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시 동탄대로에 위치한 공립 화성 청계중학교는 동탄역과 가까워 수준 높은 학구열을 자랑하는 학교다. 학구열이 높다 보니 자연스럽게 학교의 방향과 특색도 성적에 큰 영향을 끼쳤다. 

이를 뒷받침하듯 2015년 3월 1일 개교한 청계중은 이듬해 중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진행한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에서 화성오산교육지원청 내 1위를 차지했다. 

이 같은 청계중에 가장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었으니, 바로 과밀학급이다. 인근 주민들이 점차 늘어나고 학교의 명성을 날이 갈수록 높아지다 보니 학생 수가 점차 늘어났다.

이에 청계중은 혁신학교를 생각했다. 혁신학교를 진행하면 여러 지원은 물론, 혁신학교를 함으로써 생기는 장점이 많다고 판단했다. 

지난 해 후반부터 혁신학교 준비를 시작한 청계중은 교직원과 학부모, 학생들의 적극 찬성으로 지난 3월 1일 드디어 혁신학교로 지정됐다. 이제 청계중은 ‘학생들의 행복’을 위한 학교로 변신 중이다.

청계중학교 학생들이 창의적 교육과정 중 하나인 오케스트라 연습을 했다.
청계중학교 학생들이 창의적 교육과정 중 하나인 오케스트라 연습을 했다.

# 강점과 약점 파악부터

청계중은 혁신학교를 진행하면서 학교 조건과 지역 조건에 대한 강점과 약점, 기회와 위협 등을 파악했다. 

청계중의 강점은 최신 시설과 다양한 교육 공간이 있고, 안정적인 가정환경과 높은 학구열, 관리자의 풍부한 경험과 역동적 마인드, 수업 개선에 대한 교사들의 의지, 학생들의 기본생활습관 확립을 통한 면학 분위기 조성 등이다.

또 지역 조건 기회는 학교에 대한 주변의 긍정적인 인식과 학부모의 높은 교육지원 의지다. 반면, 청계중의 약점은 과밀학급을 비롯해 학생들의 학력 격차와 학부모들의 민원 제기로 교사의 사기 저하, 소규모 교무실의 분산배치로 인한 교육 구성원간의 소통 부족이었다. 

위협 요소는 주별 문화시설과 체육시설 등의 교육과정 연계 경험 부족과 학부모의 높은 기대로 과열된 학력 경쟁, 사교육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다. 

이에 청계중은 ▶S-O 전략(적극적 전략) ▶W-O 전략(방향전환 전략) ▶S-T 전략(다양화 전략) ▶W-T 전략(보완 전략)을 계획했다. 

고전 포트폴리오를 만든 학생들.
고전 포트폴리오를 만든 학생들.

S-O 전략은 다양한 체험교육 활동을 제공과 교육 자치활동 강화, 진로 탐색 활동 강화, 교사의 전문성 향상을 위한 지원으로 교육역량 신장, 문화예술교육 강화, 학교 인근의 기관과 주민과의 소통과 상호지원을 통한 학교발전 공유다.

W-O 전략은 권한 위임을 통한 자율성과 책무성 강화, 전문적 학습공동체 운영, 기초학력향상 프로그램 운영, 업무경감팀 구축, 학부모의 학교 참여 확대다. 

S-T 전략은 학교 인근의 기관과 주민과의 소통과 상호지원을 통한 학교발전 공유, 인근 학교간의 교류 강화로 상호 보완적 발전 추구, 올바른 교육관 정립을 위한 학부모회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활동 등이 있다. 

W-T 전략은 교사의 수업과 지원행정에 대한 전문성 강화 등 교직원 역량 강화 지원, 학부모의 학교교육활동 관심과 참여 제고를 위한 프로그램 운영, 방과 후 학교 활성화와 내실화를 위한 내·외부 전문 인력풀 활용, 새로운 학교문화 형성을 위한 교직원 연수와 노력이다. 

# 4년 차 성숙기로 나아가는 과정 

청계중은 올해를 시작기로 잡고 2023년 성장기, 2024년 발전기, 2025년 성숙기로 나아갈 추진 계획을 세웠다. 

연도별로 민주적학교 운영체제와 윤리적 생활공동체, 전문적학습공동체, 창의적교육과정을 계획했다. 이중 현재 진행되는 시작기만 살펴보더라도 청계중이 얼마만큼 준비했는 지 알 만한다.

민주적학교 운영체제를 위해서는 교육공동체 간의 공감대 형성을 비롯해 민주적 협의를 통한 혁신학교 교육철학과 비전을 공유하고, 교육공동체의 상호존중적 조직문화를 형성해 협력적 문제해결 구조를 바탕으로 책무성을 강화할 방침이다. 

청계중학교 학생들이 창의적 교육과정 중 하나인 오케스트라 연습을 했다.
청계중학교 학생들이 창의적 교육과정 중 하나인 오케스트라 연습을 했다.

윤리적생활공동체로는 학생 자치활동 활성화를 통한 민주시민 교육과 회복적 생활교육을 통한 인권 친화적 인성 교육 추진, 예·체능 활동 운영을 통한 학업중단 위기학생 관리, 각 학년 주제별 특색 있는 학급운영이다. 

전문적학습공동체는 교과별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조직하고, 교사 역량을 강화하고자 연수를 진행하며 학교 수업 문화를 성찰한다. 

또 배움 중심 수업을 공동 연구·실천하며, 전문가 수업 컨설팅을 통한 수업 전문성을 신장할 방침이다.

창의적교육과정에서는 ▶진로 교육, 진로 체험, 자유학년제 프로그램 운영 ▶배움 중심 수업 연구를 통한 배움 중심 수업 디자인과 실천 ▶교과·인성 융합수업 계획 ▶예술체육의 기본소양 교육 ▶학력 형상을 위한 기초 기본교육 강화 등이다.

# 말보다는 실천으로

청계중은 혁신학교를 추진하려고 실천 계획을 미리 짜놨다. 이는 총 4가지 분야로 구분되는데, 참여와 소통의 자치 공동체 구축, 존중과 배려의 생활공동체 운영, 개방과 협력의 학습공동체 운영, 창의적 교육과정 운영이다. 

고전 포트폴리오를 만든 학생들.
고전 포트폴리오를 만든 학생들.

참여와 소통의 자치 공동체 구축으로는 ▶교육공동체 대토론회 ▶자율지표 중심의 학교평가 ▶음악으로 여는 아침 ▶학부모회 운영 ▶교직원 소통채널 운영 등이다. 

존중과 배려의 생활공동체 운영으로는 학생 자치회를 활성화하고, 학생 보호인력을 운영하며, 많은 학생들에게 상담 기회를 제공하는 개인·집단 상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학생회 활성화를 위한 리더십 캠프, 학생과 교사의 인권 보호를 위한 회복적 생활 교육, 안전한 교육환경 조성 등이 있다. 

개방과 협력의 학습공동체 운영으로는 전문적 학습 공동체의 날을 운영하고 수업 공개와 협의회를 진행하며, 전문가 수업을 컨설팅 할 계획이다.

창의적 교육과정 운영은 총 18가지로 수많은 내용이 있다. 이중 눈에 띄는 부분은 ‘오케스트라’다. 학년과 상관없이 희망하는 학생이면 누구나 가능한 동아리로, 합주를 통해 타인과의 의사소통 능력과 공동체 의식 함양을 위해 만들어졌다. 또 공연 예술에 대한 이해의 폭을 확대하고, 꿈과 끼를 마음껏 발산할 기회를 갖는다.

 ■ 조도순 청계중 교장

#교장-교사-학부모-학생들 서로 연계되는 화합

 올해 처음 혁신학교를 시작해 이제 2달 넘게 보내온 청계중에 대한 주변 평가는 매우 긍정적이다. 이는 조도순 청계중 교장의 역할이 컸다. 

 2003년부터 2008년까지 경기도교육청 장학사였던 조 교장은 오산정보고 교감을 거쳐 성남금융고와 경기모바일과학고, 대호중 교장을 역임한 뒤 지난 해 9월 1일 청계중으로 왔다. 

 조 교장이 근무했던 학교는 당시 혁신학교로 지정되지 않았기에 그 역시도 혁신학교가 처음이다. 그는 "혁신 학교를 경험하지 않았으나 청계중에 처음 부임했을 때 가장 시급한 문제가 과밀학급이었는데, 이로 인해 가장 피해를 보는 쪽은 교사들과 학생들이었다"며 "과밀학급으로 피해를 받는 학생들은 보면서 든 생각은 ‘학생들이 더 행복한 방향으로 가는 길이 어디일까’였는데 혁신학교가 생각났다"고 설명했다. 

 특히 조 교장은 학생들에게 높은 수준의 교육을 제공하고자 교사들의 고민부터 해결했다. 조 교장이 부임하기 이전에는 성적을 위해 일부 학부모들이 민원을 제기했고, 교사들은 이를 해결하려고 교육에 열정을 쏟을 시간이 부족했다. 

 하지만 조 교장은 교사들이 교육에 전념하도록 학부모와의 소통을 통해 민원을 점차 해결했고, 이제는 거의 민원이 없다시피 하다. 

 그는 "학생들이 행복하려면 교사들이 교육에 열정을 쏟도록 해야 한다"며 "민원으로 인해 교육에 열정을 쏟지 못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 제가 직접 ‘판막이’가 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청계중을 이 같이 발전시킨 조 교장은 꼭 하고 싶은 일이 있었다. 

 그는 "학교 위치와 구조상 오케스트라 동아리가 자연스럽게 공연할 장소가 정말 많다"며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매달 한두 번씩, 혹은 매주 오케스트라 연주를 했을텐데"라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그는 "작년에는 크리스마스 전날 학년별로 모이지 못하니 연주하는 모습을 찍어서 학생들에게 보내줬는데 반응이 좋았다"며 "자유롭게 활동할 날이 오면 오케스트라 동아리가 어디서든 자연스럽게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재우 기자 kjw@kihoilbo.co.kr

사진=<화성 청계중학교 제공>

※ ‘학생이 행복한 경기교육’은 경기도교육청과 기호일보가 함께 만들어 가는 교육섹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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