람이요 소인의 덕은 풀인지라, 풀에 바람이 불고 지나가면 반드시 쓰러지느니라"라고 하셨다는 내용이 있다.

‘위정자(지도자)는 백성들의 본보기가 되어야지, 강압적으로 백성을 다스리면 신뢰가 무너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아가 ‘강압은 폭력을 불러 폭동까지 일어나게 할 수 있다’고 했다. 따라서 공자는 ‘바람이 불면 풀들이 바람 부는 대로 눕는 것처럼, 자연의 순리대로 윗사람이 모범을 보이면 아랫사람들은 믿고 따라온다’고 해 덕치(德治)를 주장했다. 이는 윗물이 맑으면 아랫물이 맑은 것처럼 자연의 섭리를 따르는 것과 같다. 

「논어」 ‘위정’편 ‘민복’장에 "애공이 어찌하면 백성들이 따릅니까?"로 묻는 말에도, 공자는 "곧은 사람을 들어서 굽은 사람들 위의 자리에 앉혀 놓으면 백성들이 따르고, 굽은 사람을 들어서 곧은 사람들 위의 자리에 앉혀 놓으면 백성들이 따르지 않습니다"라고 했다. 지도자가 지녀야 할 지극히 평범한 리더십인 것이다. 지도자급을 임명할 때는 무엇보다도 정직한 리더십을 지닌 인물이 임명돼야 한다는 말이다. 지도자급은 마치 사발과 같고 백성은 물과 같아, 사발이 네모지면 물도 네모지게 되고 사발이 둥글면 물도 둥글게 되는 것처럼, 소통은 남으로부터가 아니라 자기 자신으로부터 시작돼야 한다는 논리이다.

지도자의 리더십으로 유연함도 중요하다. 노자(老子)가 「도덕경(道德經)」에서 물의 성질을 말한 부분이 있다. 상선약수(上善若水), 곧 "최고의 선(善)은 물과 같다"는 말이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남과 다투지 않고, 남들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처한다. 물이 없으면 만물은 살아남을 수가 없다. 생명의 젖줄인 것이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면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어떤 경우든 주변 상황에 잘 대처해 자신의 순조로움과 자연스러움으로 주변과 어울린다. 막히면 고이게 해 넘쳐흐르고, 트이면 주변 지형과 조화를 이루는 유연함을 보인다. 이것이 이 세상을 바꾸는 근본적인 힘인 것이다. 이와 같은 물의 속성을 알게 되면 소통의 부재는 없을 것이다. 만물에 도움이 되면서 타인과 다투지 않는 부드러운 마음과 낮은 자리, 곧 남들이 싫어하는 자리도 마다하지 않는 겸손한 마음을 물로부터 배워야 할 것이다. 지도자의 리더십도 물과 같은 원리로 행한다면 갈등이 최소화될 것이다.

한 달 후면 새로 선출된 대통령이 취임한다. 지난 대선에서 여야 거대 양당의 대통령 후보는 비호감의 후보로 대중의 입에 오르내렸으며, 그 결과는 역대 대통령선거 사상 초유의 박빙이었다. 그리고 대통령 집무실 이전으로 언론은 소통의 부재를 지적하고 있다. 비호감과 박빙, 소통의 부재 등 곧 취임할 대통령의 행보에 험난함이 느껴진다. 이런 시국에 필요한 지도자의 리더십은 미래지향적인 비전과 소통의 리더십일 것이다. 무소불위의 권력 기관의 수장으로 있던 지도자이기에 더욱 소통은 요망되는 현실이며, 몸담았던 조직의 개혁도 시대적 요구인 것이다. 그래서 미래지향적이면서 덕치(德治)를 행할 수 있는 물과 같은 유연함의 지도력이 필요한 시기이다. 이를 기반으로 국민을 비롯한 거대 야당과 소통이 돼야 국정도 잘 운영될 것이기 때문이다. 부디 훌륭한 지도자가 탄생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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