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들에게 가장 행복하게 다니고 싶은 유치원은 어떤 곳일까.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 다른 아이들보다 뒤처지지 않게 하려고 영어를 가르치는 곳, 아니면 반드시 배워야 한다는 코딩을 가르치는 곳, 그것도 아니라면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선행학습을 하는 곳일까.

사람마다 생각과 가치관이 달라 절대적인 정답은 없지만, 부천 상동에 위치한 사립 청심유치원은 ‘잘 노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겼다.

청심유치원이 ‘잘 노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계기는 따로 있다. 2003년 3월 1일 개원한 청심유치원은 올해 20년 차를 맞이한 ‘베테랑 중 베테랑’으로, 오랜 기간 동안 운영해 온 만큼 부천 상동에서 ‘청심 유치원’이라고 하면 ‘잘 노는 유치원’으로 모르는 학부모가 없을 정도다.

그러나 2018년 유치원은 교육부 지침에 따라 유치원 교육과정에서 영어특기적성 수업을 줄여야만 했고, 이는 학부모들의 학습에 대한 불안으로 이어져 운영에도 어려움을 줬다. 

이에 고민에 빠진 청심유치원은 모든 교직원이 한마음 한 뜻을 모아 2020년 3월 1일 혁신유치원으로 처음 지정됐다. 

생태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협력하며 노는 아이들.
생태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협력하며 노는 아이들.

#교육철학=놀이 희망 교육

청심유치원은 혁신유치원으로 지정되기 이전부터 ‘놀이중심 교육과정’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2017년 교육부가 발표한 ‘유아교육 혁신방안’을 보고 청심유치원도 교육과정을 고민했고, 그 해 전국 50대 유치원에 도전해 교육과정 우수 유치원으로 선정됐다. 

청심유치원이 교육과정 우수 유치원으로 선정된 데는 역시 ‘잘 노는 일’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교육철학부터 건강하게 놀자(Health)와 함께 놀자(Obliging), 신나게 놀자(Play), 느끼면서 놀자(Emotion)라는 4가지 슬로건으로 유아들이 행복한 놀이 속에서 희망을 키우는 과정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이는 유아가 스스로 놀이를 주도하고 경험함으로써 자아존중감을 높이고, 문제해결 능력을 향상시켜 또래 간의 상호작용을 증진해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핵심 역량을 함양하기 위해서다. 

올해 역시 청심유치원은 ‘우리 실컷 놀자’라는 슬로건 아래 코로나19로 몸과 마음이 힘들어진 유아들에게 충분한 행복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청심유치원 원아들이 놀이 활동에 집중했다.
청심유치원 원아들이 놀이 활동에 집중했다.

#청심유치원은 어떻게 운영되나

청심유치원은 유아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경험과 흥미가 모두 놀이가 된다고 여긴다. 일례로 ‘엉뚱하게 놀자’라는 놀이수업에서는 유아가 기존의 획일적인 교재교구를 갖고 놀지 않는다. 대신 일상생활에서 접할 만한 모든 물체를 다양한 시각으로 탐색하고 생각함으로써 심미적 감성 역량의 상상력을 키우도록 돕는다.

또 ‘고물 놀이터’는 기존의 장난감이나 쓰지 않는 물건을 유아가 직접 분해해 보고, 다른 물체와 융합해 특별한 장난감을 만들어 보기도 하며, 유치원 주변의 공원과 옥상 하늘정원에서 계절마다 달라지는 공간의 변화를 구경하기도 한다. 

유아들이 잘 놀려면 교사들도 잘 놀아야 했고, 교사들이 잘 놀기 위해서는 혼자만의 힘으로는 부족했다.

이에 청심유치원은 '존중’과 ‘함께’라는 단어를 강조하며 운영자와 교사들이 함께 모여 서로를 지지하고,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했다. 

또 서로를 잘 이해하고 성장을 위한 동기유발 목적으로 ‘그림책 문화’를 가져보며 각 교사들의 성향과 가치관, 관점 등을 이해하는 ‘아침문화 모임’을 운영한다.

청심유치원은 서로간 존중이 있는 소통을 위해 교사들의 수평도 중시했다. 수평을 위해서 ‘대나무 숲’이라는 회의를 만들었는데, 교사들이 익명게시판을 통해 운영자와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쓰고 함께 이야기하는 방식이다. 

여태까지 ‘대나무 숲’에 올라온 요구들을 최대한 수용했으나 부득이하게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은 이유를 설명함으로써 서로의 이해를 구하기도 했다. 

‘빛 탐색’ 놀이 활동.
‘빛 탐색’ 놀이 활동.

#교실마다 다 달라요!

‘놀이’가 중요한 청심유치원은 모든 반의 모습이 제각각이다. 비슷한 놀이가 있을 지는 모르지만, 웬만해서는 놀이가 겹치지 않는다. 

이는 교사들의 ‘놀이 신념’이 다르고, 각각 자신들만의 색깔과 가치관들로 ‘교육 브랜드’를 설정했기 때문이다. 

어떤 교사는 ‘사람을 품은 감성 교육디자이너’라고 정했고, 또 다른 교사는 ‘가치와 꿈의 문화연구 기획자’라고 설정했다. 교사들의 ‘놀이 신념’이 들어갔기 때문일까. 청심유치원의 각 반을 살펴보면 풍겨지는 느낌이 서로 다르다.

어떤 반은 화려한 느낌을 주기도 하며, 다른 반은 예술적 감각이 넘치기도 한다. 심지어 반에 들어서자마자 아이들이 만들어 놓은 ‘우주공간’이 펼쳐지기도 했다.

물론, 유아들이 잘 놀려면 자기 반에서만 있을 이유는 없다. 다른 반에 놀러가도 되며, 가끔은 다른 반 아이들 혹은 형, 누나를 불러 같이 놀기도 한다. 자기 반에 없는 놀이가 다른 반에 있으면 직접 체험하기도 한다.

이처럼 각 반의 모습이 제각각인 이유는 교사들이 놀이지원을 위한 성찰과 나눔 때문이다. 한 학기 3명의 교사가 모둠을 이뤄 교실을 직접 방문해 교실의 고민을 나누는 시간을 마련한다. 또 2명씩 짝을 지어 멘티-멘토 역할을 하며 수시로 교실을 참관하고 협의한다.

이렇다 보니 학부모들도 유아들의 놀이를 잘 알아야 했다. 유치원에서 놀던 놀이를 부모랑 같이 하고 싶은 게 유아의 마음이다.

청심유치원은 학부모들에게 유아가 어떻게 성장하고, 무엇을 배우는 지에 대해 알려주려고 다양하게 소통한다. 학부모들에게 학기 초 진행하는 입학 설명회를 비롯해 정기적으로 교육을 통해 ‘놀이의 필요성’과 ‘진짜 놀이란’, ‘놀이의 힘’, ‘놀이 환경’ 등을 알려주고 이해를 돕는다. 

가족들끼리 할 만한 오감 놀이를 소개해 유아들과 함께 할 놀이를 알려주기도 하며, SNS를 통해 유치원에서 한 놀이를 공유한다. 

# 한선희 청심유치원 원장

#우리는 잘 노는 유치원. 기억해주세요. 

한선희 청심유치원 원장은 원생을 모집할 때 학부모에게 꼭 말하는 내용이 있다. 바로 청심유치원에서 가장 필요한 ‘잘 노는 일’이다. 

한 원장은 "원생 모집할 때 학부모들께 설명회에서 ‘저희 유치원은 잘 놀아야 오는 유치원’이라고 먼저 말한다"며 "주변 평판에서도 ‘청심유치원’이라 하면 ‘잘 노는 유치원’으로 소문이 났다"고 설명했다. 

교육적인 프로그램을 중요시했던 학부모들도 자녀들을 혁신유치원에 보낸 뒤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고 한다.

한 원장은 "쓰기 지도, 연산, 영어 수업 등을 원하는 학부모들도 많았다"며 "하지만 학부모가 수업 중 직접 놀이에 참여해 유아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관찰한 뒤 직접 협력 모임을 통해 체험해 보고 나서는 오히려 응원해주신다"고 했다. 

물론, 새학기 때마다 혁신유치원에 대해 잘 모르거나 주변의 이야기만 듣고 의문을 가지며 유치원을 결정하는 학부모들도 있다. 그럴 때면 한 원장이 적극적으로 나선다. 

그는 "초·중·고와 다르게 유치원은 ‘혁신’이 아니어도 유아존중이 우선되는 ‘놀이중심 교육과정’을 늘 해왔는데, 유아와 교사, 학부모가 하나 돼 놀이의 중요성을 공감하면서 함께 갈 때 행복하다"며 "행복함이 많은 학부모들을 통해 나비효과처럼 다른 곳으로 퍼져 나가 주변의 다른 곳에도 전달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다만, 유아들의 놀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한 원장이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그는 "놀이의 중요성을 학부모들이 인지하도록 교육청과 교육부에서 연구 내용과 놀이교육 홍보를 지속적으로 해줬으면 한다"며 "혁신유치원을 운영하려면 교사들의 교육신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를 위해서는 유치원이라는 삶의 현장에서 유아마다 지닌 놀이 씨앗을 키워주기 위한 교사들의 ‘놀이고민’ 등 성찰의 시간이 필요한데, 아직 여건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교사들이 진정 놀이거리를 고민하면서 ‘교사다움’ 즉, ‘잘 노는 선생님’의 길을 만들어가도록 여러 방향에서 지원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재우 기자 kjw@kihoilbo.co.kr

사진=  <부천 청심유치원 제공>

※ ‘학생이 행복한 경기교육’은 경기도교육청과 기호일보가 함께 만들어 가는 교육섹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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