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병법 구변(九變) 편은 아홉 가지 변화를 말하지만 아홉이란 숫자는 많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어 무수하게 많은 변화를 뜻한다고 볼 수 있다. 이 가운데 두 번째 구절에 있는 ‘길에는 가서 안 될 길이 있고(途有所不由), 군대는 공격해서는 안 될 부대가 있고(軍有所不擊), 성에는 빼앗고자 공격해서 안 될 지형이 있고(城有所不攻), 땅에는 다투어서 점령하면 안 될 지형이 있고(地有所不爭), 임금의 명령이라도 받아들여서는 안 될 명령이 있다. 여기서 ‘군명유소불수’는 의미가 있다. 명령을 받고 천 리 먼 곳에 파병되어 적군과 대치하고 있는데 임금에게 상황과 전혀 다른 명령이 내려왔다고 따른다는 건 자살 행위나 다름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임금의 명령을 깔아뭉갤 수도 없는 일 아닌가. 결국 원정 떠난 장수에게 적절한 권한을 주어야 했고, 혹여 현장과 부합되지 않는 명령에 따르지 않아도 무방하다는 정도의 배려는 꼭 필요하다.  

  <중국인문학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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