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아백화점 광교점 외관.
갤러리아백화점 광교점 외관.

경기도민들에게 "광교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하면 ‘에듀타운’, ‘광교호수공원’, ‘경기도청 신청사’, ‘수원컨벤션센터’ 등 광교를 상징하는 건물이나 공원 등을 떠올린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나오는 답변 중 하나가 바로 ‘갤러리아백화점 광교점’이다. 

지역에 살지 않더라도 언론매체를 통해 접했거나, 우연히 차를 타고 스쳐 지나가면서라도 갤러리아백화점 광교점을 본 이들이라면 주전부리 이야깃거리로 꺼내 놓기 일쑤다. 정확한 건물 명칭은 몰라도 건물의 기하학적 형태 때문이다.

언뜻 보면 스페인에 위치한 건축가 가우디가 설계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처럼 보인다. 몇 해 전 상영된 ‘반지의 제왕’이나 ‘왕좌의 게임’에 나오는 유럽 중세 시대 속 수많은 벽돌과 유리 조각을 모아 절벽에 기묘하게 깎아 놓은 듯한 모습에 감탄과 괴성이 절로 나온다.

독특한 디자인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코로나19로 ‘언택트(비대면) 시대’에도 사람들로 북적인다. 이곳은 수백 년 동안 모진 풍파와 역경을 겪으면서 버텨 온 고목의 나이테를 연상케 하는 단층과 물고기 비늘을 떠올리게 하는 화려한 외관으로 단숨에 지역의 랜드마크가 됐다.

또 2020년 3월 문을 연 이후 ‘수원디자인 건축대상’,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 ‘2021 베르사유 건축상’ 등 현재까지 수많은 건축상을 받았다. 혁신적인 건축디자인 아이콘이자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렘 콜하스의 OMA건축사무소와 국내 ㈜간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가 설계와 디자인을 책임졌다. 

OMA건축사무소는 중국 베이징의 CCTV 본부, 미국 시애틀 중앙도서관, 포르투갈 포르토의 음악 공연장 카사 다 무시카 등을 설계했다. 특히 갤러리아 광교는 OMA건축사무소가 처음으로 설계한 상업시설 건축물이기도 하다. 

유명 건축가와 건축상이 모든 것을 결정짓지는 못하지만, 건축전문가는 물론 일반인의 눈에도 갤러리아 광교점의 외형은 독특하다. 많은 이들의 궁금증을 자아내는 건축물에 담긴 이야기보따리를 하나씩 풀어 보자.

갤러리아백화점 광교점 내 갤러리아 루프는 아트로드로 빛과 함께 다양한 작품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갤러리아백화점 광교점 내 갤러리아 루프는 아트로드로 빛과 함께 다양한 작품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 도심 속 갤러리

우리는 일부러 미술품이나 조각상을 감상하려고 서울 인사동, 대학로, 수원 행궁동 등 갤러리가 밀집한 지역을 찾는다. 하지만 갤러리아 광교점은 식사를 하거나 물건을 구입할 때도 언제든 방문이 가능하다.

갤러리아 광교점은 모든 공간을 이름답게 ‘갤러리화’해 주변에서 흔하게 보는 상품들도 그 공간을 통해 새로운 물건처럼 돋보이게 한다. 

건물의 설계 스토리를 보면 철학적 관점으로 하나의 유기체처럼 도시의 네트워크와 조화하는 ‘리좀(Rhizome)’이론을 바탕으로 한다. ‘리좀’은 생경한 용어다. 주로 창작이나 비평을 할 때 쓴다.  

리좀(Rhizome·근경·根莖)은 원래 뿌리줄기를 가리키는 단어로, 대나무와 아카시아류가 대표적이다. 나무는 중심이 되는 줄기와 뿌리가 있는 경우가 많지만, 리좀 식물은 딱히 중심(Core)이라 할 만한 개체가 없다. 그래서 탈중심적이고 수평적이며 개방적인 체계를 지닌 다중 개념을 설명할 때 자주 인용된다. 

바로 갤러리아 광교점이 디자인에 리좀 개념을 도입했다. ‘도시와 건축의 유기적 연결’을 통해 자연과 도시의 만남을 형상화했다. 큰 특징으로는 거대한 암석층 단면 문양을 형상화한 외관에 삼각형 유리로 만들어진 통로가 입구에서부터 전 층을 나선형으로 휘감았다. 또 백화점에는 창문이 없다는 전통적인 형식을 깨고 유리 통로인 ‘갤러리아 루프’를 활용, 백화점 업계 최초로 전 층에 빛을 들여오는 파격을 선보였다. 

전통적으로 백화점, 대형 마트 등에는 창문과 시계가 없다. 왜냐고? 방문 고객들이 단 1초라도 진열상품 외의 그 무엇에 시선을 빼앗겨서는 안 된다는 영업전략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에는 각 층별로 창이 존재한다. 외부 풍경을 확인하면서 쇼핑이 가능하다.

특히 창문으로 보이는 암석을 떠오르게 하는 외관 사이로 유리 통로가 광석처럼 빛난다. 거대한 암석을 떠오르게 하는 건물 사이로 빛이 에너지를 폭발하듯 솟아 나온다. 광석처럼 빛나는 무언가가 건물을 휘감은 이 특징적인 모습은 건축물의 외관뿐 아니라 내부 공간의 특별함을 만드는 핵심이다. 

외관의 콘셉트는 ‘자연과 도시의 만남’이다. 거대한 암석의 단면과 협곡을 형성하는 강을 보여 주는 모습을 통해 자연과 도시가 만나는 지점을 상징한다.

외관은 세월이 퇴적된 거대한 암석의 단면을 14가지 종류의 화강석과 12만5천 장의 석재로 형상화했다. 아름다운 문양으로 완성된 반듯한 표면, 그 사이엔 반짝이는 무언가가 자리한다.

건물의 입구에서부터 전 층을 나선형으로 감싼 유리 통로는 프리즘을 연상시키는 1천451장의 삼각유리로 이뤄진 ‘갤러리아 루프’로, ‘Lights in your life(당신 삶의 빛)’라는 갤러리아 광교점이 지향하는 메시지를 보여 준다.

'스카이 브릿지'는 통유리로 된 바닥을 걸으며 스릴을 만끽할 수 있는  핫플레이스다.
'스카이 브릿지'는 통유리로 된 바닥을 걸으며 스릴을 만끽할 수 있는 핫플레이스다.

# 갤러리를 갤러리아하다

갤러리아 광교점은 가장 큰 특징이라 할 만한 갤러리아 루프를 통해 창문이 없는 일반적인 백화점들과는 달리 전 층에 빛이 들어오게 하는 파격적인 시도를 했다. 루프를 통해 외부의 빛과 다양한 빛의 스펙트럼, 생명력이 각 층에 전달되고, 각 층과 공간이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일반적으로 성당이나 교회 등 창문에 있는 무늬 없는 스테인드글라스를 연상케 한다.

54m에 이르는 갤러리아 루프는 ‘아트로드’이기도 하다. 이곳을 거닐며 빛과 함께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즐기는 재미도 쏠쏠하다. ‘자연’과 ‘더치 디자인’을 테마로 각각의 이미지를 반영해 세계적 아티스트들의 아트워크부터 오브제, 디자인 브랜드, 라이프스타일 소품 등이 전시된다. 

또 3층과 10층에는 갤러리아 루프의 계단형 광장 ‘루프 스퀘어’가 마련돼 아트워크 전시 외에 이벤트가 진행되기도 한다. 8층과 9층 구간은 ‘스카이 브릿지’로 발밑부터 천장까지 통유리다.

특히 유명 국내외 관광지에서나 봄직한 스카이 브릿지는 방문 고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곳으로, 유리 바닥을 통해 아래를 보면 오금이 저려 제대로 걷지 못하고 주저앉는 이들이 속출한다. 스릴을 만끽할 만한 핫 플레이스다.

빈센트 반 고흐의 가 월데코로 전시돼 눈길을 끈다.
빈센트 반 고흐의 가 월데코로 전시돼 눈길을 끈다.

이곳은 단순히 흥미를 주려고 만든 게 아니다. 이 건물이 담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건물의 안과 밖을 빛으로 연결시켜 주는 고리, 도심과 바로 옆에 자리잡은 광교호수공원을 연결하는 ‘도심 속 산책로(Urban Promenade)’로서의 공간적 의미를 확장하며 극대화하는 지점이다.  

또 외벽의 석재, 루프를 통해 들어오는 빛, 마감재로 사용된 나무가 어우러져 자연의 모습을 연출하는 가운데 자연과 빛을 상징하는 작품들이 곳곳에 설치됐다.

1층 정문 출입구 천장에는 부드러운 곡선 형태의 작품이 자리잡았다. 수백 개의 원기둥으로 이뤄진 조형물로 LED 모듈을 이용해 오로라의 신비로운 모습과 빛을 형상화했다. 

10층에는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화가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의 ‘꽃 피는 아몬드 나무’가 6m 대형 프린팅 벽화로 전시돼 방문객들에게 포토존으로 인기가 높다.

이 밖에도 루프 밖으로 보이는 구름과 빛에 의해 더 특별해지는 ‘빛을 담은 구름’, 아지랑이가 너울거리는 순간을 통해 공간에 생동감을 전하는 ‘아지랑이’ 등 자연을 표현한 미술 작품이 설치됐다. 

각 층은 모두 다른 콘셉트로  연출된다. 지하 1층 교차로, 1층 샹들리에, 2층 보석함, 3~4층 진열장, 5층 트랜스포머, 6층 플레이그라운드, 7층 육상트랙 플레이그라운드, 8층 앙팔라드(바로크 시대의 저택), 9층 광장, 10~11층 로비, 12층을 큰 길 콘셉트로 꾸며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지금까지 백화점을 단순히 물건을 구입하는 쇼핑이라는 관점에서 방문했다면 이제부터는 건축물의 테마와 이야기를 알고 가자.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쇼핑의 묘미를 만끽하게 되리라.

김재학 기자 kjh@kihoilbo.co.kr

사진=갤러리아백화점 광교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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