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제13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임솔아 등 / 문학동네 / 6천930원

젊은작가상은 데뷔 10년 이하의 작가들이 각자의 언어와 형식으로 일궈 낸 아름다운 문학적 성취를 축하하고자 마련된 상이다. 올해 젊은작가상에 이름을 올린 작가는 임솔아, 김멜라, 김병운, 김지연, 김혜진, 서수진, 서이제다.

 대상을 수상한 임솔아의 ‘초파리 돌보기’는 오래전 실험동에서 초파리를 돌보는 일을 했던 이원영의 삶을 이원영의 딸인 소설가 권지유의 시선에서 그려 낸 이야기다. 불행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삶의 의미를 ‘해피엔드’로 끌어올린 작가의 아름다운 의지가 돋보인다. 

 김멜라의 ‘저녁놀’은 ‘눈점’과 ‘먹점’이라는 여성 커플이 곤궁한 생활 속에서도 서로를 위하며 ‘먹고사는 일’을 꾸려 나가는 애틋한 모습을 딜도를 의인화한 화자 ‘모모’의 시선으로 그려 냄으로써 김멜라 특유의 퀴어-여성 서사의 독특한 결을 감각하게 하는 한편, 유구하게 이어져 온 남성 중심의 서사를 비튼다.

 김병운의 ‘기다릴 때 우리가 하는 말들’은 게이 소설가인 화자 ‘나’가 인권단체의 독서모임에서 만나 한때 친밀하게 교류했던 무성애자 주호와 그의 애인 인주 씨와 관련된 일화를 펼치면서 소수자라는 동질적인 정체성을 공유하는 사이에서도 저지르기 쉬운 몰이해와 혐오, 그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김지연의 ‘공원에서’는 ‘공원’이라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열린 공공장소가 어떻게 폭력적인 차별의 공간으로 변모하는지를 강렬한 언어로 표현함으로써 우리 사회에 만연한 여성혐오를 드러내 보인다. 

 김혜진의 ‘미애’는 자기 소유의 주거공간을 지닌 자와 그러지 못한 자의 계급적 차이를 통해 드러나는 인간의 지독한 민낯과 복잡한 모순을 가차 없는 단문으로 파고든다. 

 서수진의 ‘골드러시’는 호주라는 이국의 공간에서 살지만 서로를 향한 어떠한 감정도, 기대도 사라져 버린 젊은 부부의 권태와 그 삶의 파국성을 폐광이라는 이미지를 통해 상징적으로 펼쳐 보인다. 서이제의 ‘두개골의 안과 밖’은 새의 개체 수가 급증한 근미래를 배경으로 까치와 닭으로 표상된 ‘새’와 관련된 사건과 진술이 파편적으로 드러나는 가운데 살처분이라는 명목 하에 자행되는 무자비한 살상과 인간성의 상실을 묵시록적인 상상력과 다채로운 형식 실험을 통해 그려 낸다.

희망의 질감

김보영 등 / 문학동네 / 1만350원

이 책에는 김보영, 김진나, 문이소, 윤성희, 은소홀, 이금이, 진형민 작가가 ‘희망’을 열쇳말 삼아 쓴 단편소설 일곱 편이 실렸다. 

우리 삶에 늘 필요하지만 당장 지금의 현실이 버거운 청소년들에게 희망을 가지라는 말은 공허하게 들릴지 모른다. 자기 긍정은 낯간지럽기만 하고, 자조하는 포즈가 더 익숙한 청소년 인물들의 현실 속에서 7인의 작가들은 작고 미세한 떨림을 건져 올린다. 

사실은 잘해 보고 싶은 마음, 그 마음을 인정하기까지 꽤 먼 길을 돌 수도 있지만, 이 길의 끝에 무엇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가 보기로 결심한 순간의 떨림을 통해 희망은 비로소 고유한 질감으로 발견된다. 

이처럼 인물들의 분투 속에서 찾아낸 희망은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역동을 품고 있다. 쉽지 않을 것이다. 뜻대로 풀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한번 "해 볼 만하잖아"라는 마음으로 발을 내디뎌 보는 일. 알 수 없는 미래를 앞에 두고 선택의 기로에 선 청소년들에게 다채로운 질감의 지지를 보내는 책이다.

아이들이 묻고 노벨상 수상자들이 답하다

베티나 슈티켈 / 보물창고 / 1만4천220원

아이들이 느닷없이 "왜 감자튀김만 먹고 살 순 없는 걸까요?"라고 물으면, 어쩌면 어른들은 뜬금없는 질문이라고 여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나치듯 무심히 던지는 아이들의 질문은 언제나 위대하고 심오하다. 어른들은 이 엄청난 질문들에 어떻게 답해야 할지 몰라 당황할 때가 많다.

그래서 노벨상 수상자들이 해결사로 나섰다. 이 책에는 아이들이 던질 만한 22개의 질문들이 실렸다. 달라이 라마(1989, 평화상), 오에 겐자부로(1994, 문학상), 데스몬드 투투(1984, 평화상), 에르빈 네어(1991, 의학상), 다리오 포(1997, 문학상), 크리스티아네 뉘슬라인 폴하르트(1995, 의학상) 등 역대 노벨상 수상자들이 정치·경제·사회·문화·자연·과학 등 세상을 관통하는 여러 분야의 본질적인 질문들에 아주 친절한 대답을 내놓는다.

이 책은 호기심이 많아 머릿속에 늘 질문이 가득한 아이들뿐 아니라, 언제든 아이들의 엄청난 질문에 맞닥뜨릴 어른들도 꼭 읽어 둬야 할 책이다. 아이들은 늘 대답을 듣고 싶어하며, 대답을 들을 권리가 있다. 언젠가 더 이상 질문하는 것을 포기하게 된다면 아이들의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력은 거기에서 그대로 멈추고 만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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