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영화는 프레임에서 시작된다. 틀이나 뼈대를 의미하는 프레임(frame)은 영화 화면을 말한다. 영화의 시각적 요소는 프레임에서 구현되는데, 화면비는 그 자체만으로도 특징적인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다. 4:3의 아카데미 비율에서 출발한 화면비는 시대의 변화 속에 다양한 사이즈를 탄생시켰다. 최근 영화는 과거에 비해 확실히 가로가 넓어진 와이드스크린이 보편적이다. 와이드스크린은 탁 트인 시야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장점이 있다. 반면 4:3 사이즈는 인물을 화면에 꽉 채워 대상에 집중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2013년 개봉한 폴란드 영화 ‘이다’는 요즘에 보기 드문 4:3 사이즈에 더해 흑백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영화 속 배경이 1962년이기 때문에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떠나는 고전적인 화면과 색채를 선택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이 영화는 그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프레임 구성을 통해 전달한다.

영화 ‘이다’는 안나로 살아가던 고아 소녀가 ‘이다’라는 이름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그렸다. 성당 고아원에 버려져 평생을 수녀원에서 자란 안나는 정식 수녀서원을 받기 전,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유일한 혈육인 이모를 만나 보라는 원장 수녀님의 제안을 받는다. 내키지 않는 발걸음으로 펑펑 내리는 눈을 맞으며 안나는 이모 집을 방문한다. 금욕적으로 살아온 안나와는 달리 이모 완다는 자유분방함을 넘어 자기 파괴적인 모습마저 띠고 있었다. 한순간도 입에서 술과 담배가 떨어지지 않는 이모는 ‘피의 완다’라는 별칭을 가진 판사로, 1950년대 스탈린 시대의 폴란드에서 ‘인민의 적’에게 거침없이 사형을 판결한 무자비한 사람이었다. 그런 이모가 안나에게 "너는 폴란드인이 아닌 유대인이며, 이름은 이다"라는 사실을 전한다.

전혀 모르고 있던 정체성을 알게 된 이다는 부모님 산소에 가고 싶다고 말한다. 그러나 2차 대전 당시 살해된 유대인은 묘지도 없이 방치되는 일이 빈번해 유해조차 찾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이다의 부모님이 마지막까지 생존한 마을을 찾아 그 흔적을 수소문한다. 그 과정을 통해 영화는 폴란드의 어두운 역사도 관통한다.

2차 대전 당시 폴란드는 나치 독일에 의해 무자비한 탄압을 받았지만 그와 동시에 자국민이 유대인을 박해하기도 했다. ‘이다’ 가족의 비극은 후자에 해당한다. 여기서 영화는 당시의 만행을 정조준하기보다는 자신의 근원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만난 다양한 상황과 사람들을 통해 안나에서 이다로 성장하는 과정에 집중한다. 이는 앞서 언급한 프레임을 통해서도 잘 표출된다. 세상을 모르는 채 수녀원에서 안나로 살아가던 시절 그녀는 화면의 중앙이 아닌 하단 끄트머리에 간신히 걸려 있는 모습으로 포착되는데, 이는 해석하기 따라서 주체가 되지 못한 위태로움으로 읽을 수도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종교적인 시선으로 볼 여지도 있다.

영화 ‘이다’는 전쟁과 죄의식, 신과 인간 등의 질문을 통해 성장하는 한 사람의 진중한 이야기를 독창적인 영상미로 사유하게 하는 빼어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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